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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4월 22일 청소·삼성전자서비스·제조업 사내하청 등 다양한 부문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함께 시위와 행진을 벌인다.

이 노동자들은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비정규직 비중이 조금씩 주는 추세 속에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 왔다. 2016년 기준 대기업 간접고용 노동자만 1백55만 명이고, 건설 일용직과 중소영세업체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2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민주노총). 노동자 10명 중 1명, 비정규 노동자 4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간접고용은 사용자가 필요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 용역, 하도급, 외주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력을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이다. 제조·통신·유통·건설 대기업을 비롯한 광범한 민간 사업, 그리고 공공기관, 대학, 교육기관, 병원 등 공공부분 전반에 걸쳐 있다. 사용자들은 간접고용이 비용 절감과 고용 조정, 노동법·산재·4대보험 등 각종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데 유리해 그 비율을 늘려왔다.

정부는 법률과 제도로 이를 뒷받침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의 파견법 제정은 간접고용의 물꼬를 텄고, 2006년 노무현 정부의 기간제법 제정과 파견법 개악으로 간접고용은 더 급격히 증가했다. 파견법 개악으로 파견 가능 업무가 확대됐고, 파견 기간이 2년을 초과하거나 불법파견일 경우 원청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던 것을 과태료를 물면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 사용자들은 직접고용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고 기간제 대신 간접고용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사용자들은 파견 범위, 파견 기간 확대 등을 계속 요구했다. 철저하게 친기업 정부였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파견을 확대하고, 알량한 파견법의 제한마저 피하려고 사용돼 온 가짜 도급을 합법화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파견법 개악은 박근혜 노동 개악의 핵심 가운데 한 가지였다. 번번이 저항에 부딪혀 이를 관철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차별에 가만히 있지 않고 조직하고 싸워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부로 말하자면 간접고용을 확산해 온 주범이기도 하다. 1998년 외환위기로 공공부분에서 대대적으로 인력을 감축했는데, 이 와중에 외주화를 통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심지어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에도 간접고용은 꾸준히 증가했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비용 절감과 경영효율화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2015년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는 11만 6천여 명에 이른다(이 통계는 민간위탁 노동자가 제외돼 실제 규모보다 과소집계 됐다). 대표적으로 인천공항공사는 노동자의 85퍼센트가 간접고용이고, 철도공사는 8천2백여 명이 간접고용이다.

열악한 처우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통상 1년 또는 2년마다 고용을 갱신해야 해 주기적으로 고용 불안을 겪는다. 사실 상당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상시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마땅히 정규직으로 전환이 돼야 하지만 사용자들은 온갖 꼼수를 이용해 이를 외면한다. 이정미 의원은 2015년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사업체에 직접고용 지시를 한 3천3백79명 중 지시 이행률이 42.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심지어 기업주들은 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해도 법률상의 미비점을 이용해 정규직 전환을 거부한다. 판결 후에도 현대·기아차에서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투쟁이 계속된 이유다. 노동자들의 저항과 사회적 지탄 분위기 때문에 때로 사용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수용하기도 하지만, 이때조차 일부만 신규 채용하거나 별도 직군을 만들어 차별하는 꼼수를 부린다.

임금 수준도 매우 열악하다. 파견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백65만 원, 용역 노동자는 1백45만 원에 그치고 있다(김유선). 심지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도 상당수다. 2011년 파견 노동자의 31.4퍼센트, 용역 노동자의 43.4퍼센트가 최저임금 미달이었다. 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 미달 비율이 19.4퍼센트인 것과 견주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절대적인 임금액도 문제지만, 삼성전자서비스나 통신·케이블방송 노동자들처럼 ‘건당 수수료’ 임금 체계 탓에 엄청난 실적 경쟁과 고위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릴 뿐 아니라 작업 중 목숨을 잃거나 중대 재해를 당할 위험도 더 높다. 불산 유출로 삼성전자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실명, SK브로드밴드 도급 기사 전신주 추락 사망, 삼성전자서비스 에어컨 설치 기사 추락 사망,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기사 참사 등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사건만 열거해도 많다.

간접고용이 증가하면서 산재 발생은 더 늘고 있다. 예컨대 2012년 1천여 명에서 2014년 6천여 명까지 간접고용 노동자가 늘어난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안전 사고가 급증했고 비정규직의 산재처리 빈도가 정규직의 9.3배에 이른다.

사용자들은 안전 시설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하청 노동자들을 위험한 작업에 내몰아 온 것이다.

노동자들의 저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이를 통해 천대와 멸시에 주눅 든 약자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며 상당한 잠재력을 가졌음을 증명해 보였다. 임금을 올리고, 사용자들의 비인간적 대우를 바꾸는 등 중요한 처우 개선을 이뤘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비정규직 문제와 간접고용 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비호 속에 사용자들은 악랄하게 대응해 왔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면, 원청이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정부도 이를 허용한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처우 개선에 나서면 기업주들은 업체 폐업, 계약 해지 등으로 노조원들을 해고해 고통을 주는 식으로 보복해 왔다. 서경지부 여러 대학 청소노동자들, 삼성전자서비스, 방송·케이블 노조, 현대중공업, 만도헬라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사용자들은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노동3권을 제약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진짜 사장이 책임”지게 해야 한다.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오도록 하고, 무엇보다 원청이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도록 만들고, 파견법도 폐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퇴진 운동 속에서 자신감을 얻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투쟁에 나설 때 기존의 조직된 노조가 투쟁에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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