12월 6일 일요일에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FN)이 1위를 하며 다른 정당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의 도(道)에 해당하는 ‘레지옹’ 13곳의 단체장과 의원을 뽑는 선거였는데,] 국민전선은 레지옹 13곳 모두에서 결선에 진출했다. 그중 6곳에서는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 투표 결과] 한 곳에서만 승리하더라도 국민전선은 역사상 처음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을 차지하게 된다.

북부 지역에서 출마한 국민전선의 대표 마린 르펜은 경쟁 후보들의 득표를 모두 합친 표만큼을 득표하며 1위를 차지했다. 남동부 지역에서 출마한 마린 르펜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 르펜도 비슷한 성적을 거두며 1위를 차지했다.

전국 투표율은 50퍼센트였는데, 국민전선은 27.7퍼센트를 득표했다. 즉, 전체 유권자의 7분의 1이 파시스트에 투표한 것이다.

국민전선은 심지어 파리에서도 9.7퍼센트를 득표하며 그동안 좀처럼 뚫지 못했던 도시 지역 선거구로 진출하는 침투로를 마련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국민전선이 시장을 차지하는 등[시장은 시의원들의 간선제로 선출되므로 시장을 차지했다는 것은 시의원 다수를 차지했다는 뜻] 강세를 보인 지역에서는 지지가 더 견고해졌다.

연단

프랑스에서 레지옹 정부는 권력이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국민전선은 그 권력을 이용하려 한다.

마레샬 르펜은 [도지사로 당선하면] 자기 지역에서 가족계획상담소와 성소수자 단체들에 주는 지원금을 끊으려 한다.

마린 르펜은 [도지사로 당선하면] 칼레에서 이민자를 지원하는 단체들에게 주는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고 지역 수송경찰 조직을 자신의 직속 기관으로 창설할 것이다. 마린 르펜은 학교 급식에서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들을 위한 메뉴]를 없애겠다고도 시사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제 국민전선이 자기 사상을 퍼뜨릴 연단을 훨씬 더 많이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전선은 강경 파시스트인 핵심 활동가들이 대중적 운동을 일으키며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더 많은 공간을 얻었다.

선거운동을 벌이며 마린 르펜은 “비유럽적 질병”에 걸린 난민들이 퍼뜨리는 “세균 같은 이민을 근절”하자고 주장했다. 마레샬 르펜은 “그리스도교 문화”의 나라에서 무슬림이 가톨릭 신자와 “같은 지위를 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전선이 부추기는 인종차별은 2017년 대선 정국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국민전선의 동맹자인 베지에 시장 로버트 메나르드는 전국에 선포된 국가 비상사태를 이용해, ‘질서 유지’를 위한 지역 자경단을 꾸리겠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주류 정치인들의 무슬림 박해는 파시스트들의 주장이 그다지 극단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도록 만들었고, 그 덕분에 파시스트들은 바로 그 주류 정치인들에 대해 널리 퍼진 반감을 파고들 수 있었다.

막다른 전략

이제 주류 정당들은 12월 13일 결선 투표에서 국민전선이 승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허둥지둥 손을 잡고 있다. 그런데 비교적 좌파적인 정당이 비교적 우파적인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압력이 더 크다.

집권당인 사회당은 우파 연합인 공화당이 국민전선에 이어 2위로 결선 투표로 진출한 레지옹에서 자신들의 후보를 사퇴시켰다.[레지옹 선거에서는 1차 투표 때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5퍼센트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이 모두 결선 투표를 치른다.]

다시 말해, 사회당은 파시스트에 맞선 투쟁을 전 대통령인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의 공화당 손에 맡겨 버린 것이다. 사무총장이라는 자가 4천 명(대부분 무슬림)이 ‘극단주의자’로 의심된다며 포로 수용소에 수감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 정당에 말이다.

그러나 공화당을 ‘동맹’이라 생각한 사회당에게는 분노스럽게도, 사르코지는 그 어느 곳에서도 사회당을 위해 자신들의 후보를 사퇴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고히 했다.

좌파 정당인 녹색당과 좌파전선은 몇몇 레지옹에서 사회당과 연합해 출마했다. [그러나] 사회당은 시위를 금지해 좌파들이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행진을 벌이려 하면 감옥에 수감될 수도 있다.

파리를 둘러싼 레지옹인 일드프랑스에서 공산당은 사회당과 공조한다며 “공산주의자들을 뿌리 뽑자”고 말했던 사회당 후보를 지지했다.

그리고 [사회당 소속의] 총리 마뉘엘 발스는 2017년 대선 때 국민전선에 대항하는 모든 민주적 정당들의 “연합” 후보를 세우려 애쓰고 있다.

극우를 격퇴하기 위해 우파를 지지하자는 것은 막다른 길로 가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마린 르펜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2002년 대선 결선 투표에 진출했을 때 이미 사용된 전략이다. 당시 혁명적 좌파들조차 우파 정당의 후보 자크 시라크에게 투표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부패하고 사악하고 인종차별적인 정치인의 기를 살려 줬을 뿐이고, 국민전선을 격퇴할 수 있는 운동을 건설하는 데는 별 쓸모가 없었다.

프랑스 노동계급은 한때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다.

프랑스 노동계급은 다시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노동계급의 힘을 억누르는 데 이용되는 탄압과 무슬림 혐오에 맞선 전투가 필요하다.

규모가 상당하고 단결된 투쟁으로 파시스트에 맞서지 않고서는 국민전선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전선에게 길을 열어 준 인종차별적 정치인을 지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파시스트의 위협은 오히려 급진적 단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출처 영국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2483호 / 번역 차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