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집배노조 기자회견:
우정사업본부는 인력·노동조건 개선하고, 노조 탄압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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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집배노조(올해 4월 13일에 설립된 민주노조, 이하 집배노조)는 8월 18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체불에 대해 노동부에 진정을 하고 근로감독을 요구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수년간 우편 사업의 적자 증대를 이유로 인력 감축, 구조조정, 외주 증가, 비정규직 확대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9월 우정사업본부와 전국우정노조(우정사업본부 내 한국노총 소속의 기존 다수노조) 집행부가 야합한 토요 근무 부활이다. 집배노동자 압도 다수가 반대했지만, 택배 분야의 수익 감소를 막으려고 1년 2개월 만에 토요 근무가 재개된 것이다.
그러나 집배원들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은 이미 악명 높다. 집배노조와 노동자운동연구소가 공동으로 41개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집배원 1백83명의 초과근무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집배원의 주당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간 노동시간은 2천8백88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 노동시간인 1천7백66시간보다 무려 1천1백22시간을 더 일하는 것이다. 이를 하루 8시간으로 나누면 한국 집배노동자들은 1백40일이나 더 일한 셈이다!
장시간 노동은 집배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과로와 교통사고로 올해에만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집배원의 뇌심혈관계질환 사망률은 일반 노동자의 6배, 교통사고 사망률은 일반 노동자의 4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초과근무수당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집배노조 조사를 보면, 집배원들이 받지 못한 초과근무수당은 매달 19.6시간치였다. 이는 정부 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을 조직적으로 은폐”(집배노조 기자회견문)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우정사업본부는 이를 인력 감축의 근거로 활용해 왔다. 제주 지역에서는 얼마 전 집배노조가 강력하게 대응한 후 초과근무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초과근무 시간을 제대로 인정해 임금 체불을 근절하고, 더 나아가 적정인력을 충원해 초과근무에서 벗어나자는 집배노조의 요구는 완전 정당하다. 토요 근무도 즉각 폐지돼야 한다.
비정규직 확대와 노조 탄압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1997년 IMF 위기 이후 정규직 일자리는 줄이면서 그 자리를 저질 일자리인 비정규직으로 대체해 왔다.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우정사업본부 전체 인력 중 약 20퍼센트인 8천여 명이나 된다.
대표적인 비정규직으로 우정실무원이 있는데, 이들은 정규직 우편원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임금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들은 정규직에게는 지급되는 급식비와 가족수당 등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를 결성한 후 다소간의 임금 인상을 쟁취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소속의 재택집배원들도 올해 1심 재판에서 승소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대통령을 대상으로 특수고용노동자성 인정 소송은 최초이다. 그런데 정부는 재택집배원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4년 기준 정규직 대비 평균 연봉이 40퍼센트도 안 된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이들의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집배노조의 지부 설립 총회 장소를 불허하고, 광고물을 훼손한다든가, 노조 사무실 제공, 우체국 내 게시판 사용 확대, 근무시간 중 노조 활동으로 인한 근로시간 면제 보장 등 단협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소속의 전국집배노조, 전국우편지부, 전국별정우체국지부와 전국우체국노동조합은 오는 8월 21일(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우편공공성 강화! 노조탄압 분쇄!를 위한 전국우정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집배노조는 같은 장소에서 1시부터 사전 결의대회를 한다.
국가 주요 공공부문인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여러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집회를 열고, 서로를 응원하며, 투쟁을 결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간다면, 우체국 내 훨씬 더 많은 노동자들도 자신감을 갖고 투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체국 내 민주노조의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은 우편서비스의 공공성은 물론 질 좋은 서비스와도 직결된다.
노동조건 개선과 우편 공공성 강화를 위한 우체국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