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정말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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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운동 내에서는 배의 침몰과 국가의 구조 방기와 관련한 다양한 의혹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올해 초 발표된 자로의 ‘세월X’(외부충돌설)는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자로의 가설은 최근 인양된 세월호에서 충돌 흔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오류임이 입증됐다.
자로는 거대 물체(예컨대 잠수함)와의 충돌설을 제기하면서, 과적과 비정상적 증개축, 고박 부실 등의 요인은 침몰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세월호의 과적은 일상적인 일이었고, 오히려 당일 화물은 평소보다 적어 과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로가 근거로 드는 자료는 인천항만공사가 밝힌 것으로, 차량이나 트레일러를 뺀 화물량인 데다 인천항만공사가 직접 조사한 무게도 아니었다.
자로는 2014년 10월 검찰 발표나 2016년 6월과 9월 세월호특조위가 발표한 자료에서 밝힌 화물량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뿐만 아니라 자로는 제주 해군기지행 철근 과적이나 화물의 이동이 침몰에 끼친 영향 등에 관해 세월호특조위가 조사한 사실들도 무시했다.
세월호 참사를 우연적인 충돌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세월호 참사가 체제의 문제에서 비롯했음을 외면하는 것이다. 더욱이 자로는 자신의 가설을 강화하려던 나머지 청해진해운과 정부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논리로도 나아갔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세월호 운동은 자본주의 이윤 경쟁,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 정책, 국가와 자본의 부패 커넥션,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같은 친제국주의 정책 등이 참사의 배경임을 밝혀냈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만 앞세우고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는 자본주의와 국가 아래서 그 불행을 예비해 온 것이다.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할 때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는 식의 태도는 자칫 진상 규명 요구로부터 제기되는 책임자 처벌과 안전 사회 건설의 과제가 당장의 과제가 아니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쉽다.
예컨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상주와 같은 마음으로 가장 열심히 국가에 대항해 싸워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세월호 참사 3주기 선언문에는 ‘가만히 있으라’ 방송을 한 선원과 그 지시를 내린 해운사 직원, 세월호 선원, 현장에 출동한 해경 등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주요하게 부각됐다.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 당일의 행위자들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실이 밝혀진 것도 아니기에 진상 규명은 여전히 필요한 요구다. 특히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담고 있는 증거들을 조사해 비어 있는 퍼즐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체 절단을 주장하며 증거 훼손을 시도하려는 해수부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밝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박근혜가 ‘세월호 7시간’ 동안 미용 주사를 맞았는지, 잠을 자고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가 세월호 참사의 제1책임자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게다가 세월호 수사를 방해하고 유가족 탄압을 지시한 정황이 이미 드러난 황교안, 우병우, 김기춘 등의 처벌을 지체할 이유도 전혀 없다.
말단 해운사 직원들과 선원들의 책임을 앞세우다 의도찮게 그들에게 당일 행동을 명령한 진정한 실질적 책임자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실 노동의 소외가 만연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관련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행동을 모아 총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그런 태도는 1차 승리를 거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힘입어 세월호 참사의 주요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현 시기 운동의 강조점을 흐리게 된다.
2017년인 지금도 1980년 5월 광주 항쟁에 대한 진상 규명은 완료되지 않았고, 전두환이 광주 시민들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군내 문서가 고의적으로 은폐돼 형식적 증명이 어려웠지만 전두환이 광주에서 학살을 일으킨 범죄자라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세월호 운동의 목표가 의혹 규명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마도 전교조는 특히 3백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박근혜 퇴진’을 주요하게 외쳐 왔기에 실제 박근혜가 탄핵·구속된 지금 어떠한 요구와 실천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자들을 모두 처벌하고, 참사를 낳았던 적폐들 ― 안전 규제 완화, 민영화, 친제국주의 정책 등 ― 을 청산할 수 있도록 국가에 맞선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또한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지난 3년간 번번이 세월호 운동의 요구를 무시하고 여당 세력과 야합해 온 주류 야당들에 기대지 말고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