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학생총회:
2천여 명이 박근혜 퇴진과 대학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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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고려대학교 학생총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연인원 2천5백 명이 모였다. 학생들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기로 결의하고, “미래대학” 설립과 학사제도 개정안 전면 철회 요구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추운 날씨인데도 학생들 2천여 명이 3시간가량 자리를 지켰다.
총회 나흘 전인 11월 24일, 고려대 총학생회와 일부 학생들은 “미래대학” 설립과 학사제도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에 들어갔다(관련 기사: 고려대, 친기업 구조조정에 맞서 점거에 들어가다). 본관 점거 농성으로 “미래대학” 설립의 문제점과 학교 측의 비민주적 행태가 널리 알려진 것이 학생들이 대거 학생 총회로 모인 주요 요인이다. 바로 이틀 전, 전국적으로 1백90만 명이 모인 박근혜 퇴진 운동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총회 시작 시간인 3시가 되자, 학생 수백 명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총회 장소에 들어가려 수백 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단과대 학생회는 물론이고, 과 학생회 깃발들도 나부꼈다. 특히 문과대, 정경대, 사범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의과대학과 전기전자공학부 학생들도 많았다.
청소노동자들도 학생들과 연대하기 위해 참가했다. 한 청소노동자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첫차 타고 출근해서 피곤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싸울 때] 학생들이 연대해 주는데 우리도 와야 하지 않느냐" 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먼저 총회 장소로 들어온 학생들은 줄 서 있던 학생들이 다 들어올 때까지 손난로로 손을 녹여가며 기다렸다. 추워도 많은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에 즐거워 보였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4시 20분이 되자 박세훈 총학생회장은 학생총회 개회를 선포했다. 고려대에서 학생총회가 성사된 것은 2011년 이래 5년만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 결의” 안건 발의자인 연은정 학생이 먼저 발언했다. 연은정 학생은 “우리에게는 높은 등록금, 공공요금 인상, 비정규직 강요하고, 세월호 진실을 덮으려” 하면서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 그리고 이들에게 돈을 갖다 바친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은 "국정을 농단"해 왔다면서 박근혜 퇴진을 위해 계속해서 함께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새누리당 설득해야 하는 탄핵"이 아니라 "즉각 퇴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교 당국이 추진하는 '미래대학'도 박근혜 정부의 '프라임 사업'에 발맞춘 것"이고, "우리가 점거를 통해 승리를 거둔다면 이는 박근혜 퇴진 운동에 힘이 될 것"이라면서, 본관 점거에 더 많이 모이자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즉각 퇴진하라”를 목청껏 외쳤다. 똥고집을 부리며 물러나지 않는 박근혜에 더 ‘열불’이 난 듯했다.
학생들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5시 본관 앞에서 학내 집회를 열고 7시 도심 촛불 집회에 동참하는 등 박근혜 퇴진 운동에 적극 동참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미래대학” 설립안과 학사제도 개정안 “전면 철회” 요구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미래대학” 설립은 최근 고려대 당국이 추진해 온 친기업적 구조조정 프로젝트로, 대학 교육과 기업과의 연계 강화가 핵심이다. 지난 1년간 많은 교수들과 학생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해 왔음에도, 고려대 당국은 최근 이를 강행하고 있다.(관련 기사: 기업 종속, 돈벌이 교육 심화시킬 미래융합대학 강행 중단하라) 고려대 당국은 “미래대학” 단과대 설립을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겠다고 했었다.
학생 총회가 열리기 30분 전, 고려대 당국은 긴급 담화문을 발표해 일부 ‘양보안’을 제시했다. 학생들이 대거 모일 것을 우려해 총회에 나쁜 영향을 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 내용은,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지 않는 대신 각 단과대 정원을 2.5퍼센트씩 감축하겠다는 기만적인 것이었다.
이에 박세훈 총학생회장은 “정원이 문제가 아니라 [미래대학의] 내용이 문제”라면서 학교 측은 미래대학 설립 자체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과대 하나를 한 달 만에 만드는 게 정상적인가. 자유전공학부 폐지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서 “민주적 절차를 어기는 것은 학생이 아니라 학교 당국”이라고 규탄했다.
복금태 전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 역시 “미래대학을 만들지 말고 [그 돈으로] 기존 학생들 지원을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학사제도 협의체 신설 등 민주적 대학을 위한 3대 요구안을 가결했다.
‘불통’ 행정
총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학교 당국의 ‘불통’ 행정에 크게 분노했다. 불문과 한 학생은 “학교가 항상 다 정해 놓고 학생들에게 통보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본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학생들에게는 박근혜의 ‘불통’과 염재호 총장의 비민주적 행정이 겹쳐 보였을 것이다.
모든 안건을 처리한 6시까지 2천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서 손발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표정은 매우 밝았다.
총회 스태프인 독어독문학과 한 학생은 “2천 명이 모일 줄 몰랐다”면서, “학생들이 ‘미래대학’에 대해 ‘제2의 정유라 만드는 대학 아니냐’고 한다. ‘미래대학’ 문제를 이화여대 정유라 사건과 비슷하게 느낀 것 같다” 하고 말했다. 돈과 권력으로 어마어마한 특혜를 누려온 정유라에 대한 분노, 입시 경쟁에 이어 학점, 스펙, 취업 경쟁에 시달려 온 학생들의 불만이 깊게 깔려 있는 것이다.
총회가 끝나고 일부 학생들은 행진해 농성중인 본관으로 들어갔다.
고려대 학생총회는, 1백만 촛불에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도통 알아먹지 못하는 박근혜와 ‘불통’ 일변도인 고려대 총장 염재호에 대한 불만이 상당함을 보여 준다.
고려대 학생들의 항의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온갖 악행들을 철회시키기 위한 투쟁의 일부다. 이 투쟁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전진 속에서 분출했고, 동시에 이 투쟁의 승리는 박근혜 퇴진 투쟁에도 큰 영감을 줄 것이다.
총회에서 “미래대학”과 학사제도 개악 전면 철회를 위한 싸움에 지지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관 점거 투쟁이 지속되고 연대가 커지는 것이 중요하다. 고려대 학생들의 승리를 위해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