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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교사들의 대규모 하루 파업:
변화 염원이 노동자 투쟁을 불러오고 있다

4월 1일, 시카고교원노동조합(CTU) 소속 노동자 2만 5천여 명이 예산 삭감과 구조조정에 항의해 3년 만에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이번 파업은 시카고 교사들이 몇 년에 걸쳐 벌인 투쟁의 연장이다. 교사들은 2012년에 시카고 시장 람 이매뉴얼의 교육 예산 삭감, 학생 시험 성적에 연동한 성과급제 도입,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 인상 폐지 위협에 맞서 25년 만에 대규모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노동자들은 9일 간의 전면 파업으로 이매뉴얼의 개악을 대부분 무력화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관련 기사: 본지 89호, ‘미국 교사 파업의 승리 - 시카고 교사 “어마어마한 지지가 있었어요”’]

지난해 6월 30일까지가 그 단체협약 기간이었고,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 주(州) 교육위원회와 시카고 시 당국은 새학기 시작과 함께 공격을 재개했다. 교육 예산이 대폭 삭감돼, 교원노조의 추산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이번 학년이 끝나는 6월 말까지 쓸 수 있는 예산이 교직원 사흘치 임금 수준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다. 예산 삭감으로 교직원 10퍼센트 가량이 ‘무급휴직 권고’ 형식으로 사실상 퇴직을 강요당했고, 복사 용지를 살 돈이 없어서 대출에 의존하는 학교도 생겼다.

교원노조는 반 년 가까이 단협을 체결하지 못하고 당국과 협상했지만, 당국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교원노조 조합원들은 투쟁 수위를 올리고자 파업 찬반 투표를 했는데, 조합원 88퍼센트가 투표에 참가해 96퍼센트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분위기만큼은 정말이지 총파업 같았어요” 도심 행진을 벌인 노동자들. ⓒ사진 출처 Joe Brusky(플리커)

2012년 교원노조 전면 파업 때도 지역 내 다른 부문들이 지지와 연대를 많이 보낸 바 있는데, 이번 파업 때도 여러 부문이 연대 투쟁에 나섰다. 시카고주립대학 교원들, ‘최저임금 15달러로 인상’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벌여 온 전미서비스노동조합(SEIU) 소속 패스트푸드 노동자들, 어린이집 교사들이 연대 파업에 나서 교원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시카고 도심을 행진했다. 몇몇 급진 좌파들과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도 이 행진에 동참했다.

파업에 참가한 교원노조 제1지부 총무 크리스틴 메일은 투쟁의 분위기를 이렇게 묘사했다.

“새벽 6시 30분부터 시카고 시내 서른다섯 곳에서 사전 집회가 벌어졌습니다. 내가 참여한 집회에서는 3~4세 아이들 40명이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어린이집 교사들과 함께 피켓라인에 동참했어요. 우리들은 ‘누가 쿠키 단지에서 쿠키를 훔쳤나’ 하는 동요를 함께 불렀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공화당인 일리노이 주 주지사] 브루스 라우너가 훔쳤지’ 하고 외쳤어요.”

크리스틴은 이렇게 덧붙였다. “예산 삭감으로 인한 폐업에 맞서 싸우고 있는 SEIU 소속 어린이집 교사들과 연대 파업을 벌인 것은 놀라운 진전입니다.

“오늘 투쟁은 규모가 총파업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만큼은 정말이지 총파업 같았어요.”

총파업 같은 분위기

교원노조 교사들의 투쟁은 수십 년 만에 미국 노동계급의 투쟁이 성장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1980년대 이래 미국 자본주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착취율이 치솟고 불평등이 매우 심화됐지만, 노동조합은 종종 사측의 ‘수익성 우선’ 압력에 굴복했고 양보와 ‘고통분담’ 논리 속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해 왔다. 노동자·민중은 2008년에 집권한 오바마가 개혁을 이뤄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완전히 깨졌다.

경제 위기 속에서 계급 양극화, 불평등, 불안정에 대한 분노가 극우 정치 단체 ‘티파티’의 성장이나 도널드 트럼프 지지 등으로 왜곡되기도 했지만, 더 의미심장하게는 왼쪽으로 분출해 투쟁으로도 발전했다. 2011년 월가에서 등장한 ‘점거하라’ 운동은 자본주의 체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라는 도전적 요구를 걸고 전국적으로 번져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이에 자극 받은 미국 조직 노동운동 일부가 투쟁에 나선 것은 매우 중요했다. 2011년 2월 위스콘신 주에서 교사와 공공부문 노동자 수만 명이 주정부 청사를 3주간 점거하고 투쟁한 것은 조직 노동운동이 깨어나는 신호탄이 됐다.

이어서 시카고 교사들, 우정노동조합(APWU) 소속 우체부 노동자들 같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정부의 구조조정에 맞서 여러 곳에서 파업과 투쟁을 벌였다. 패스트푸드 노동자들과 월마트 노동자들 등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을 벌였다. 2년 만에 노동자 1백만 명 가량이 노동조합에 새로 가입했고, 이들은 최저임금을 두 배 인상하라고 오바마 정부에 요구하며 광범한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은 오바마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줬다.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의 선거 도전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 이 같은 변화 열망 흐름과 연결돼 있다.[관련 기사: 본지 166호,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 변화 염원을 반영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자” 샌더스 돌풍’] 샌더스가 “정치 혁명”을 슬로건 삼아 선거 캠페인을 벌이면서, 노동자·민중 사이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36퍼센트), 노동조합에 대한 지지(58퍼센트)가 크게 느는 등 저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갤럽 여론조사)

"우리 선생님 최고!" 교사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 ⓒ사진 출처 Joe Brusky(플리커)

이번 시카고 교사 파업은 미국에서 조직 노동운동이 자신감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이들의 파업은 교육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헝가리, 인도 교사들의 투쟁 같은 국제적 노동자 투쟁의 일부이기도 하다.

시카고 교사들은 기존 단협 적용이 완전히 끝나는 올해 6월 말 전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럴 경우 교원노조는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 또다시 전면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변화 염원이 투쟁을 더 성장시켜 미국에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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