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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켄 로치 감독):
고통과 빈곤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실패한 체제 탓

켄 로치의 새 영화는 영국 복지개혁의 현실에 대한 대담한 탐구다.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를 통해 디스토피아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오늘날의 현실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 준다.

비록 영화 속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노동연금부(DWP)에 의해 삶이 좌지우지되는 많은 사람들의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주택난 때문에 런던을 떠나야만 했던 두 아이의 어머니, 복지 수당 청구자들에게 동정적인 고용센터 노동자, 숙련 목수이지만 일터에서 심장마비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뒤 더는 일할 수 없게 된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를 만난다.

등장인물들은 친절함, 정직함, 진실성 등 인격적으로 많은 자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런 것을 가치 없다고 여긴다. 실제로 등장인물들은 그런 덕목들 때문에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서 어려움을 겪고, 영화는 복지 체계가 실제로는 단 한가지 목적을 위해 설계됐다는 것을 갈수록 실감나게 드러낸다. 바로 복지 수급자들을 최대한 걸러내려 한다는 것 말이다.

영화는 노동능력평가에서 “일할 수 있다”고 판정 받은 [즉, 구직 활동을 하지 않으면 복지 청구 자격을 잃는] 다니엘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겪는 시련과 고난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노동능력평가로 복지 청구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는 신노동당 집권기에 도입됐으며 보수당-자유당 연정 기간에 더 강화됐다.

영화 속 장면들은 사실적이다. 최근 복지 수당을 신청해 본 경험이 있는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노동연금부와 통화하기 위해 진이 빠지도록 기다려야 했던 경험, 구직 활동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복지 수당 청구 자격을 의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고용센터,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수급권 결정권자가 휘두르는 무소불위 권력이 주는 공포.

켄 로치는 노동계급의 삶을 정확하고 담담하게 묘사하는 흔치 않은 재주를 가졌다. 그는 복지“개혁”과 무료급식소, 정신건강, 세파에 부딪혀 여러모로 창조적이지만 또한 위험하고 굴욕적으로 대처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관성을 들춰낸다.

켄 로치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는 고용센터 상담원들 사이의 충돌도 다룬다. 상담노동자들은 복지 수당 청구자들을 비난하는 우파 캠페인과,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본능 사이에서 갈등한다.

연금노동부의 통계를 보면, 노동능력평가에서 ‘일할 수 있다’고 판정 받아 고용지원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후 2년 내에 사망한 사람이 2천3백80명이나 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진행된 복지”개혁”은 수많은 사람을 고통과 빈곤 속에서 살도록 만들었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그들의 불행은 개인의 책임이며 개인의 실패 탓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실은 그들의 고통과 빈곤은 체제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런 불의를 볼 수 있도록 환하게 들춰내야 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바로 그 구실을 수행한다.

상영관 안내

수도권: 대한극장, 롯데시네마(건대입구, 신도림, 월드타워, 부평, 안양역, 주엽), 메가박스(센트럴, 신촌, 아트나인, 코엑스, 백석, 분당, 킨텍스), 서울극장, 씨네큐브 광화문, 아리랑시네센터, 아트하우스모모, 에무시네마, 영화공간 주안

전국: 부산 롯데시네마(광복, 센텀시티, 오투), 메가박스 해운대/ 광주극장/ 대구 동성 아트홀/ 창원 씨네아트 리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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