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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성낙인 총장 규탄 기자회견:
“21세기 대명천지”에 일어난 학생 사찰을 규탄한다

10월 14일 오후 2시 서울대학교 본관 앞에서는 성낙인 총장의 학생 사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앞서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철회를 위한 학생총회 직후 본부 점거 과정에서 총장실에서 우연히 문건을 발견했는데, 그 문건에는 관련 활동을 해온 학생들 일부의 신상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성낙인은 공개면담에서 사찰이 있었냐는 질문에 “21세기 대명천지에 무슨 사찰이냐”고 부인했지만 곧 이 문건이 공개되자 자신이 직접 지시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유는 어떤 학생들인지 “궁금”했다는 것이다. 성낙인 총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민간인 사찰을 통렬히 비판했던 권위 있는 헌법학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대명천지에” 앞장서서 학생들에 대한 사찰을 지시했다. 서울대 안팎에서 그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학생들은 기자 회견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도대체 시흥캠퍼스가 무엇이길래 [민간인 사찰을 비판하는데 앞장 선] 양심적인 학자였던 성 총장이 오늘날에는 사찰을 지시하게 됐는지 너무나 놀랍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은 사찰과 관련해 다음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해당 문건이 작성된 경위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 둘째,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 셋째, 학생 사찰에 대해 모든 구성원 앞에 진심으로 사과할 것.

사찰 문건에는 학생들의 학번‍·‍전공‍·‍소속뿐 아니라 지도교수가 누구인지, 또 학생 사회에서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 어떤 이념적 지향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적혀 있다고 한다. 특히 공분을 산 것은 특정 정치조직(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대분회)에 소속된 학생들을 가려내서 ‘집중관리’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찰 문건에 거론된 학생들 중 절반 가량은 변혁당 분회 소속도 아니었다.

사실상 사찰 문건은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에서 가장 열성적이고 원칙적으로 활동한 학생들에 주목한 것이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 본부의 날조”라며, “전체학생총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결정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요구를 특정 정치조직이 준동한 것으로 몰아가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없습니다” 하고 밝혔다.

기자회견 중에는 사찰 당한 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사회학과 12학번 김상연은 “평소 교직원들이 학내에서 기자회견이 있을 때 내 사진을 찍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체계적으로 신상을 관리할 줄은 몰랐다”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번 사찰의 진정한 목적이 “시흥캠 반대 활동가들을 들쑤시는 것”이라며 옳게 지적했다. 총장은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들과 “좀 더 대화해보려는 시도”를 갖기 위해 명단을 작성했다고 말하지만, 실상 “가장 ‘강경’한 학생들을 따로 분류”해서 나머지 학생들과 이간질하려는 것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자유전공학부 이시헌은 “나는 그 조직의 구성원이 아닌데도 명단에 올라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치조직이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선 것이 무엇이 문제냐. 이념 지향이 어떻든 시행캠퍼스의 문제에 분노하는 학생들이 함께 움직인 것이다”면서 “학교 본부 측의 속셈은 특정 이념 지향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분리”시켜 운동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총장은 “충분히 소통”했다고 했다지만 정작 학생들은 배움의 터전이 어떻게 운영될지 결정하는 데서 완전히 주변화 돼 있다. 이런 비민주적인 학교행정도 모자라 학생 사찰까지 해서라도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을 탄압하려는 총장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는 매우 컸다.

비민주적인 학교 당국에 맞서 학생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학교는 비민주적인 처사를 했지만 학생들은 민주주의에 입각해서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점거를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점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본관 점거 농성장의 분위기는 매우 유쾌하고 활력이 넘쳤다. 학생들은 총회가 성사되고 본관 점거를 성공적으로 이어나간 것에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본부와 그 주변에는 대학생 특유의 재기발랄한 대자보들이 한 가득 자리잡고 있었다. “총장님!! 여기는 낮에는 시원하고 밤에는 따뜻합니다!” “성낙인 총장님, 점거 솔직히 바라셨죠?”와 같이 톡톡 튀는 글귀들이 눈에 들어 왔다.

이번 기자회견의 요구들이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더 나아가 시흥캠퍼스 추진을 서울대학생들이 꼭 막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