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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한국에서 열린 ‘2016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성지현
ⓒ성지현

11월 20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가 열렸다.

'트렌스젠더 추모의 날'은 해마다 11월 20일에 혐오 범죄로 목숨을 잃은 트랜스젠더를 추모하는 국제적 행사로, 199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살해된 트랜스여성 리타 헤스터를 기리면서 시작됐다.

트랜스젠더들은 온갖 차별, 혐오, 괴롭힘에 시달린다.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사이트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만 혐오 범죄 등으로 87명의 트랜스젠더가 사망했다. 2008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집계된 숫자는 2천2백64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는 아예 이런 통계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나라에 트랜스젠더 조직과 활동가들이 없다면 이런 죽음이 알려지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트랜스젠더 모임이 결성되고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추모 행사도 그 연장선상으로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와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가 중심이 돼 개최했다.

추모 행사가 열린 홍대 숲길 공원에는 약 1백여 명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활동가들은 발언에서 죽은 트랜스젠더를 추모하고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거리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했다"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이승현 활동가는 "트랜스젠더들은 살아 왔고 살아 가기 때문에 대견하고 격려받아야 한다. 먼저 간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한다. 먼저 간 이들을 자랑스럽게 기억하자"고 말했다.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의 이인섭 활동가는 지난해 11월 '전환치료'라는 명목으로 교회와 집에서 수년간 구타당하다가 탈출한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사례를 얘기했다. 그리고 많은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이 '띵동'으로 연락을 주고 있지만, 막상 집을 잃은 이들에게 제공할 쉼터가 마땅치 않음을 안타까워했다.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라라 활동가의 발언은 모두의 눈물을 적셨다.

"아이가 머리를 기르고 화장을 해서 트러블이 있었어요. 밝았던 아이가 성장기를 지나면서 자존감이 낮아져서 자해 시도도 했었죠. 그런데 아이가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시간에 일부러 잠을 안 자고, 발이 다 까져도 신발도 일부러 한 치수 작게 신고 다니는 걸 몰랐어요. 원래 트랜스젠더는 2차 성징 이전에 조처를 취해야 하는데. 모든 걸 너무 늦게 알았어요.

"우리는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처음부터 그런 결정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성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도 어렵고 호적 변경도 어려워요. 그런데 수술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수술을 하려면] 다른 모든 생활을 포기해야 했었죠. 정말이지 좌절감을 느꼈어요.

“비수술 트랜스젠더도 본인이 원하면 자유롭게 성별을 바꿀 수 있어야 해요. 또, 다른 나라들처럼 트랜스젠더 수술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운동과 투쟁을 해야 합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의 이드 활동가는 오늘 행사를 준비한 이유를 말했다.

"저는 트랜스퀴어입니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성역할이나 성별이분법과 다른 행동을 합니다. 저는 성소수자이고 집안에서 막내여서 오랫동안 가정 폭력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러다 2014년에 쉼터에 들어가고 나서야 처음으로 '나도 지지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느꼈고, 인권 활동을 시작했어요.

"'여행자'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 트랜스젠더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가 죽기 전에 왜 나에게 연락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지금의 사회는 트랜스젠더가 없는 사회입니다. 성별이분법적인 주민등록증에서부터, 트랜스젠더를 위한 화장실조차 없습니다. '여행자'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더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와 일본과 시카고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들 등이 연대 발언을 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트렌스젠더 추모의 날’을 계기로 트렌스젠더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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