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해고 계획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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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은 공공기관 중 간접고용 비정규직 규모(6천8백여 명)가 가장 크고, 전체 노동자 중 그 비율(85퍼센트)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악명 높다. 비용 절감과 고용 조정, 사용자 책임 회피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 언론 보도를 보면, 제2여객터미널이 개항하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3천여 명이나 더 증가할 것이다.
최근 인천공항공사(이하 공사)는 업체 입찰을 공고하면서 용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 수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비용을 줄이려고 기존 계약 인원 8백5명 중 48명을 감축하려 한다. 2터미널이 개항하면 1터미널 이용객이 줄면서 노동 강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조합, 이하 지부)는 공사의 주장이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을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2터미널이 개항한 직후에는 1터미널과 2터미널 간 이용객 분산이 있을 수 있으나 2015년 이용 결과를 보면 2014년 대비 이용객 5.6퍼센트, 같은 기간 환승객 2.3퍼센트, 여객수 8.3퍼센트, 화물운송 1.5퍼센트가 증가했다.” 또한,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금한령’을 걱정했지만 전년 대비 같은 기간 이용객은 오히려 11.8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즉, 이용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2터미널 분산 효과를 상쇄할 것이고 줄어든 인원 탓에 노동 강도만 강화될 것이다.
공사가 내놓은 감축 대상 인원의 업무는 환경미화, 승강 설비 유지·관리, 건축 유지·보수 등이다. 공공운수노조 조성덕 부위원장의 지적처럼, “(설사) 승객이 줄어든다고 해도 유지·보수해야 할 승강기와 청소 구역이 이전하거나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결국 공사의 인력 감축 공격은 2터미널 건축으로 늘어난 부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면적당 고용 인원을 줄여서 비용을 줄이려는” 노동자 쥐어짜기다.
최근 공사는 공항에서 24시간 대기하는 소방대원들이 이용하는 식당 두 곳을 폐쇄하고 식당 조리원 6명 가운데 3명을 줄이려 하는데, 이것도 비용 감축의 일환이다. 소방대원들은 비상대기를 하며 밥을 먹다가도 출동해야 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식당을 이용하기 어렵다. 소방대원들이 최대 20킬로미터까지 떨어져 있는 식당을 이용하게 되면, 공항 안전에 악영향을 미쳐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승강 설비와 건축 유지·보수 업무도 공항 안전과 직결돼 있다. 더구나 1터미널은 개항한 지 15년이 넘어 노후화돼 점검과 수리가 더욱 중요하다. 공사의 인력 감축은 인천공항 이용자들의 안전과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는 처사다.
부채 감축의 속죄양
이러한 계획은 지난해 지부가 폭로한 공사의 ‘2014~2017년 부채감축계획(안)’에 나와 있던 내용들이다. 이 계획안을 보면, 2터미널 공사가 마무리되는 2018년부터는 다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그런데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위탁용역비 총 1천7백32억 원을 절감해 부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비용 절감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공공기관을 경영 평가해 온 정부 정책이 일조했다. 정부 자신이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조건 악화 주범인 것이다.
그러나 고용 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이 부채 감축의 속죄양이 돼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공사는 2016년 1~6월에만 수익 6천4백억 원을 올렸고,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했다. 이러한 기록들은 전체 인원 중 85퍼센트를 차지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땀 위에 세워졌다.
그런데 “진짜 사장”인 공사는 “협력업체 직원은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하고, 협력업체는 “공사가 입찰 인력을 줄이면 어쩔 수 없다”며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인력 감축 계획을 밀어붙여 온 공사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다. 공사는 인력 감축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지부는 공사의 해고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항의에 나섰다. 인천공항에서 집회와 항의 농성과 1인 시위를 하고, 대선 후보 캠프 앞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6명 감축 계획이 있던 교통센터 환경미화 부문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전원 재고용을 쟁취하는 고무적 소식도 있었다(지부 조합원뿐 아니라 한국노총 조합원 포함). 4월 20일 집회에서 지부 환경지회의 한 노동자는 “이번 승리는 지회의 승리를 넘어 지부 전체의 승리였다. 앞으로 전개될 지부의 투쟁에도 더 넓고 깊게 연대해 반드시 승리하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