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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정부가 물류 대란 걱정에 애를 태운다

화물연대 파업이 이틀째로 접어들고 있다. 파업 돌입 첫날인 어제 화물 노동자들은 부산항, 부산신항, 의왕ICD (내륙컨테이너기지) 세 곳에 모여 파업 출정식을 갖고 운행중인 컨테이너 차량에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파업 첫날 5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차량이 부산항 인근에 줄지어 서 있다. ⓒ김지태

부산에서는 부산신항 입구와 부산북항 감만부두, 신선대부두, 제5부두 입구 등에서 노동자들이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활동을 했다. 곳곳에서 경찰이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을 일부 강제 연행했고 부상자도 발생했다. 파업 돌입 이후로 현재까지 연행된 노동자가 40명을 넘어섰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현재(10월 11일 오후 2시 현재) 부산항에 있던 노동자들이 부산 신항에합류해 약 4천 명의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자, 경찰 헬기가 노동자들의 머리 위에서 수십 분째 선회하며 사이렌을 울리고 해산 경고 방송을 하는 등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물류에 타격이 없다’며 파업의 효과를 깎아내리는 데 열을 올리지만, 사실은 애가 타들어가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의 기존 패턴을 보면, 파업 돌입 첫날 물동량이 급락하지 않아도 시일이 지날수록 화물 수송이 크게 타격받는다. 언론들이 파업 2~3일째를 우려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로 물류 차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고 철도 파업으로 화물 수송도 차질을 빚고 있어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수출입 컨테이너의 75퍼센트를 처리하는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은 이미 한진해운 사태의 여파로 컨테이너 장치율(장치장을 채우고 있는 컨테이너의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컨테이너 장치율이 80퍼센트가 넘으면 원활한 컨테이너 이동이 불가능한 한계치로, 비상 상황이다. 그런데 10월 10일 5시 현재 부산항 감만부두 83퍼센트, 부산 신항 한진터미널 80퍼센트, 나머지 터미널도 70퍼센트 수준이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며칠만 더 유지돼도 부산항 가동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는 것이다.

파업 참여율이 낮다는 정부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북항과 신항 등 부산항에서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트레일러 차량 2천2백88대 중 화물연대 소속은 8백60대라고 밝혔다. 그러나 화물연대 부산지부에 따르면 대형 컨테이너 차량의 70퍼센트 이상이 운행을 멈췄다. 조합원의 두 배에 달하는 차량이 운행을 멈추고 있는 것이다. 파업이 지속되면 더 많은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을 지지하며 운송 거부에 동참할 가능성도 높다.

정부의 엄벌 위협과 경찰의 강경 대응은 이런 물류 대란을 걱정해서다.

연대

파업 노동자들은 정부에 분노를 쏟아 냈다.

“역대 가장 부패한 정부가 우리 파업을 비난하는 게 더 열받게 해요. 지금까지 정부가 한 약속만 지켜도 우리가 파업할 필요가 없어요. 차 안에서 쪽잠 자면서 노숙자 아닌 노숙자로 살아온 우리들에게 지금보다 더 못한 삶을 살라고 하는 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입니다. 막아야죠.”

정부 정책이 도로 위험을 더 높인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도로를 다니다 보면 5톤 차량이 불법 증 톤을 해서 8톤 짐을 싣고 다니는 걸 허다하게 봐요. 그런데 정부가 화물운송시장발전방안이라고 내놓은 것은 이런 불법 증 톤을 합법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거죠. 도로 위의 위험은 더 커질 겁니다.”

파업 이틀째를 맞은 노동자들은 경찰 공격에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5톤 차량이 20톤이 넘는 화물을 싣고 도로를 질주하는데, 제대로 단속도 하지 않는 것이 경찰입니다.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죽여 놓고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이 이 나라의 법과 원칙입니다. 우리를 계속 탄압해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

철도·서울대병원 노동자 파업이 지속되는 것도 화물연대 파업을 고무하는 효과를 냈다. 철도 노동자들도 화물연대의 파업 돌입을 손꼽아 기다렸다. 10일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는 수백 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참가해 화물연대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노동자연대 회원에게 “우리 투쟁에 지지와 연대가 더 확대되면 좋겠다”며 자신들의 투쟁을 널리 알려달라고 말했다. 오늘 오전 서울에서 ‘철도·화물연대 파업 지지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는데, 이런 지지와 연대가 더 확대돼야 한다.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부산항 5부두 앞에서 물류 운송을 방해하고 있다. ⓒ김지태

의왕ICD (내륙컨테이너기지) 파업 현장 취재

강철구

10월 10일 수도권 물류의 중심지인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는 1천여 명이 참가했다. 화물연대 소속 5개 지부(서경·인천·강원·충청남부·충청북부 지부) 5백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가했다. 파업중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 20여 명을 비롯해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화물연대 힘내라”는 팻말을 들고 참가했다. 무엇보다 14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철도노조 수원지역 조합원들이 5백여 명이나 참가했다.

경기 의왕시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열린 화물연대 파업 출정식 ⓒ강철구

한 화물연대 노동자는 “철도 파업을 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철도 노동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도 철도처럼 몇 주 동안 싸우겠다”고 했다. 박종선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쟁의대책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을 보면서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철도노조와 화물연대의 동시 파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매도하면서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야비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화물연대 이광재 수석부본부장은 “대법원 판결로 2012년 파업 때 유가보조금 지급받지 못한 것 되돌려 받았다”며 파업에 참가하면 유류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협박에 흔들리지 말자고 호소했다. 또, “1년에 지급하는 유가보조금 1조 7천억 원은 화물 노동자들이 아니라 운송사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화물 노동자들이 하루에 2~3명씩 죽어가는데 정부는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지입제 폐지 공약을 어기고 탄압만 일삼고 있다”며 “화물운송시장 개악안은 유통자본과 택배자본을 위한 법안”이라며 폐기를 주장했다.

박종선 철도노조 서지본 쟁대위원장도 연대사를 했다.

“의왕 근처에서 화물열차를 입항하고 운전하고 정비하는 철도 노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부가 철도 파업을 초기에 박살내려 했지만, 서지본은 파업 대오가 더 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개·돼지 취급하다가 파업하니까 귀족이니 기득권이니 매도하는 정부에 맞서 함께 투쟁합시다.”

이어서 화물연대 지부장들의 결의에 찬 발언이 이어졌다.

김인수 충남지부장은 “솔직히 두렵습니다. 10일, 20일 파업할 거 생각하면 돈 걱정, 차량 할부비 걱정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용기는 그런 두려움을 물리치고 투쟁에 나서는 것입니다. 철도가 3주째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 정도로 싸워야 합니다”.

최기호 충북지부장은 “정부의 거짓말을 들으면 억울하고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정부는 우리 요구를 개무시하고 있습니다. 혀 깨물고 죽는다는 각오로 투쟁합시다.”

파업 출정식을 마친 조합원들은 파업 농성장을 차리고 비조합원들에게 리플릿을 나눠주며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별 효과가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화물연대 파업이 확산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파업이 지속되면 물류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런 힘이 발휘되면 비조합원도 파업에 동참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에 발간한 보고서 ‘화물연대 파업의 경제적 영향’에서 2008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수출입 차질액을 당시 정부가 65억 7천만 달러(당시 환율로 8조 원이 넘는다!)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회유와 협박에 흔들리지 않고 의왕 ICD사거리에서 파업 대오를 유지하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을 응원한다.

파업중인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화물연대 파업을 응원하고 있다. ⓒ신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