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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생물무기 실험하는 주한미군

여러 해 전부터 주한미군이 생물무기 실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이 계속 폭로돼 왔다. 미군이 한국에서 위험한 세균전 실험을 해 왔고, 이를 위해 탄저균 같은 위험한 독소가 한국에 반입돼 온 것이다.

2015년에는 미국 육군의 생화학무기연구소인 더그웨이연구소가 한국의 오산 미군기지와 몇몇 나라들로 살아 있는 탄저균을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게다가 어처구니없게도 당시 탄저균은 민간 택배업체인 페덱스를 통해 배송됐다. 이 일을 계기로 주한미군이 주피터(JUPITR)라는 생물무기 대응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음이 폭로됐다.

이후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는 미군의 시험용 생화학물질이 반입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다. 예컨대 주한미군의 생화학방어프로그램인 센토(CENTAUR)를 위해 부산 8부두 시료분석실, 군산 기지, 오산 기지, 평택 기지 등지로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 등이 반입됐음이 지난해에 폭로됐다. 모두 생물무기 개발 실험이 가능한 물질들이었다. 센토는 주피터가 확대·강화된 프로그램으로 의심받고 있다.

미군은 해당 시료들이 위험성이 없는, 즉 “사멸된 것(사균)”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적국의 생물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실험을 사균으로만 진행한다는 해명은 믿기 어렵다.

지금 미군은 한국에서의 생물무기 실험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는커녕 더 확대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2021년도 회계연도 예산평가서에는 올해 센토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이를 통해 발전된 세균전 기술을 바탕으로 통합조기경보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실험을 통해 얻은 세균전 기술을 주한미군 전체에 실전 배치하겠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8월 26일 ‘부산 미 세균전부대 추방 시민대책위’는 센토를 위탁 운영하는 한 미국 회사가 부산, 대구, 진해 등 주한미군 주둔지 7곳에 대한 채용 공고를 냈음을 폭로했다. 즉, “미국은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시험장에서 진행하는 위험한 실험을 우리 나라 도심 한복판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들에서 진행할 위험성이 [더] 높아[졌다.]”

방어?

미군은 이런 프로그램들과 주한미군 세균전 부대의 존재에 대해 방어적 성격이라고 해명해 왔다. 즉, “점증하는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과 국제적인 생화학 테러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무기가 그렇듯이 방어 목적으로 실험되는 세균이 공격용으로 전환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옛 소련에서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다룬 바 있는 세르게이 포포프는 “방어용과 공격용 생물무기 프로그램의 최초 연구 단계는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미군은 주피터 프로그램 하에서 ‘북한의 가상 도시를 상정한 시가전 모의 실전 훈련’을 실행했다. 이게 방어적 목적의 화생방 훈련이었을까?

2019년 4월 부산항 8부두 미군 출근 저지 집회 ⓒ출처 민주노총 부산본부

한국의 도시 곳곳에서 생물무기 실험이 진행되는 것은 자칫 매우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도 이런 실험을 하다가 안전 사고가 난 전례가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중국 정부가 우한 도심의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왔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살아 있는 탄저균,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독소라는 보툴리눔 따위를 한국 대도시에 가져다가 위험한 짓을 벌이고 있다.

주한미군의 주피터·센토 등은 미국의 패권 전략과 관련돼 있다.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생물학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전략의 실행’이라는 제목의 지시를 내놓으며 이렇게 밝혔다. “생물학적 작용제와 독소를 활용하기 위한 강력하고 생산적인 과학적 모험은 국가안보의 핵심이다.”

미국 정부가 밝힌 바로는, 주피터 프로그램을 2013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 재균형(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을 표방한 후다. 주피터 프로그램 책임자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 덕분”에 한국에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5년에 미군이 탄저균을 보낸 아시아 나라 중에는 한국 말고도 호주가 있었다. 모두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필요한 아시아 동맹국들이다.

즉, 주한미군의 세균전 부대와 해당 프로그램들은 미국과 중국 등의 제국주의 간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은 경쟁국들에 견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려고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거기서 북한 생화학무기의 ‘위협’은 미국에 의해 과장된 채 이런 행위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돼 왔다.

