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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들, ‘총장과 졸업생의 대화’ 항의:
졸업식 축사도 못 한 총장이 또다시 연출한 사기극

8월 26일 이화여대 졸업식 날 저녁, '총장과의 열린 대화 둘째 마당: 졸업생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 열렸다. 이 자리는 이틀 전 있었던 '재학생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과 꼭 마찬가지로 총장이 변명과 왜곡, 거짓말을 늘어놓는 자리였다.

다만, 이 날 '대화'에는 고급 정장에 보석을 주렁주렁 단 중년과 노년의 졸업생들이 다수 참석해 총장에게 힘을 실어 주려 해 참석자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2년 내내 막가파식 ‘불통’으로 일관하던 최경희 총장은 재학생과 졸업생의 반대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조여오자 이제 와서 ‘소통’과 ‘열린 대화’를 흉내내고 있다.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최경희 총장의 기만적인 ‘총장과의 열린 대화 둘째마당 :졸업생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 열리는 이화여대 ecc이삼봉홀 앞에서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현수막을 들고 총장 사퇴와 ‘열린 대화’ 참가 거부를 촉구하고 있다. ⓒ조승진

노동자연대 이대모임의 졸업생과 재학생 회원들은 당일 오전 졸업식에서부터 이 대화에 응하지 말자는 유인물을 반포하고, 저녁 '대화' 행사장 앞에서는 “2년간 불통하더니 이제 와서 열린 대화? 총장의 기만적인 대화 거부합시다”, “학내 1천6백 명 경찰 투입한 최경희 총장 사퇴하라”는 배너를 들고 시위를 했다.

사퇴를 지지하는 졸업생들은 행사장 앞에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2천9백 명의 졸업생 연서명 자보(‘이화의 발전을 바라는 이화인들의 성명서’)를 부착했다. 그들 중 한 중년의 졸업생은 우리와 함께 사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2900명 졸업생들의 성명서가 ‘열린 대화’가 열리는 ecc이삼봉홀 출입구 바닥에 붙어 있다. ⓒ조승진
ecc이삼봉홀에 들어가는 최경희 총장을 향해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 사퇴하라”고 외치고 있다. ⓒ조승진

물론 우리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시작됐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총장 옹호자와 반대자가 두 편으로 갈려 고성의 언쟁이 오갔다.

총장 사퇴를 주장하는 어느 1980년대 학번 선배는 '대화' 중간에 나와서 "대화가 안 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에 따르면, 행사장에서 총장 옹호자들은 본관 농성장에 투입됐던 경찰 수가 1천6백 명이라는 건 과장이라며 총장에게 사퇴하지 말라고 했다. 또, 친일파 김활란 초대 총장 동상에 학생들이 스프레이를 뿌린 일을 두고 고성을 지르며 격분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고은광순 선배의 보도를 보면, 어떤 중년의 졸업생은 “젊은 것들이 싸가지가 없다”, “김활란이 그렇게 했으니 이대가 이만큼 성장한 거지!”, “저런 것들은 총으로 쏴야 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연대의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

최 총장은 경찰력 투입이 “감금된 교수를 구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변명을 되풀이했다. 그리고는 “꿋꿋하게 앞을 향해 가겠다”며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드러냈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졸업식에서 최 총장이 졸업생과 재학생, 학부모들의 사퇴 요구 구호로 축사도 제대로 못 하고 연단에서 내려온 것과 너무나 대조되는 상황이었다.

'이화이언' 익명 게시판에도 ‘총장이 자기 편을 죄다 불러모은 행사다’, ‘총장 반대 졸업생들 불러 놓고 야유하려고 자리를 마련한 거냐’ 등 성토의 글들이 올라왔다.

본관 농성 조직자들은 몇몇 졸업생들을 행사에 참석하게 해 논쟁을 제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행사장을 봉쇄해 ‘대화’ 자체를 무산시키는 전술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본관 농성 조직자들은 또한 몇몇 농성 참가자들을 보내어, 행사장 밖에서 우리를 감시하며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익명 게시판에 비난 글을 올리는 일 등을 하게 했다.

그러나 최경희 총장이 버티기로 한 것이 분명해진 이제 본관 농성 조직자들은 이대 커뮤니티 고립주의를 폐기하고 폭넓은 연대의 정치로 전환할 때가 됐음을 깨달아야 한다. 최 총장은 정치인이다. 그것도 청와대의 후원을 받아 온 정치인. 비(非)정치나 반(反)정치로는 역부족이어서 우연한 요인들에 기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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