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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불안‍·‍저임금 낳을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 폐기하라:
화물 노동자 파업 정당하다

화물연대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기와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 위기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금융‍·‍공공부문과 현대차 파업에 이어 화물 노동자들까지 투쟁에 나서면서 정부는 한층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특히 경제 위기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들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 사태와 철도 파업에 이어 화 물연대 파업으로 육 ‍·‍해상 물류 시스템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면허 취소, 사법조처와 민형사상 책임 등을 협박하는 것은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다.

거짓말

박근혜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오물을 뒤집어쓴 비리 부패 정권이, 기업주들의 이윤몰이를 위해 노동자 쥐어짜기에 여념 없는 반노동 정권이 “집단 이기주의” 운운하는 것은 역겹다.

정부는 그동안 화물 노동자들에게 “연간 1조 6천억 원의 유가 보조금을 지원”해 왔고 “제도 개선을 위해 수차례 진지하게 협의를 진행해 왔다”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기름값은 화물 운송의 필수 비용임에도 운송료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노동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기업들 대신 지급해 온 것이다. 실질적인 수혜자는 유가 보조금만큼 운송료를 덜 지급해 온 화주와 운송업체들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 ‘진지하게’ 협의를 해 왔다는 말도 뻔뻔하기 짝이 없다. 2003년 5월 파업 때 정부가 약속한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은 13년째 이행되지 않고 있다. 2008년에 법제화를 약속하고 시범 실시까지 마친 표준운임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13년간 6차례 파업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는 양보 약속 → 말뒤집기 → 탄압을 반복했다.

화물연대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함께 협의해 왔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다. 국토부는 ‘화물운송시장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정책을 논의해 왔는데, 화물연대는 이 자리에서 시종일관 정부의 정책 방향, 즉 수급조절 폐지, 지입제 유지 등에 반대했다. ‘화물운송시장 혁신위원회’는 물류‍·‍유통 기업들을 위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기구였던 것이다.

물류‍·‍유통 기업주 편 들기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쿠팡과 같은 유통기업들과 대형 택배 물류기업들의 이윤을 위한 것이다. 이 정책의 핵심 내용은 화물차의 톤 급 구분을 없애고, 소형화물차, 택배차량의 수급조절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화물차 톤급 상향 조정과 신규 소형 화물차의 증차가 맞물려 수급 조절이 무력화될 것이다. 기업주들은 이를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바닥을 향한 경쟁을 통해 고용불안과 저임금 등을 강요하려 한다. 새롭게 화물 운송시장에 뛰어드는 노동자에게 신규 차량 투자비용(구입, 유지비)을 떠넘기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후퇴를 더욱 압박하려는 것이다.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CJ대한통운, 아시아 최대 물류 스타트업이라는 ‘고고밴’, 삼성SDS 등이 뛰어든 화물정보망(‘화물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지금도 화물 노동자들은 화주의 최저 운송료 입찰 요구, 난립하고 있는 운송‍·‍주선업체의 다단계 중간착취로 화주가 지불한 돈의 60퍼센트 정도만을 운송료로 받는다. 화물정보망의 확대는 운송료 덤핑, 과적 조장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결국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물류 ‍·‍유통 기업주 밀어주기이며, 화물 노동자들에게는 더 극심한 운송료 삭감, 과적, 장시간 노동을 안겨 줄 것이다. 또, 화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후퇴는 도로 위에서 사고 위험을 더 키울 것이다. 단호한 파업으로 박근혜의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해야 한다.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차량이 부산항 인근에 줄지어 서 있다. ⓒ김지태

화물 노동자들은 정부와 싸워 이긴 경험들이 있다

박근혜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9퍼센트로 떨어졌다. 국회 정상화 이후에도 온갖 쟁점들이 여야 대치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 위기 심화에 직면한 정부와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날로 커지고 있다. 2008년 금융 공황과 함께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와 침체는 한국 기업들도 어려운 처지로 내몰고 있다. 최근 도이체방크의 파산 위험으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유가보조급 지급 중단 등을 협박하고 있지만, 유가보조금은 부정수급이 드러난 경우 외에는 지급을 중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와 있다. 정부가 대국민 담화에서도 인정했듯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권리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업무개시 명령, 면허 취소 운운하는 것은 부당하다.

