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기고:
시카고 교원·직원 노동조합들 공동 파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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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노동자 처지 개선이 교육 여건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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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과 2016년에 민주당 시 당국에 맞선 인상적인 파업을 벌였던 시카고 교사들이 또다시 파업에 나섰다. 지난 시카고 교사 파업이 남긴 영감은 지난해 미국 곳곳에서 벌어진 교사 파업 물결을 불러일으키는 방아쇠가 되기도 했다.
고무적이게도 이번에는 교원 아닌 직원들이 속한 서비스노조 시카고지부(SEIU Local73) 조합원 약 7000명이 교원들과 함께 공동 파업 중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당국의 이간질과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대오를 굳건히 유지하며 연대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파업 소식을 취재한 글을 싣는다.
시카고공립교육구(CPS)는 뉴욕·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교육구로, 학생이 36만 명이나 되고 그 중 90퍼센트가 유색인종이다. 학생 절반이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집이 없는 학생도 1만 7000명이 넘는다. 시카고 시 전체 약 3000개 학급의 학생 수는 평균 30명이 넘고, 학생 수가 45명이 넘는 학급도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고 그 안에서도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州)는 가장 부유한 주 중 하나이지만, 정작 이 학생들은 예산 부족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아이들이 누려야 할 교육 환경을 위한 투쟁
파업에 나선 시카고교원노조(CTU)와 서비스노조 시카고지부(SEIU Local73)의 요구안은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 환경을 정확히 반영한다. 교원당 학생수를 적정하게 낮출 것, 모든 학교에 전일제 보건 교사를 배치할 것, 모든 학교에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사서를 둘 것, 사회복지사 대비 학생 비율을 전국 권장 비율에 맞출 것, 안전하고 깨끗한 건물을 위한 정비 인력을 확충할 것, 특수교사와 특수교육 보조 인력을 확충할 것, 영어를 제2언어로 배우는 학생을 위한 전문 교사와 지원 인력을 확충할 것, 학교를 명실상부한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만들 것 등.
이에 더해 파업 노동자들은 교사뿐 아니라 스쿨버스 기사, 특수교육 감독관 등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교원노조·서비스노조 조합원은 대부분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리프트의 기사, 과외, 주택·건물 청소, 탁아, 소매점 계산원, 창고 하역 등 온갖 일로 ‘투잡’이나 그 이상을 뛴다. 그렇게 해도 많은 조합원들은 자녀가 무료 급식이나 급식 보조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소득이 적다. 어떤 조합원은 전기세도 겨우 낸다.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는 스쿨버스 기사들은 근무 시간이 쪼개져 있어서 투잡도 거의 불가능하다. 집이 없어서 말 그대로 차에서 지내는 기사도 있다.
시카고 교원·직원 노동자 약 3만 2000명은 모든 시카고 가정을 위해 파업하며, 그러면서 자신의 강력한 힘을 자각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州)·로스앤젤레스·덴버의 교사들, 벌링턴·버몬트주(州)·샌프란시스코의 간호사들, GM의 4만 9000명 노동자들이 더 나은 학교와 병원, 가족들을 먹여 살릴 더 나은 급여를 위해 파업하는 것을 보고 시카고 학교 노동자들도 용기를 얻었다.
학교 노동자 노동조건이 곧 교육 여건이다
시카고 교원·직원 노동자들은 요구를 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단체협약으로 받아 내기 위해 파업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 신임 시카고 시장 로리 라이트풋은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라이트풋은 인력이 모자라고 관리가 안 되는 학교에서 고통받는 시카고 남부 아이들보다 북부의 부유한 개발업자의 금전적 이익을 우선시했다.
라이트풋은 납세자의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학급 규모 감축 계획을 단체협약으로 약속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도, 교사들에게는 임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미끼를 던졌다.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학교를 개선할 돈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가 파업하면 흔히 그러듯, 라이트풋은 교사 임금 문제로 문제를 한정하려 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실제로 감축하려면 교실을 신축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1995년 제정된 시카고학교개혁령에 따르면 인구가 50만 명을 넘는 교육구에서는 노동조합이 기본급과 수당에 관해서만 교섭할 수 있다.[교육 재정과 교육 여건에 대해서는 교섭권이 없다.] 임금만이 시카고공립교육구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그것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시카고교원노조 위원장 제시 샤키가 지적하듯이 학교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곧 학생의 교육 여건이다. 시카고 사람들도 다 아는 바다. 노조는 모든 학생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만큼으로 학급 크기를 줄이길 원하며 이를 단체협약으로 약속받기 전까지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 연대
파업 노동자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지지를 얻고 있다. 교원 노조가 수년 동안 질 좋은 교육을 위한 투쟁에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킨 덕이 크다. 2010년 일선교육자코커스[노동조합 내 의견 그룹](CORE)의 캐런 루이스와 제시 샤키가 시카고교원노조의 지도부에 당선한 후, 시카고교원노조는 더는 해결을 미룰 수 없는 엄중한 문제를 제기했다. 상상조차 어려운 가난 속에서 안 그래도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흑인·유색인종 아이들에게 학교는 언제, 어떻게 필요한 것을 제공할 것인가?
시카고공립교육구 아이들은 인종차별로 피폐해지고, 일자리 부족과 실업이 만연하며, 영양가 있는 음식과 질 좋은 보건 서비스를 누리기 어려운 지역에 산다. 무엇보다도 학교들이 재앙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린다. 아이들은 삶이 나아지리라 기대할 수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교도소로 직행하는 것이 시카고 학생들의 현실이었고 교원노동조합도 이를 절감했다.
역사적인 2012년 시카고 교사 파업의 성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 무섭게 교육 당국은 주로 흑인·중남미계 거주 지역에 있는 50개 학교를 폐교했다. 학생들은 더 적은 나머지 학교로 몰렸고 교실이 미어터졌다. 이번에는 학교 노동자들이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 단체협약 투쟁이 중요한 것이다. 교직원당 학생 비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제한하여 강제하고, 시 당국이 우리에게 필요한 학교를 지을 수 밖에 없게 하려는 것이다.
라이트풋은 교사들을 협상으로 꾀려고 5년간 교사 임금을 15퍼센트 인상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교사와 학교 노동자들은 이에 넘어가지 않고 있다. 시카고 교사들은 부자가 되려고 교사가 된 것이 아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고 교사가 됐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