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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사측의 성과연봉제 강행 시도에 맞서는 금융노조:
9·23 총파업은 정당하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 “금융노조 9·23 총파업: 퇴근까지 막으며 파업 불참 강요한 기업은행”을 읽으시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시도에 맞서 9월 23일 하루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민간금융기관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행장들이 주도해 금융노조와의 산별 임단협 교섭을 파탄냈다. 8월 26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소속의 23개 기관이 모여 탈퇴를 결의한 것이다.

사측이 밝힌 탈퇴 이유는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를 강제로 도입하고 총파업을 방해하기 위해 금융노조 각 지부별로 각개격파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지난 3월 금융공기업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이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후 한 일을 보면, 사측 도발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공기업 사측은 정부가 정한 성과연봉제 도입 공기업 가이드라인 시한에 맞추려고 대대적인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

노조와 합의를 추진하는 대신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하는 동의서를 직원 개개인들에게 받아내려 한 것이다. 승진, 인사고과, 인간관계, 왕따 등을 이용한 협박이 가해졌다. 그 과정이 어찌나 강압적이고 모욕적이었는지 산업은행 한 노동자는 “정신적 강간”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치욕”, “모멸”, “희롱”, “부담”, “당혹”으로 묘사했고 “솔직히 .. 너무 무서워요. ㅠㅠ” 라고도 했다. “일제시대”, “유신”, “공산주의”에 비유하는 직원들도 있었다.(《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 인권유린 행위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

그 금융공기업 일곱 곳의 CEO 연봉이 최소 2억 5천만 원을 넘고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각각 3억 7천, 3억 6천만 원이 넘는다.(기본급은 다들 비슷해 2억 원가량이다.) 시중은행 행장들은 이보다 연봉이 훨씬 더 세다. 연봉은 물론이고 ‘지성과 품위’를 갖춘 최고 엘리트 행세를 하던 금융권 CEO들이 노동자 임금을 쥐어짜는 데선 먼지 풀풀 날리는 그 옛날 구로나 청계천의 배불뚝이 사장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단결 투쟁 사측이 산별 교섭을 거부한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조승진

심지어 노조가 그런 행위의 부당성을 입증하려고 찬반투표를 해 압도적으로 반대가 나왔는데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켜 버렸다. 노동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 직원 과반이 노조로 조직돼 있으면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이다.

더민주당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자산관리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자신들의 행동이 대법원까지 갈 불법(의 소지가 분명한) 행동이라는 걸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직원 개개인들부터 지부 집행부에게까지 가해진 전방위적 압박은 일부 취약한 공기업 지부를 흔들었다. 한국감정원지부는 집행부가 총사퇴해야 했고, 주택금융공사지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하고는 금융노조를 (징계 직전에) 탈퇴했다.

원칙

정권과 사측이 그렇게까지 막무가내인 것은 세계경제가 언제 금융 위기에 처할지 모르니 미리 임금을 낮추고 인력 감축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놓으려는 것이다. 정부와 사측은 노조의 반대를 고려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사측의 부당한 탄압에도 금융노조와 노동자들이 단호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힘을 보여 줘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조합원들의 분노는 커져 왔다. 금융노조와 대부분의 지부도 지금껏 성과연봉제 반대라는 원칙을 지켜 왔다.

금융노조는 노동절과 6월 18일에 수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로 정권과 사측에 항의했다. 지부별로 사측을 고소하기도 했다. 휴가 중인데도 87퍼센트가 참가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95.7퍼센트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9월 10일에는 전 지부 합동대의원대회를 열고 9월 23일에 하루 총파업을 할 계획이다. 금융노조는 파업에 각 지부별 90퍼센트 이상 참가 지침을 내리는 등 총력 동원을 선언했다.

조합원들이 집회에 대거 참가하고 파업 지지가 높은 것은 성과주의의 폐해를 경험으로 이미 알기 때문이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대량 감원 폭탄을 맞았던 금융 산업은 20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그리고 어느 정도 후에는 금융회사들 스스로 경쟁체제를 강화해 왔다.

은행 간 실적·비용 경쟁이 심화하면, 경쟁적 인력 감축, 직원 간 경쟁과 실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이는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과다 대출이나 불완전판매 같은 금융 사고 등을 초래하기 십상이다.(2008년 ELS 펀드 사태 등) 이런 배경에서 성과연봉제도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집단성과급이나 비조합원 상위직급부터 개별성과급을 도입하는 형태로 조금씩 도입돼 왔다.