잠재력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물류 대란”을 걱정하는 것은, 역으로 노동자들이 기성체제에 도전할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보여 준다. 화물 노동자들은 강력한 힘으로 몇 차례나 정부를 상대로 싸워 이긴 경험이 있다.

2003년 5월 전국의 화물 노동자들이 물류를 막으며 단호하게 파업에 나서자, 노무현 정부는 서둘러 지입제 폐지, 과적 근절과 같은 양보에 나서야 했다. 2008년에도 촛불시위로 위기에 내몰렸던 이명박 정부를 몰아붙여 운송료 인상, 표준운임제 법제화 약속을 받아냈다. 화물 노동자들은 물류 수송을 멈춰 전 산업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힘을 통해 정부와 사용자들의 똥줄을 타게 만들었던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화물 노동자들은 투쟁에 나설 때 ‘물류를 멈추는 힘’을 과시하곤 했다. 2008년에 세계적으로 유가가 인상됐을 때, 네덜란드 운송 노동자들은 고속도로에서 시속 50킬로미터의 저속주행으로 도로를 마비시켰고, 스페인과 필리핀의 트럭 노동자들은 고속도로를 봉쇄하거나 도심 교통을 마비시키며 투쟁했다.

대체수송

현재 한국에서 컨테이너 수송의 92퍼센트를 화물차가 담당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그중 30~40퍼센트를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부산항을 비롯한 주요 항만을 봉쇄하고 파업을 벌인다면 수출입 물류 수송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때마다 철도 대체수송을 늘려 대응해 왔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이 지속되면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화물‍·‍철도 파업이 시너지 효과를 낳으며 박근혜 정부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회를 이용해 단호하게 투쟁하면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정부가 번번이 뒤통수를 치며 약속을 어겨 왔던 표준운임제 도입, 지입제 폐지 등을 실행하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

2003년 5월 파업 때 〈조선일보〉가 두려움에 떨며 했던 말처럼 화물 노동자들이 “물류를 마비시켜 나라를 결딴낼 수 있는 강자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준다면, 위기에 빠진 박근혜 정부에 맞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화물 노동자 조건 개선은 도로 안전에도 이롭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잦은 화물차 사고의 원인으로 졸음운전을 지목하면서도, 졸음운전을 부르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외면한다.

화물 노동자들은 낮은 운송료 때문에, 과적, 장시간 운송을 끊임없이 강요 받는다.

야간에만 화물차 도로비가 50퍼센트 할인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위험한 야간 운전에 나서야 한다. 지난 10년간 화물차 사고로 매년 평균 1천2백31명, 하루 평균 3.37명이 사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화물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도로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2012년에 도로안전운임법을 제정해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부당한 경제적 압박’을 없애도록 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정책을 사용해도 모자랄 판에, 박근혜 정부는 화물운송시장 구조 개악으로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켜 도로 안전을 더 위협하려 한다. 그는 대선 공약이었던 ‘화물차 도로비 전일 할인’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정부에 맞선 화물연대 파업은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키고 도로 안전을 지키기는 정의로운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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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최근 임금소득 격차 증대의 본질과 그 정치적 함의, 노동조합과 임금격차 사이의 관계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비단 정부의 거짓을 들춰 내기 위해서뿐 아니라 노동운동이 투쟁 방향을 제대로 잡는 데에도 중요하다. ‘조직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임금소득 상위 10%에 드는 게 사실 아닌가’, ‘조직 노동자들이 잘 싸울수록 임금격차만 벌릴 뿐 아닌가’ 등의 냉소가 노동운동 안에도 상당히 퍼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노동운동 안을 들여다보면, 임금 방어가 중요해진 상황에 직면해 무기력한 대응을 낳을 약점들이 꽤 있다. 이 소책자는 이런 문제들(이론적 ‍·‍ 정치적 쟁점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