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활동가 인터뷰:
“경영정상화가 아니라, 구조조정 반대·총고용 보장 걸고 싸워야”
〈노동자 연대〉 구독
박근혜 정부가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우조선 사측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인력 감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정부의 자금 지원을 이유로 노조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동의서”(일명 ‘고통부담 동의서’)를 강하게 압박했고, 유감스럽게도 노조 집행부가 2014년에 이어 또다시 동의서에 서명했다.
집행부의 거듭된 타협을 비판하며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선동하고 있는 대우조선노조의 좌파 현장서클 ‘현장중심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이하 현민투)의 신상기 활동가를 인터뷰했다.
Q 정부가 일명 ‘대우조선 회생 불가 보고서’라고 불린 맥킨지 보고서를 사실상 폐기했다고 하지만, 지금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속도와 강도는 더 세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 상황은 어떻습니까?
사측이 어제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2차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에는 올해까지 17개 사업부를 분사화한다는 계획도 나왔습니다. 시한은 봐야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봤을 때) 이렇게 떠도는 ‘찌라시’들이 아마 맞을 겁니다.
간접 지원직은 1백 퍼센트 분사 대상으로 봐야 합니다. 직접 생산직 안에서도 크레인이나 신호수들도 대상입니다. 지금 희망퇴직으로 (정규직) 조합원 수가 줄어서 6천5백 명 정도 되는데, 사측은 앞으로 4천~5천 명으로 줄이겠다고 합니다. 분사화해서 비정규직으로 채우겠다는 것입니다. ‘소사장제도’ 같은 것을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경우, 올해 말 해양플랜트 물량 인도가 끝나면 거의 다 빠져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해양플랜트에서 일하는 80퍼센트가 비정규직이고, 특히 물량팀이 많습니다. 이미 이쪽은 물량이 줄고 있어 부서 통폐합까지 하고 있는데, 여기가 (구조조정의) 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확실히 구조조정 추진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원래 자구안은 2018년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상당히 당겨졌습니다. 올해 말까지 완료하기는 힘들 수 있지만, 내년 초순, 1월경까지는 어떻게든 마무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Q 정부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박근혜 정권 하에서 모든 걸 정리하고 가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차기에 누가 (정권읕) 잡을지 모르겠지만, 누가 잡더라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려 할 겁니다.
특히, 대우조선 부실이 커졌기 때문에 정부는 빨리 털고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대우조선 부채비율이 7천 퍼센트가 넘습니다. 그래서 수주가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더라도, (정년퇴임을 통한 인력 감축 수준이 아니라) 인적 구조조정을 하고 자회사를 정리하고 사원 아파트도 다 정리하고, 모든 걸 다 정리해서라도 부채비율을 대폭 낮춰서 수주를 재개할 수 있게 만들려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투자금을 빨리 빼낼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까지 정부가 대우조선에 투자한 돈이 62조 원입니다. 노동자가 죽든 말든 이걸 빨리 회수하려는 게 큰 겁니다.
그렇게 해서 어쩌면 맥킨지 보고서의 계획처럼 빅2 체제로, 대우조선 매각 수순으로 가려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정부는 이미 대우조선의 몸집을 줄이고 있습니다.
Q 정부와 지배자들은 대우조선 부실 규모가 너무 크고 분식회계 등 부패도 심각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데요?
이런 주장은 문제가 많습니다. 왜냐면, 부실을 키운 것은 그들입니다. 분식회계 다 알고 있었으면서 관리·감독을 소홀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관계 장관들이란 사람들이 모여서 발표한 걸 보면, 구조조정만 주문했지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들, 부실경영이나 분식회계 했던 사람들에 대한 제재는 전혀 없습니다.
그들에게 기대할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대우만 정상화 시키면 된다’, ‘현장 노동자야 잘리든 말든 그건 당신들이 알아서 하고, 우리는 거기에 투자한 돈만 빼내면 된다’ 이런 겁니다.
