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선 결과:
제2당이 된 극우 자유당과 이를 막을 수 없음을 보여 준 주류 정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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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총리 마크 뤼터는 3월 15일 총선의 결과를 두고 “잘못된 포퓰리즘”에 맞서 승리했다고 환호했다.
뤼터가 이끄는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VVD)은 여덟 석을 잃었지만 원내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무슬림 혐오 정당인 자유당은 한때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기도 했지만 다섯 석을 늘리며 제2당이 됐다. [이전까지는 다섯 번째 정당이었다.]
빌더르스가 인종차별을 여과 없이 늘어 놓는 모습에 많은 평범한 유럽인들은 질겁했다. 유럽의 엘리트들은 빌더르스가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포퓰리스트”라는 사실에 겁을 냈다. 빌더르스는 EU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해 왔다.
EU 전역에서 주요 정치인들은 뤼터가 문밖의 늑대를 막아낸 것을 크게 축하했다. 그러나 그간 공공 서비스와 노동자들의 권리를 공격해 온 주류 정당들은 철퇴를 맞았다.
자유민주당과 함께 연정을 꾸렸던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몰락해서 39석에서 겨우 9석으로 줄었다. [동물해방을 내건] 동물당보다 겨우 네 석 많은 상황이다. 원내 2당에서 7당으로 추락했다.
또한, 자유민주당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빌더르스의 인종차별적 행보를 흉내 낸 덕분이었다.
뤼터는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서 네덜란드 내 소수 인종들에게 “정상적으로 행동하거나 떠나라” 하고 말했다. 선거 전 주에는 네덜란드-터키 이중국적을 보유한 시민들을 악마화하고 탄압하려고 터키와의 외교 갈등을 이용했다. [네덜란드에는 터키계 주민이 수십만 명 있다.]
뤼터는 자기 행동은 “올바른 포퓰리즘”이라고 본다. 지배자들의 기관인 EU를 옹호하고 사장들을 위한 개악을 이끌기 때문이다. 뤼터는 노동자 권리를 공격해 왔고, 그 결과 네덜란드는 EU 내 “노동시장 유연성”이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
이런 자유민주당과 함께 연정을 꾸릴 파트너로 기독교민주당과 중도주의 정당인 민주66이 꼽힌다. 두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이 늘었으나 둘 다 자유민주당의 인종차별과 긴축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한편 극우는 계속해서 주류 정치권으로 전진하고 있다. 빌더르스가 이끄는 당은 이제 제2당이 됐고, 그는 야권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민족주의 정당인 ‘민주주의 포럼’은 처음으로 의원을 2명 배출했다.
사회당(SP)과 녹색좌파당은 14석을 차지하며 노동당을 앞질렀다.
사회당으로서는 한 석 잃은 것이다. 사회당 지도부는 지역 수준의 연정에 참여해서 자신들이 “책임성 있게” 통치할 능력을 보이고 이주민에 반대하면 주류 정당의 표를 빼앗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표를 얻은 것은 이주민에 친화적인 녹색좌파당이었다. 녹색좌파당은 표가 4배로 늘었고, 의석은 4석에서 14석으로 늘었다. 터키계 후손인 전직 노동당 의원들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새로운 정당 DENK를 만들어 선거에 도전했는데 세 석을 얻었다. 새로 생긴 또 다른 좌파 정당 제1조는 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82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것이다.
경제 위기의 고통과 그에 대한 두려움, 극우 세력의 위협은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지배자들은 현 상황을 조장한 장본인이지만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