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 누가 통제하고 누가 이익을 보는가》:
유전자 환원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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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패링턴은 옥스퍼드 대학교 분자생물학 부교수이다. 그가 최근에 쓴 유전자 연구에 관한 책 The Deeper Genome: Why there is more to the human genome than meets the eye

이러한 선상에서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이 공포됐다. 이에 따라 곧 새로운 유전자 정보를 통해 암은 물론 정신분열증에 이르는 온갖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에 생물학에서 일어난 진전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줄기세포 연구 분야도 성장했으며, 뇌를 연구하는 신기술도 발전했다.
수많은 언론 기사와 책은 이런 발전 덕분에
이 책의 중심 주장은 유전자와 질병의 관계를 다룬 많은 주장들이 유전자의 작동 방식에 대한 심대한 오해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주도한 과학자들의 주장은 정말로 읽어 주기 힘들고 충격적일 정도로 허술했다. 그런데 그런 과장 광고가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한 것을 보면, 그들의 허술한 주장을 어쩌면 사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유전학자 월터 길버트
그러나 《유전자 세포 뇌》에서 저자들이 지적하듯이,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적어도 1백20 곳의 게놈 영역
해당 영역이 게놈의 어디에 위치하느냐는 훨씬 더 혼란스러운 문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로 알려진 놀라운 사실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인간의 유전자는 고작 2만 2천 개 정도다. 닭보다는 많지만 포도보다는 적은 수이다. 둘째, 이 유전자들은 게놈에서 고작 2퍼센트를 차지하고, 나머지 영역을 차지하는 유전자는 별 기능이 없어
그런데 흔한 질병과 관련된 영역의 압도 다수는 이
《유전자 세포 뇌》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질병을 유전자를 통해 치유하려 한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 실패의 이유를 현대 생물의학
저자들은 이 두 가지 결함이 뇌과학에서 특히 더 두드러진다고 본다. 저자들은,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유전적으로 증명하는 데 실패했음에도, 과거에는 정상적 범주의 인간 행동으로 간주하던 것들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예컨대
《유전자 세포 뇌》의 저자들은 이렇게 인간 행동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는 추세가 증가하는 것은 생물의학 연구에 대기업의 영향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유전학 연구가 비교적 작은 규모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기업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연구소들에 의해, 그리고 대형 제약회사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연구가 이뤄진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물론 현대 유전학이 그렇게나 결함이 많다면 신약 개발 같은 형태로 돈을 버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저자들은 게놈 프로젝트가 이렇다 할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줄기세포 연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다. 초기에는 배아줄기세포만이 모든 신체 세포로 전환될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윤리적
그러나 최근, 보통의 피부 세포를
이처럼 생물의학의 핵심 분야에 이리도 많은 결함이 있다면 그 연구 결과도 결함투성이일 테고 실용적 응용에도 제약이 많을 텐데, 그런 연구를 할 소용이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는 이 책의 저자들과 생각이 다르다. 필자는 생물학적 환원론에는 한계가 있고, 이윤 추구 동기가 생물의학 연구 방향을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에는 확실히 동의한다. 그러나 필자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연구 결과로 유전자와 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정말 실질적이고 매우 흥미로운 진전이 있었음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본다. 《유전자 세포 뇌》의 저자들은 그것을 과소평가하는 위험이 있는 듯하다. 과학과 관련해 여기서 논의하고자 하는 특히 중요한 측면은 과학이 객관성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스티븐 로즈는 최근
물리학에서는, 열역학 법칙의 발견 덕분에 증기기관과 자동차가 개발될 수 있었다. 전문가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과학 분야인 양자역학은 텔레비전과 컴퓨터 같은 더 현대적인 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했다.
생물의학에서는 사정이 복잡하다. 의약산업에서는 약을 판매함으로써 이윤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서적인 질환에 대해서는 효능을 확신하기 어려운 약이 판매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선 근거 없는 신념이 아니라 결국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로 게놈의 98퍼센트를 차지하는
《유전자 세포 뇌》는 이 문제를 간단히 다뤘지만, 게놈의
이런 재평가의 맥락에서 그동안 설명되지 않던 특정 질병들과
또한, 여러 작은 유전적 차이 탓에 개인이 특정 질병에 걸린다는 것을 보이려고 하는 연구에 대한 비판도 그동안 있었다.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 자체보다는 각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될 때 특정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이 논쟁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서 어떤 치료법이 나은가에 관해 큰 의미가 있으므로 중요하다. 사실 이런 개인 맞춤형 진단법이 암 치료에 어느 정도 효과적이라는 점은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구체적 돌연변이를 정확히 찾아내 더 알맞은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질병의 유전적 요인에 주목할 때는 늘 환경적 요인을 바탕으로 하여 그 중요도를 세심히 가늠해야 한다. 정신 질환이든 심장병이나 당뇨 같은 질환이든 마찬가지이다. 심장병이나 당뇨는 부실한 식사와 운동 부족이 유전적 요인만큼이나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렇지만 유전학 연구에 내재적 결함이 있다면서 그 연구에서 비롯한 통찰을 모두 무시하기만 한다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 신기술을 발견할 가능성을 제쳐 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줄기세포 연구도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은 줄기세포 연구 결과를 질병 치료에 응용할 가능성이 매우 부풀려져 있지만, 미래 의학 연구에 큰 기여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이런 논쟁은 단지 학술적 면에서뿐 아니라 실천적 면에서도 중요한 논쟁이다. 만일 개인 맞춤형 의료가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활동가들이 제기하는 요구도 그에 걸맞게 조정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유전학적 통찰을 기반으로 한 새 치료법 개발 전망에 큰 기대가 있다. 하지만 그런 치료법을 부자들만 누리게 하지 않으려면, 필요한 사람들이 모두 무료로 누리는 보건의료 시스템을 보존하고 확대하기 위한 투쟁이 필수적이라고도 본다.
저자들의 몇몇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전체로 보아 《유전자 세포 뇌》는, 환원론을 비판한다는 면에서나, 생물학과 그것의 의학적 응용을 자본주의가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보여 준다는 면에서 탁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