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소모품에서 인간으로!: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화하라

현재 병원에는 청소, 환자 이송, 콜센터, 간병 등 많은 업무들이 외주화되어 있고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2016년 4분기 기준 공공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에만 5천7백29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3월 31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주최한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집담회’에선, 이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과중한 노동강도 등에 대한 생생한 증언들이 쏟아졌다.

“충북대병원에선 청소노동자 한 명이 한 병동을 맡아 청소한다. 병원 전체에서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 양이 쓰레기차 3대 정도 된다. 병원이 항상 청결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쉴 틈 없이 쓸고 닦는다. 그런데 잠시 앉아서 커피라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앉아 있을 데가 없어 계단에 앉아서 마시는데, 환자나 선생님들이 왔다갔다 하면 비애감을 느낀다. 우리가 비록 청소를 하지만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청소노동자들은 일하다가 주사바늘에 찔리는 경우가 많다. 사용한 뒤 버려진 주사바늘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2015년에 울산대병원 한 청소노동자는 에이즈(AIDS) 환자에게 쓰고 버린 주사바늘에 찔렸는데(다행히 음성 판정), 처음에 산재 신청을 받아 주지 않아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항의 방문 등 투쟁을 한 뒤에야 산재 판정을 받기도 했다. 불이익이 무서워 주사바늘에 찔리고도 보고를 안 하는 경우가 4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환자를 병동에서 검사실, 수술실까지 이송하는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환자 안전과 병원 내 감염 차단과 직결된 업무를 하므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환자 이송 노동자들도 대부분 계약제 비정규직이다. 최근 서울의료원에서 2년 동안 환자 이송 업무를 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가 무기계약 전환을 피하려는 사측의 꼼수 때문에 하루아침에 해고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서울의료원은 부당 계약해지 철회하라’)

이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때문에 고용 불안과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근무한다. 더구나 병원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진복이나 마스크, 장갑 등 보호구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 하고, 환자 상황 등 정보를 공유받지도 못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감염 예방 대책에서 제외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염원이 되는 비극이 벌어진 이유다.

환자를 이송 중인 병원 노동자

이윤 논리

병원들은 비용 절감과 수익 경쟁에 혈안이 돼 외주화와 비정규직 사용을 늘려 왔다. 여기에는 의료민영화 추진 등 의료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는커녕, 상시·지속 업무에도 기간제 노동자를 계속 사용하는 병원에 대한 감독·관리도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 마디로, 정부 자신이 비정규직 확산의 공범인 것이다.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 처우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해 왔다. 그리고 이를 지지하여 적지 않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돕고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해 오기도 했다.

그런데 병원 사측은 용역 업체와의 계약을 악용해 노조 탄압을 부추기면서도,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용역 업체를 새로 선정했는데, 설명회 자료에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하면 주동자를 색출하고 퇴사 처리를 하겠다’는 내용을 적은 업체를 선정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의료연대본부 대구민들레분회장을 표적 해고했고(분회장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함), 기존 업체와 맺었던 단체협약 승계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노조할 권리 보장과 오후 근무자 식비 지원 등을 요구하며 4월 10일부터 이틀 간 경고 파업을 진행했다.

병원에서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여러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 임금 인상을 비롯한 처우 개선과 노동강도 완화, 인력 확충도 꼭 필요하다. 이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위해서도 당장 필요한 조처다. 집담회에서 발언한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바람처럼, “정규직화가 되면 눈치 보지 않고 환자들에게 더 친절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인력을 충원해야 여유를 가지고 세심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정부와 병원 사측은 당장 모든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