그래서 오후 4시에 영업점 철문을 내려도 해피콜이니 뭐니 하면서 개별 영업 행위를 해야 하고, 줄어든 인력 탓에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해야 한다. 대략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빨라도 저녁 9시가 넘어야 퇴근을 하니, 성과 경쟁의 스트레스 속에서 적어도 하루 열두 시간을 직장에 잡혀 있는 셈이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성과연봉제가 무엇을 뜻할지는 뻔한 일이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 그것을 조금이라도 막는 것은 집단적 투쟁뿐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두드러졌던 시중은행들의 전면 파업들은 더한층의 구조조정을 막는 효과를 내 왔다.

올 봄 공기업 인권유린 행위들이 벌어질 때, 조합원들은 노조에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장난 아님. 점거농성이라도 해야 투쟁의 힘 받지 무너질 듯”, “개개인의 히스토리를 모두 들고 있는 인사팀 직원과 독대하면 여기서 버틸 수 있는 사람 몇 안 됩니다. 꼭 와 주세요” 하며 도움을 요구했다. 이런 메시지를 보면, 당시 금융노조와 지부들이 더 강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측 압력에 개별로 노출되면 노동자들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지부 집행부가 찬반투표에 패배한 것도 집행부 자신이 원장에게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바람에 사측의 입김이 더 먹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사측의 교섭 해태는 이미 예상했다며, 그럼에도 파업 조직화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한 산업의 노동자들이 동시에 일을 멈추는 파업은 확실히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9월 하루로 안 되면, 10월 파업 등 계속 파업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시중은행 행장들의 집단적인 교섭 거부는 역으로 총파업 성공의 관건이 시중은행에 있음을 보여 준다. 시중은행 빅4(국민, 우리, 하나/외환, 신한)와 NH농협, 기업은행 등 대형 지부들이 파업을 제대로 조직해 전국의 점포 수천 곳이 영업을 하지 못한다면, 노동운동 전체를 고무할 수 있다. 금융노조와 지부들은 정권과 사측의 이간질에 넘어가지 말고 약속대로 총파업 조직화에 매진해야 한다.

아울러, 공동 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노조들이 투쟁을 단호하게 조직해서 양 노총의 투쟁이 서로를 고무한다면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개별 교섭 압박에 넘어가지 말고 파업 건설에 집중해야

금융산별에 속한 사측의 행보를 보면, ‘공공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계획대로 움직여 왔음을 알 수 있다. 한통속인 것이다.

막강한 권한의 금융위원회가 성과연봉제 도입의 선봉장이다. 상반기에 금융공기업을 직접 압박하던 금융위원장 임종룡은 하반기에는 은행연합회를 통한 가이드라인 발표 등으로 민간 시중은행을 압박해 왔다.

더민주당 조사에서 공개된 자산관리공사의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회사와 노조가 합의를 해야 하는 안이지 않습니까?” 하는 질문에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사회에서 개정안 또는 정부 권고안을 의결해야 할 필요성,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 “정부는 조기 도입기관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도입이 부진한 기관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즉 불법인 줄 알지만, 일단 정부 요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회의 내용인 것이다.

노동부는 4월에 노조의 동의 없이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지침을 내렸다. 7월말에는 정부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악해 성과연봉제 도입의 길을 열었다. 그러자 시중은행 사용자들은 법에 맞춰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총파업이 관건

금융노조는 시행령이 임직원을 ‘임원과 금융투자업무담당자’로 규정하면서도 오직 성과보수 지급대상에서만 대상을 ‘전체 임직원’으로 확대했다고 정부의 꼼수를 지적했다.

애초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경영진의 지나친 성과 보수가 금융 불안정을 높이는 걸 막으려는 취지의 법이다. 모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시행령 개악을 한 것이다. 물론 너무 명백한 무리수라서 임종룡조차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해당 시행령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규정이 아니며, 성과연봉제는 노동법에 따른 노사 합의 사안이라고 답해야 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 경영진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면서 정부의 조처를 이용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법의 명령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었다. 정부와 사측이 한통속이라는 것은 산별로, 양대노총 연대투쟁으로 맞서는 것이 더 효과적인 이유가 된다.

이제 사측은 개별 동의서, 불법 이사회, 개별 집행부 회유 등 온갖 공작을 벌일 것이다. 특히 이런 압박은 파업 전에 집중될 것이다. 9·23 총파업이 무력화되면 성과연봉제 반대 투쟁의 구심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은 지금껏 그랬듯이 개별 교섭에 절대 응하지 말고 오로지 산별 총파업 건설에 복무해야 한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총파업 성사 다짐한 금융노조 전체 지부 합동대의원대회: “기―승―전―‘노동개혁’인 정권에 이기려면 파업에 총력 참가해야 한다””를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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