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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금지하겠다지만, 전교조의 세월호 계기수업 정당하다

정부의 ‘가만히 있으라’ 조치가 도를 넘고 있다.

교육부가 3월 25일 계기수업에 대한 지침을 근거로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교과서》(이하 《416교과서》) 사용을 금지하라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하달했다. 《416 교과서》를 활용해 계기수업을 할 경우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교육부는 《416 교과서》가 부정적 국가관을 주입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등 학생 교육에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자 교육부는 4월 3일 시도교육청 7곳의 부교육감을 따로 불러 《416교과서》 사용금지를 압박했다. 이번이 벌써 4번째다.

교육부의 이런 태도는 비열한 이중 잣대다. 2014년 교육부는 ‘천안함 피격사건 4주기 추모 기간’을 정하고, 관련 계기수업 자료 등을 교육부 웹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게 해놓고 각 시도교육청에 계기수업 지침을 내렸다. 당시 자료에는 ‘북한 도발에 대비해 군사력을 키워 전쟁을 해야 한다’는 서술이 있어 교육적 논란이 있었지만 교육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학교운영위원회와 학교교육과정위원회를 거쳐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교육부 자체 계기수업 지침마저도 어기면서까지 계기수업을 적극 장려했다.

그런데 세월호 계기수업 활동은 금지시키고, 불응하면 엄정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서야 어디 ‘지침’이라 할 수 있겠는가? 교육의 영역이 전혀 중립적일 수 없음을 교육부가 오히려 몸소 보여 주고 있다.

전교조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6참사 2주기 집중 실천 주간을 선포했다. ⓒ출처 〈교육희망〉

공감마저 금지하려 하는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진실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주장한 침몰 원인이 대법원에서 기각되고, 또 다른 침몰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며칠 전에 열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는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이 청해진해운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새로이 제기됐다. 그러나 왜 그런 지시가 내려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명확한 부분도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고 떠벌리는 국가가 구조에 무책임했고, 진실 규명조차 방해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교사들이 이러한 끔찍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공동수업을 진행해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고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기를 촉구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 삶이 송두리째 바뀐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에 대한 마음을 공감하는 것조차 막다니, 도대체 교육부는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조리한 사회구조와 역사를 되돌아보고, 교훈을 얻는 교육으로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공동수업의 교육적 가치는 충분하다. 교육부는 진실을 알리는 교사 본연의 업무를 도리어 징계 협박으로 억누르려 하지만 행복한 교육과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월호 공동수업은 정당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전교조가 《416 교과서》를 만들고 세월호 공동수업을 하려는 것은 학생들에게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정의감’과, ‘부조리에 대한 건전한 비판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정당한 교육 활동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학생 2백50명과 교사 1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기에 학교 현장에 있는 구성원들은 이번 참사를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 그러니 어찌 계기수업을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교과’ 신설을 시도할 정도로 안전교육을 강조하는 정부가 정작 학생들과 교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에 대한 성찰마저 막는다는 것은 정말로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일이다.

한편, 교육부의 계기수업 금지 조처는 교사들에게 법(헌법 제31조 제4항)이 부여한 교사의 수업 자율성, 교사의 자주성과 전문성에서 파생되는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강조돼 왔던 교육과정 재구성 장려 정책과도 상반되는 조처이다. 교사의 교육활동은 수업뿐 아니라 조회, 종례, 자치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등 학생과 교사가 대면하는 모든 장에서 이뤄지고, 구체적 내용은 교육당국이나 학교 관리자에게 일일이 신고하거나 허가 요청할 사항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교육부가 징계 엄포를 놓는 것은 정부의 ‘기억 지우기’의 일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진실을 감추려는 자 범인”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든다.

집단적 준비와 대응

진보 교육감들은 정부의 이러한 조처에 대해 반대하면서 세월호 공동수업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입장을 취했다. 현장 교사들이 세월호 공동수업에 나설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열린 셈이다. 예컨대 인천교육청은 세월호 추모 주간과 추념의 달을 지정하며 계기수업을 장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기교육청이 최근 추모의 달 지정을 ‘안전교육 기간’으로 설정하기로 변경하며 학교장 결재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후퇴한 것은 유감스럽다.

