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기업 맞춤형 대학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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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기업주 수요 맞춤형 미래융합대학 추진
고려대 당국이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미래융합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융합대학은 노골적으로 산학협력을 지향한다. 이 계획에는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이는 대학 교육 전반에 기업의 입김을 키울 게 분명하다.
한 학기 등록금이 7백50만 원이나 되고 수상 경력과 특기활동을 주요 선발 기준으로 삼고 있어, “제2의 정유라”를 위한 “귀족 대학”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미래융합대학 설립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교육개혁”의 일환이다. 그 핵심은 “산업 수요 맞춤형”으로 대학을 재편하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 맞춤형 교육’은 대학 교육을 기업의 이윤 추구에 종속시켜, 교육과정을 왜곡하고 협애하게 만들어 왔다. 학생들과 대학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필요는 뒷전으로 밀렸다.
고려대 학생들과 교수들은 항의 행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 당국은 미래융합대학 정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겠다고 통보했다. 학교 당국은 미래융합대학 관련 설명을 하겠다며 요식행위에 불과한 토론회를 개최하려 했다. 그래서 자유전공학부 학생과 교수 들을 중심으로 한 많은 사람들이 토론회장 입구를 가로막아 두 차례 무산시켰다.
학생들은 11월 28일 열릴 학생총회에서 미래융합대학 설립 반대 목소리를 모아 나갈 예정이다. 박근혜 퇴진 위한 행동을 결의하는 것도 이날 총회의 주요 안건이다.
기업 종속, 돈벌이 교육 심화시킬 대학 구조조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이현주
서울대: 탐욕, 관료주의로 점철된 시흥캠퍼스 추진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10월 10일 학생총회를 열고 40일 넘게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학교 당국이 8월 22일 시흥에 새로운 캠퍼스를 세우기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시흥캠퍼스 건설 계획은 2009년 서울대학교와 시흥시가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시작됐다. 시흥시는 이를 바탕으로 ‘배곧신도시’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들어서는 교육도시’라는 홍보와 함께 서울대병원 분원과, 2천~3천 명 규모의 기숙형 대학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정부는 공유지를 원가 이하로 기업에 제공할 수 있도록 도시개발법을 개정했고, 시흥시는 한라건설에 헐값에 땅을 매각했다. 한라건설은 3차에 걸쳐 6천7백 가구를 분양해 큰 이익을 거뒀고, 이 개발 이익 중 일부로 시흥캠퍼스 건물 등을 지어 주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기업과 투기꾼들은 큰 이득을 봤지만 학교 당국은 아직도 캠퍼스를 어떻게 운영할지 제대로 된 계획도 없다. 돈벌이를 제외하면 합당한 이유도 없이 학교를 시흥시로 다니게 될지도 모르는 학생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대강 들어도 부패의 냄새가 솔솔 나는 개발 사업에 학생들이 짐짝처럼 옮겨지는 것에 학생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서울대총장 성낙인이 여러 차례 거짓말로 학생들을 속이고는 몰래 실시협약을 체결해 버린 것도 의혹을 키웠다. 당장은 아니어도 새로운 캠퍼스 운영 비용을 위해 등록금 인상 등 학생들에게 비용을 떠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적이다. 최근에는 의무 기숙 계획은 없다던 말도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나 학생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장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