주한미군 세균전 부대는 즉각 철수해야 하고, 관련 프로그램들과 시설들은 모두 폐기·철거돼야 한다. 또한 주한미군이 마음껏 세균전 실험을 하게 해 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 개정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협력도 문제의 일부

주한미군은 생물무기 관련 실험을 진행하면서, 생화학무기 유출입을 규제하는 관련 국내법은 완전히 무시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세균전 부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태를 적당히 무마하기에 바빴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 황교안은 “미국과 특수동맹관계”이기 때문에 미군의 위법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군의 생물무기 실험 시료 반입 폭로가 나오자, 국방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주한미군을 두둔했다.

단지 미국의 ‘호구’여서 한국 정부가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다. 한국은 미국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로서 미국의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에 협력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2011년부터 ‘한·미 생물방어연습’을 공동으로 실시해 왔다. 미국은 한·미 생물방어연습의 경험과 교훈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에 적용하는 데도 관심이 있다. 그리고 2013년 한국과 미국은 세계 최초로 ‘생물무기감시포털 구축 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주한미군의 주피터 프로그램과 연계돼 있었다.

2013년 미국의 제23화학대대가 한국에 배치됐다. 제23화학대대는 유사시 북한에 들어가 핵무기·생화학무기와 관련 생산시설을 접수하는 임무를 맡는다. 지난 2월에 이 부대는 한국군과 합동으로 벌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거 훈련 소식을 공개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 국방부는 “한반도 생물학적 위협요소에 대한 진단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 협약”을 한국 정부와 추진하려 한다. 즉, 조만간 미국과 한국의 협력이 더한층 강화될 수 있다.

한반도가 위험한 생화학전 실험장이 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 따라서 주한미군 세균전 부대에 대한 정부의 모든 협력이 중단돼야 한다.


대량살상무기와 자본주의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들은 이윤을 최대한 얻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자본들은 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자국에 기대야 하고, 국가들도 다른 국가와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국 자본들에 점점 더 기대게 된다.

이렇게 경제적 경쟁과 국가들 간의 지정학적 경쟁과 맞물리면서, 강대국 간 전쟁들까지 일어났다. 그리고 강대국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고 경쟁국들을 제압하려고 무시무시한 대량살상무기들을 빠르게 축적해 왔다. 지구를 수십 번 파괴하고도 남을 만큼 핵무기가 만들어진 현실은 자본주의 체제의 동역학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보여 준다. 지배자들은 핵무기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생화학무기도 만들었다.

즉, 오늘날 대량살상무기는 자본주의 체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대량살상무기는 실전에 투입돼 막대한 인명 손실을 낳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핵무기만이 아니라 여러 생화학무기가 개발돼 실전에 투입된 계기였다.

미국은 핵무기만이 아니라 막대한 양의 생화학무기를 만든 바 있다. 그리고 생화학무기를 실전에 투입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1950~53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세균전을 벌였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오랫동안 제기됐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이 투하한 화학무기 때문에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들이 죽거나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핵무기·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가 낳은 위험 때문에 이런 무기의 개발과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져 왔다. 그리고 여러 군축 조약들이 맺어졌다. 미국과 소련의 핵군축 조약들, 생물무기금지협약(BWC),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자본주의하에서 이런 조약들은 항구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쟁 논리가 이런 조약들을 시간이 갈수록 흔들고 끝내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린다.

예컨대 생물무기금지협약의 경우, 미국이 앞장서 이 조약의 효력을 약화시켰다. 그래서 생물무기금지협약으로는 가입국들의 협약 준수 여부를 검증할 수 없고, 가입국들이 생물무기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

심지어 미국은 이른바 “비치사성” 생물무기는 협약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면서 협약의 제한 범위를 훌쩍 넘어서는 양의 생물무기들을 확보하려고 애써 왔다.

미국은 북한, 시리아 같은 이른바 ‘불량국가’의 대량살상무기를 문제 삼고 이를 명분 삼아 그 국가들을 제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행태를 보면 매우 위선적이다.

단지 미국만이 문제가 아니다. 중국, 러시아 등의 다른 제국주의 강대국들도 상당한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생물무기 개발로도 전환될 수 있는 이중 용도 목적의 연구를 지속한다고 의심받아 왔다.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위기는 강대국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생물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더 느끼는 계기가 되는 듯하다. 경쟁국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생물무기화할 가능성을 서로 의심하면서 말이다. 이 점도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방역 등에서 국제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의 하나다.

대량살상무기 없는 자본주의는 불가능하다. 자본주의가 바이러스 위기, 기후 위기,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우리를 쓰러뜨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자본주의 체제를 쓰러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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