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스마트 핵폭탄 개발:
‘핵무기 없는 세계’와 먼 제국주의 핵무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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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정부가 최신형 ‘스마트 핵폭탄’ B61-12의 개발·실험을 마치고 양산 직전 단계에 이르렀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핵폭탄 B61-12는 기존 전술 핵무기인 B61의 성능을 개량한 것이다. 이전 시리즈에 견줘, 정밀 유도 기능을 갖춰 명중도를 높였고 터널처럼 깊은 곳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폭발력을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문제는 스마트 핵폭탄이 배치되면서 미국이 이 핵무기를 실전에서 쓰고자 하는 야심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전(前) 미 전략사령부 사령관 제임스 카트라이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B61-12 핵폭탄의 정확도가 향상된 덕분에 미국 대통령과 안보 기구들이 이것을 실제 사용 가능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미국은 새 스마트 핵폭탄을 중국·러시아 등을 겨냥해 유럽과 서태평양 지역에 배치할 것이다. 따라서 제국주의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오늘날, 유사시 이런 핵무기가 남중국해 분쟁이나 한반도에서 사용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미국은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선제 핵 공격 교리를 포기한 적도 없다.
선제
스마트 핵폭탄 B61-12는 미국 정부가 30년간 1조 달러(한화 1천1백41조 원)를 투입하는 핵무기 현대화 계획의 일부다. 이 핵폭탄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핵안전보장국이 만들었다. 그런데 미국 국방부도 대규모의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표 참조) 미국은 경쟁국의 핵미사일을 요격할 미사일방어체계(MD)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
무기 체계 | 계획 | 비용 |
---|---|---|
미니트맨Ⅲ 대륙간탄도미사일 | 현대화 및 교체 프로그램 | 7백억 달러(한화 약 80조 원) |
새 대륙간탄도미사일(GBSD) | 미니트맨Ⅲ와 관련 발사 통제 시설을 대체 | 8백50억 달러(2015~44년) |
B-2 폭격기 | 현대화 프로그램 | 95억 달러(2000~14년) |
B-52H 폭격기 | 지속적인 성능 개량 | |
장거리 폭격기(B-21) | 연구 및 개발 단계 | 41억 달러(2016~25년) |
장거리 원격 순항미사일(LRSO) | 기존 미사일(ALCM)을 새 미사일로 대체 | 25억 달러(추정) |
콜럼비아 급 전략 핵탄도미사일 잠수함 | 새로운 핵잠수함 | 1천4백억 달러(미 해군 추정) |
트라이던트Ⅱ D5 미사일 수명 연장 | 현대화 및 수명 연장 |
이런 점들을 보면,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이 얼마나 위선적이었는지가 드러난다. 러시아와 맺은 핵무기 감축 협정에 따라 미국은 핵탄두 수를 줄여야 하지만, 오히려 핵무기 성능을 개량해 핵 전력 우위를 유지하고자 하니 말이다.
오바마 정부의 핵무기 현대화 추진은 오늘날 제국주의 간 갈등이 점증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조처인 한편, 그 갈등을 더 악화시킬 조처다.
중국은 미국 MD에 자국의 핵미사일 전력이 무력화할 것을 우려하며, 핵과 미사일 전력을 증강해 왔다. 2013년 중국 정부는 새로운 국방백서를 공개했는데, 매번 언급해 오던 ‘선제 핵무기 불사용’ 문구를 빼 버렸다.
러시아도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 작업에 자극받아, 옛 소련 시절의 낡은 핵무기 시스템을 향후 10년간 새롭게 탈바꿈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핵무기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등 열강이 실전 사용까지 염두에 두고 핵무기 경쟁을 벌이는 것은, 가뜩이나 불안정해진 세계를 더한층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오바마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비난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엄청나게 위선적인 행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