물론, ‘학교의 자율적 결정’은 학교교육과정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학교장 결재를 받아야 해서 교사들이 공동수업을 하려면 학교의 보수적 관리자나 보수적 학부모의 민원 등의 압력도 이겨내야 한다. 또, 《416 교과서》와 여러 자료들을 수집해 학생들의 정서와 이해 수준에 맞게끔 공동수업을 구성하고 계획하는 일도 3∼4월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교사들에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현장 교사들이 더 자신감을 갖고 수월하게 계기수업에 나서도록 고무하려면 집단적인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전교조가 정부의 공격에 굴복 않고 맞서 싸우겠다고 선포하며 더 많은 교사들이 계기수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전교조는 4월 4일 ‘세월호 참사 2주기 공동수업 및 실천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가《416 교과서》 사용 금지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교사는 침묵하고 굴종하는 정권의 노예가 아니라 ‘진실을 가르치는 자유인’이기에, 징계 협박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교실에서 당당히 세월호를 이야기함으로써 학생들과 함께 기억과 진실을 향하는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각 시도교육감에게 “교육부의 부당 조치에 응하지 말고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전개될 다양한 교육활동과 공동수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협조와 시도교육청 자체의 행사 추진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금까지 7천 부가 배포된 《416교과서》 보급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주 전교조 본부를 시작으로 워크샵과 연수를 시도 지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도 있다. 《416교과서》를 활용한 수업 시연을 선보이고, 수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교사들의 고민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교조 웹사이트 메인화면을 ‘세월호 참사 공동수업’ 페이지로 꾸며 교사들이 쉽게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있게 하고, 게시판에 계기수업에 대한 고민을 공유해 함께 해결하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각 학교 학생회 등에서 진행하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학생 활동을 지원하면서, 팽목항, 광화문 416 광장 방문, ‘안산 기억저장소- 단원고 기억교실 – 합동분향소’를 방문하는 4·16 기억과 약속의 길 걷기 현장 체험학습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416 교과서》 계기수업 금지 ‘엄포’와 보수적 학교 관리자와 민원에 대응해,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시민사회 단체들의 연대도 조직하기로 했다. 세월호 공동수업이 학교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더 커다란 운동으로 확대되기를 바라며 공동수업 활동 사진 4백16장을 모아 신문 전면광고도 낼 계획이다.

앞으로 세월호 공동수업이 전국 곳곳에서 실시된다면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부에 맞서는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전교조 활동가들은 더 많은 교사들이 정부 공격과 관리자의 압박에 위축되지 않고, 세월호 공동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집단적인 수업 방안을 만드는 등 공동수업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월호 공동수업은 세월호 진상 규명과 ‘돈보다 생명’이 소중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부가 될 것이다.

‘계기수업 현장 교사 선언’

공연한 선명성 부각보다는 더 많은 교사들이 공동수업에 참여하는 게 중요

전교조 일부 좌파 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세월호 교과서 계기수업 현장 선언”을 조직하고 있다. 공동수업을 시행하는 교사의 실명과 학교명을 밝히는 현장 선언을 조직해 4월 11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탄압과 보수단체의 고발 등을 각오하더라도 세월호 쟁점에 대한 여론 환기, 교사로서 세월호 투쟁에 함께 하는 의미 있는 선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선언운동이 효과적인 전술일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 정부의 공격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저항은 최대한 많은 교사들이 정부의 엄포와 관리자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전국의 학교 현장에서 계기수업을 실제로 실행해 정부의 계기수업 금지 조처를 무력화하는 일이다.

반갑게도 전교조 집행부는 정부 탄압에 굴하지 않고 계기수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고 교사들에게 계기수업에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세월호 계기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은 높지만, 실제 이를 실행하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기도 하다. 계기수업을 하려고 하면 보수적인 학교 관리자 압박과 일부 학부모의 민원 제기도 감수해야 한다. 최근에는 정부의 부당한 공격과 엄포까지 보태졌다.

따라서 전교조 활동가들은 집행부가 제시한 계기수업 확대를 위한 여러 방안을 활용해 현장 교사들의 계기수업 동참을 끌어내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교사 실명·학교명 공개 선언은 정부의 추가적 탄압도 감수한다는 자세로 소수의 결의를 부각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광범한 교사들을 동참시키거나 계기수업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은 아닐 것이다. 지금 전교조 활동가들이 해야 할 일은 현장 교사들과 함께 계기수업의 의미, 학교 관리자의 압박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계기수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연대 이끌어내기 등을 토론하며 실제 광범한 공동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다. 정부의 ‘세월호 진실 가리기’를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무력화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은 더 많은 교사들이 계기수업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소수의 결의 천명을 우선해 교사 대중과 활동가들을 분리시키는 전술은 공연한 선명성 부각처럼 보인다.

따라서 전교조의 기층 투사들은 더 많은 교사들이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위축되지 않도록 계기수업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면서 계기수업이 확대되도록 조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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