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전강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를 철회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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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9일 제주도교육청이 제주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에 대한 집단 해고를 철회했다. 교육청 앞 천막 농성을 한 지 48일 만이다.
교육청과 영전강이 합의한 핵심 내용은 법원 판결 — 현재 영전강의 교육감 직고용과 4년 이상 근무자의 무기계약직화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 전까지 4년 계약 만료 영전강의 신규채용을 허용한다는 것과 신규채용 시 일부 비용(4대 보험과 노인장기요양 보험 등 연 2백70만 원)을 학교가 부담하게 한다는 것이다.
제주 교육감은 영전강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을 회피하고자, “해고는 대원칙”이라며 1백19명을 집단 해고 하겠다고 방침을 세웠던 첫 교육감이다.
그러나 영전강 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1월 13일부터 교육청 앞 노숙 농성을 끈질기게 이어 왔다. 해고 철회 서명 운동과 해고 반대 오체투지 행진도 했다. 민주노총은 영전강 해고 철회 성명을 발표했고,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영전강 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옥중 단식 농성을 했다.
이러한 투쟁과 연대 행동이 제주 교육감의 강경 해고 방침을 철회시켰다.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그 투쟁을 지지한 많은 이들에게도 의미가 크고 기쁜 소식이다.
물론 법원 판결 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합의여서 법원 판결에 따라 영전강 고용(과 제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소지는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 해고 철회 투쟁 승리의 경험은 다음 투쟁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교육재정 삭감
현재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해 노동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지방교육재정도 삭감했다.
이에 항의해 교육공무직본부가 4월 1일 파업을 예고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정부와 교육청에 교육공무직법 제정, 임금 및 단체교섭 승리, 정기상여금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투쟁에 특히 학교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전교조 교사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전교조 조합원들은 학교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해 왔다. 그런데 적잖은 활동가들이 영전강, 각종 강사들,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 교원의 고용 안정 문제에 대해서는 모호하거나 혼란스러워 한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가 〈노동자 연대〉 167호에 쓴 ‘제주 교육감은 영어회화전문강사 집단 해고 시도 철회하라!’를 참조하시오.)
영전강 같은 비정규직 교원 제도의 폐지와 이미 고용된 비정규직 교원들의 고용 문제를 구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교육과 노동을 분리시켜 영전강의 해고를 당연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 안의 노동자들이 겪는 고용 불안과 노동조건 문제는 참교육과 분리되지 않는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배동산 정책국장
“전교조와 학교 비정규직의 공동 투쟁이 참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교육재정 삭감으로 인한 공교육의 조건 악화는 비정규직, 정규직 교사 할 것 없이 단결해 투쟁할 때 풀 수 있는 문제다. 진보 교육감이라고 다 정부의 교육재정 삭감 공격을 반대하지 않는다.
정부의 공격은 시도교육청의 교육재정 삭감 공격으로 이어지며, 참교육을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드는 등 학교 현장을 악화시킨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전강 노동자들을 비롯한 학교 비정규직의 고용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지 노동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문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교조도 이것에 반대하면서 함께 단결된 투쟁을 해야 교육재정 삭감으로 인한 인력 감축 정책을 막을 수 있고, 정규직 충원도 가능하다.
사실 정부가 초등학교에 도입하려 했던 융합과학교육강사 제도를 막을 수 있었던 힘은 영전강 같은 비정규직 교원들의 집단적 투쟁에서 나왔다. 그런 투쟁을 통해 학교 비정규직이 쉽게 쓰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정부와 교육청에 학습시켰던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조직적 투쟁을 확대하고 있다. 더는 해고됐다고 눈물 흘리며 그냥 현장을 떠나는 연약한 모습이 아닌, 스스로 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정부와 교육청에 집단적으로 당당히 맞서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으면 한다.
따라서 영전강 투쟁처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같은 학교 현장에 있는 전교조 활동가들이 연대하고, 공동으로 투쟁하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 하에서 참교육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