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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황유미 씨(삼성반도체 근무) 산재사망 10주기:
글로벌 대기업을 상대로 벌여 온 치열한 투쟁

3월 6일은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황유미 씨가 스물셋 젊디 젊은 나이에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와 그 가족이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골리앗 삼성과 맞서 싸운 지 1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황유미 씨의 죽음은 삼성 반도체 공장이 백혈병 등 심각한 직업병을 양산한 주범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16년 12월 현재 삼성전자에서 일한 2백30여 명이 직업병 피해를 반올림에 제보했는데, 안타깝게도 벌써 사망자만 79명에 이른다. 지난 1월 14일에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김기철 씨가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계열사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1백12명이고, 하이닉스, 매그나칩, ATK(구 아남), 페어차일드, LG전자 등 다른 반도체 사업장들로 넓히면 사망자가 1백40여 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반올림에 제보된 피해 현황일 뿐 반도체를 다루는 전자 산업 노동자들의 직업병 실태를 온전하게 드러내지는 못한다. 이보다 훨씬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했거나 지금도 죽어 가고 있다.

2011년 황상기 씨와 반올림의 끈질긴 투쟁 끝에 고 황유미 씨는 법원에서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노동자로 처음 인정 받았다.(이 소송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거부에 맞서 벌였는데, 삼성은 파렴치하게도 근로복지공단 측의 보조 참가인 자격으로 재판에 개입했다.)

그러나 지금도 전자산업 직업병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을 받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자산업 직업병 노동자 83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승인을 신청했지만, 33명이 불승인되고 고작 7명만 승인받았다(반올림, 2016년 12월 기준). 불승인된 33명 중 4분의 1만이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 확정도 고작 5건에 불과하다.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은 과거의 화학물질 노출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화학물질에 노출된 사실을 노동자가 직접 증명하지 못했다 등을 근거로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노동자들이 작업 중에 만져야 하는 화학 물질이 무엇인지 공개하지도 않는다. 기업 비밀이라는 것이다. 산업보건의들은 수백 종의 화학 물질을 사용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작업환경 측정은 10퍼센트 남짓에 불과해 추정할 자료조차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직업병 노동자들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합리함의 극치다.

황유미 씨 사망 이후 삼성반도체 공장 등 여러 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에 대한 조사가 벌어졌는데, 그 결과들은 하나같이 심각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조차 “반도체 여성 근로자의 악성 림프종 발병 위험 2.03~5.16배 높다”(2008년), “반도체 취급 공장에서 취급하는 화학제품에서 여러 발암물질이 부산물로 발생”(2012년)한다고 밝혔다. 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에서 발암물질 검출” 결과를 발표했는데, 2013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화학물질 관리’에 상당한 문제점이 전반적으로 관찰”된다고 발표해 그 뒤로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줬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은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 온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윤 지상주의

삼성전자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죽어 가는데도, 삼성은 산재가 개인 질병일 뿐이라며 사과도 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산재는 기업의 살인행위와 다름없다. 삼성의 후안무치한 태도는 이윤을 위해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 따위는 무시해도 좋다는 비정한 이윤 논리를 단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이런 악랄한 삼성에 맞서 직업병 피해자들과 반올림이 무려 7년을 싸운 성과로 2014년 5월이 돼서야 삼성전자 대표가 ‘공개 사과’를 했다.

그러나 삼성은 비열하게 피해자 가족들과 활동가들 사이를 이간질하려 했다. 그래야 일부 보상만으로 이 문제를 신속히 매듭지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로 인해 일부 가족들이 가족대책위를 구성했고, 이들은 삼성과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5년 7월에 나온 조정위원회의 권고문은 반올림의 요구나 유가족이 원하는 피해보상으로는 미흡했다. 삼성도 이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삼성은 자체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일방적으로 보상 기준 마련, 심사, 집행을 강행했다. 삼성은 대상 질병, 보상 대상, 보상 내용을 모두 축소했고, 이조차 보상 신청 시한을 2015년 12월 31일로 못 박았다. 이후 1백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성은 이들에게 보상 내용을 공개하면 모두 반환하도록 해 침묵을 강요했다. 일부 가족은 삼성의 보상액이 치료비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조정위원회 제안에 따라 삼성은 반올림, 가족대책위와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를 했다. 핵심적으로 외부 인사들이 삼성을 감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이 기구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은 여전히 직업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한 해 1천억 원이 넘는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을 정도로 후안무치”하며 “비밀유지를 위해 피해자에게 돈을 건네며 산재를 은폐하려는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황상기 씨 등 유가족들과 반올림의 투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의 제대로 된 공개 사과와 피해자들에 대한 배제 없고 투명한 보상을 촉구하며 강남 삼성본관 앞에서 5백 일이 넘도록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퇴진 운동에서 힘을 얻다

반올림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도 적극 동참해 왔다. 이재용은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번 돈을 뇌물로 바쳤고 그 대가로 수조 원의 부당 이득을 얻었다. 삼성의 로비 내용에는 재벌 3세 승계뿐 아니라 삼성 백혈병 논란을 잠재우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고 황유미 씨에게 5백만 원을 던져 준 삼성이 정유라에게 3백억 원을 퍼 준 것을 보면 치가 떨릴 정도로 역겹다.

그러니 이재용 구속은 지난 10년간 처절하게 투쟁해 온 이들에게 얼마나 기쁜 소식이었겠는가. 이날 황상기 씨는 떡을 돌렸다.

지난 10년 동안 삼성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워 온 이들에게 이재용 구속과 퇴진 운동은 무엇보다 큰 위로이자 힘이 됐을 것이다.

고 황유미 씨 10주기를 앞두고 3월 3~6일까지 추모 행동이 진행된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만 인 서명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직업병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 반올림의 끈질긴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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