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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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국민투표 결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됐다. 그러자 인종차별이 득세한 결과라며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권력층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
세계경제 위기 발발 이후 영국 노동계급은 끊임없이 공격에 시달려 왔다. 영국노총
이에 대한 반감에는 당연히 모순된 요소가 섞여 있고, 그것이 장차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예정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유럽연합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상황을 반긴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그래서 SWP는 몇몇 좌파단체, 일부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함께
탈퇴 투표의 실제 성향
여론조사 업체 애쉬크로프트는 투표 당일 전국 1만 2천3백69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애쉬크로프트는 설문 응답자를 다음과 같이 직업별로 분류했다.

△사회 계층에 따른 투표 비율
A를 제외한 나머지 계층에는 노동자가 많이 포함된다. 대학 강사, 교사, 보건 노동자 일부는 B에도 포함된다.
잔류에 더 많이 투표한 집단은 A와 B뿐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탈퇴에 투표할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의 3분의 2가량이 탈퇴에 표를 던졌다. 노동계급은 누적돼 온 쓰라림과 분노를 탈퇴 찬성 투표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잉글랜드에서는 런던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탈퇴가 더 많았다. 웨일스에서도 탈퇴가 더 많았다. 런던에서도 탈퇴에 투표한 사람은 1백50만 명을 넘었다. 지역을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과거 대처 정부의 공격을 많이 당한 곳일수록 탈퇴 투표 비율이 높아 60~70퍼센트에 달했다.
한편, 대학생 유권자의 87퍼센트가 투표했는데 그중 85퍼센트는 잔류에 투표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난민
탈퇴 투표자의 절반은
이주민에 관한 의견 분포는 다루기가 까다롭다. 탈퇴 투표자의 14퍼센트만이 이주민을 긍정적으로 여겼고 62퍼센트는 부정적으로 여겼다. 잔류 투표자는 긍정 57퍼센트, 부정 17퍼센트였다. 이는 앞에서 본 사회계층 중 가장 하위인 C2, D, E에 속하는 응답자들이 상위 계층보다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것과 관계 있다.
이런 결과는 사회주의자들 앞에 엄중한 과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 원인을 보통 사람들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수십 년 동안 주요 정당과 언론은 이주민이 너무 많이 들어오는 바람에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주택난이 심각해지고, 임금이 떨어지고, 공공서비스가 망가진다고 선동했다. 지배자들은 개인주의를 부추긴다. 그래서 삶을 개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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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무수한 대중이 여전히 인종차별을 거부한다는 점이 진정 놀랍다. 2015년 9월의 여론조사는 영국인 셋 중 한 명이 난민 구호 기금 모금과 연대 활동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모리가 올해 7월 발표한 이주민에 관한 국제적 인식 결과를 봐도 영국인은 35퍼센트가 이주민에게 우호적이었다. 조사 대상 22개국 중 네 번째로 높았고 유럽에서는 가장 높은 것이었다. 영국 노동자는 대부분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고, 탈퇴 투표자들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 결정으로 영국독립당이 부상하리라고 봤지만 현실은 달랐다. 영국독립당은 국민투표 이후 보궐선거가 치러진 20곳 중 11곳에서 득표율이 떨어졌고 오직 한 곳에서만 득표율이 올랐다.
영국 파시스트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주말에 뉴캐슬에서 있었던 나치 집회에는 전국에서 나치 동조자 겨우 스무 명이 모였다. 3백 명에 달하는 반파시스트 시위대가
노동자들의 모순된 의식에 개입하기
국민투표에서 드러난 노동자들의 반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각각의 노동자가
개인적 경험
투표 직전에 실시된 입소스모리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런 모순된 의식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유권자의 42퍼센트, 탈퇴 투표 의향자의 65퍼센트가 이주민은 영국 사회 전체로 보면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그런데 자신이 사는 지역에 국한된 영향을 물었을 때는 부정적 응답이 24퍼센트로 뚝 떨어졌다. 탈퇴 투표 의향자의 절반가량은 이주민이 자기 동네에서는 긍정적 영향을 끼치거나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아가, 개인적 경험을 물었을 때는 유권자의 78퍼센트, 탈퇴 투표 의향자의 62퍼센트가 이주민이 자기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거나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이주민을 부정적으로 말할 때는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단연 가장 좋은 방법은 투쟁에 참가하는 것이다. 커다란 파업이 벌어지면 노동자들은 서로를 경쟁자가 아니라 동지로 보게 된다. 반면, 파업이 적을수록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생각들이 퍼지기가 더 쉽다.
인종차별은 앞으로도 계속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다.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영국 정부는 영국 내 유럽인들의 권리나 유럽인들이 영국으로 자유롭게 이주할 자유를 빼앗거나 억누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전선
지난 몇 년간 영국 정치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영국독립당이 수백만 표를 얻으며 떠올랐고, 스코틀랜드에서는 독립 투표가 치러지면서 스코틀랜드국민당이 떠오른 반면 노동당은 스코틀랜드에서 거의 붕괴했다. 이후 제러미 코빈이 긴축 반대 정서에 힘입어 모든 이의 예상을 뛰어넘어 노동당 대표가 됐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변이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그런 이변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적극 개입해야 한다.
이 글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2016년 가을 호에 실린 찰리 킴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