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임금 차별에 합의한 김성락 기아차노조 집행부:
좌파 집행부의 불필요한 타협, 대안은 무엇인가?
〈노동자 연대〉 구독
기아차지부 김성락 집행부가 연초 임금협상에서 비정규직에게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합의를 체결했다. 합의안은 이 외에도 통상임금, 8+8 교대제 전환 등 주요 요구를 뒤로 미루거나, 임금피크제 확대를 위한 논의를 약속한 문제점도 있다.
현대·기아차 사측은 이번에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면서 그 대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제했다. 이는 올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사측이 고안한 꼼수였다. 이에 대응해 김성락 집행부는 초기에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주장했었다. 하지만 사측이 정규직의 임금 인상폭을 현대차 수준으로 맞춰 주자 곧바로 투쟁을 접고 임금협상을 타결해 버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성과급 삭감에 대해서는 눈감은 것이다.
비록 합의안이 가결됐지만,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신한 합의안은 좌파를 자처한 김성락 집행부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김성락 집행부를 배출한 ‘금속노동자의힘’(이하 금속힘)에서 비정규직 회원들이 탈퇴하는 일이 벌어졌고, 일부 정규직 활동가들도 자기 집행부가 체결한 합의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성락 집행부는 이후에도 유감스럽게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을 따르지 않고 “간부 파업”으로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노총의 ‘주력부대’로서 수많은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를 막기 위해 앞장서서 싸워야 할 책임을 방기해 버린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기아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키는 데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좌파가 노동조합 지도권을 장악하고 나면 불필요한 타협과 투쟁 회피에 휩싸이는 일이 지난 십수년간 노동운동 내에서 자주 벌어져 왔다. ‘현장파도 집행부에만 올라가면 국민파가 된다’는 말이 이 때문에 나왔다.
이는 좌파도 사측과 기층 노동자들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협상을 중재하는 노동조합 지도자가 되면 보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특히,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속에서는 사용자들이 강경하게 양보를 거부하고 노동자의 조건을 공격하려 하는 상황이 되므로, 아래로부터의 강력한 압력이 없으면 노조 지도자들의 보수성은 더한층 강화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노조 지도자는 누구나 하나같이 배신적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기계적 결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쉽게도 일부 금속힘 활동가들은 ‘집행부를 해 보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있다’며 스스로를 정당화하지만, 기층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고무하지 않고 그저 지도부가 받는 타협 압력에 순응할 것이라면 도대체 좌파의 선거 도전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동안 많은 좌파 활동가들은 자신이 배출한 지도부를 감싸고 떠받치는 데 급급해 점점 온건화되고 사기가 떨어져 왔다. 지난 몇 년간 금속힘이 혼란과 위기를 겪고 가장 선진적인 노동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몇 달 전 선거에서 김성락 당시 후보는 이전 자기 집행부 시절의 무쟁의 전력을 반성적으로 돌아보지 않은 채 온건한 공약을 내걸었다. 그때도 대다수 금속힘 활동가들은 후보에게 성찰을 촉구하기보다 집행권 장악을 목표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노동자연대 기아차모임이 지적했듯이, 이런 활동은 투사들에게 독이다. 자신의 활동을 철저히 돌아보지 않고 집행부의 잘못에 눈감으면, 부지불식간에 좌파적 원칙에 금이 가고 기회주의적 타협이 ‘노조의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둔갑하기 십상이다.
이 같은 맹목적인 좌파 집행부 세우기 전략의 대안은, 소수지만 굳건한 혁명가들의 조직을 기층에서 구축해 진정으로 좌파적 원칙에 입각해 노동자 단결을 위한 전술을 내놓고 투쟁을 조직해 나아가는 것이다. 활동가들이 노조 집행권 장악에 급급해 위만 쳐다봐서는 좌파적·투쟁적 노선을 견지해 나갈 수 없다.
그리고 혁명적 정치에 확고히 기반을 둔 조직을 건설해 나아갈 때, 노동조합 내에서 쉽게 빠질 수 있는 부문주의적·경제주의적 위험이나 관료적 질서에 순응하라는 압력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