우리는 이런 경영정상화 논리에 말리면 안 됩니다. 모든 책임이 당신들에게 있으니, 당신들이 책임지라고 주장해야 합니다. 구조조정 반대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Q 노조 집행부는 말씀하신 것과 다른 길을 택한 것 같습니다. 집행부가 사인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동의서”는 어떤 내용입니까?
이번에도 또 동의서는 비공개라고 하더라고요. (2014년에 집행부가 1차 ‘고통분담 동의서’를 썼을 때도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였다.) 열람은 가능하다고 해서 봤는데, 어쨌든 핵심은 회사의 자구안에 동의하고, ‘경영정상화’를 저해하는 행위는 안 하겠다는 것입니다. 노조가 노동3권을 포기한 거죠. 지난 집행부가 동의서 썼으니까, ‘16대 집행부 동의서를 승계한다’고 해 준 겁니다.
그런데 이건 정부와 채권단, 경영진을 위한 동의서입니다. 우리를 위한 게 아닙니다. 그걸 쓴다고 구조조정을 안 한다는 약속을 받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집행부에게 동의서 폐기하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부가) ‘동의서 안 쓰면 법정관리 들어간다고 해서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이미 정부가 대우조선 살리겠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그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논리 자체가 이해가 안 됩니다. 우리만 자르겠다는 건데 말입니다.
사실 ‘경영정상화’에 노조 집행부가 동의했다는 게 얼마나 웃긴 얘깁니까? 노동자들이 경영을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노조는 경영정상화가 아니라, 회사 자구안 폐기, 구조조정 중단, 총고용 보장을 내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현장 노동자들도 제대로 싸울 수 있습니다.
Q 노동자들이 집행부에 실망을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집행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계획입니까?
노조에 동의서를 압박할 때 정부와 언론이 법정관리를 압박하니까, 조합원들도 집행부에 그렇게 불만을 막 제기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집행부가 제대로 대응을 못하니까 그런 거죠. 노조가 ‘모든 책임은 당신들에게 있는 거 아니냐. 당신들이 부실을 키운 거 아니냐. 법정관리 할 테면 해 봐라. 노조는 노조대로 구조조정 반대하면서 싸우겠다. 우리의 갈 길을 가겠다’고 선을 그었으면 해볼 만한 싸움이었는데, 안타깝습니다.
몇 달 전 노조 선거에 현민투가 ‘(2014년) 노조 동의서 폐기, 구조조정 저지, 총고용 보장’을 내걸고 후보로 나갔습니다. 1차 투표에서 36퍼센트로 1등을 했고, 2차 땐 49.2퍼센트를 받았는데, (1백여 표 차이로) 아깝게 졌습니다.
조합원들은 우리 주장에 동의를 많이 했습니다. 현장에 통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안정적일 때와는 다르게, 위기 때 투쟁할 집행부를 찾았던 거죠.
(선거 이후 몇 달 지난 지금) 솔직히 직접 생산직은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도 같지만, 간접부서는 불안감이 큽니다.
현민투가 현장 제 조직에 공동투쟁위원회를 제안했습니다. 앞으로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네 개 조직이 다음 주부터 현장에서 출근투쟁, 유인물 배포하면서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노조 집행부가 분사, 아웃소싱까지 동의해 준 상황이라, 집행부가 할 수 있는 건 없을 거고, 우리가 해야 합니다.
(조선소 노조들이 구성한) ‘조선업종노조연대’에도 바라는 게 있습니다. 위원장들이 매번 자기들끼리만 회의 하지 말고, 각자 어떻게 투쟁하고 있는지 현장 순회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얘기해 주면 좋겠습니다. 현대중공업 위원장이, 각 단위 사업장 대표들이 대우조선에 와서, 우리는 투쟁 이렇게 하고 있다고 하면 우리 조합원들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정리 박설
녹취 김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