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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으로 이행 가능한 노동 공약부터 즉각 이행하라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선 공약을 이행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조합(특히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 인정과 노동3권 보장,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실업 해소 등 4대 정책 의제와 산업·업종별 교섭틀 구성을 위한 노정 직접 교섭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정부 권한으로 즉각 시행할 수 있는 과제들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을 위한 로드맵 제시, 노동개악 4대 지침 폐기, 노동시간·통상임금 등 잘못된 행정지침·행정해석 폐기,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 합법화, 특수고용 노동자 노조 인정,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과 원청의 교섭 성사, 한상균 위원장 등 구속 노동자 석방, 하청 산재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 조처, 노조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취소,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4인 이하 사업장 적용 확대, 산별 교섭 촉진 등이 그것이다. “시급한 개혁을 입법 부재를 이유로 미룰 수 없다”는 타당한 이유다.

이 요구들은 대부분 박근혜 정부 때 후퇴한 조처들을 되돌리려고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조처들이다.

특히, 민주노총이 지적한 것처럼 입법 전에도 시행할 수 있는 조처들인만큼, 새 정부의 ‘개혁 의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최근 문재인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하자, 간접고용을 더 늘리려던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즉각 1만 명을 정규직화하겠다고 했다. 이것만 봐도 정부의 조처는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물론 정규직화의 방식, 처우 개선 등 중요한 쟁점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의 요구들은 상당 부분 문재인의 대선 공약에 포함된 것들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다. 즉각 시행을 명령해야 한다.

지금은 노동자가 자신의 요구를 내놓고 싸워야 할 때 5월 1일 메이데이 행진

오락가락

그런데 벌써 우려스러운 행보가 시작됐다. 문재인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올리고 그 일환으로 2018년에는 7천4백86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러나 벌써 ‘임기 중 실현’으로 후퇴시키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갑을오토텍 사측 대리인으로 고용돼 악질적 노조 탄압을 변호한 박형철을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으로 임명했다. 몇 달째 공장폐쇄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옳게도 민주노총은 “노조 파괴 범죄를 비호한 변호사는 반부패 비서관의 자격이 없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새 정부는 민주노총의 노정 교섭 제안에도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은 후보 시절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폐지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5월 9일 나온 선대위 ‘일자리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사실상 “노사정위원회의 한계를 보강”하는 노사정위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이처럼 대통령 취임 며칠 만에 오락가락하는 것을 보면, 새 정부의 공약 이행을 손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개혁파의 가장 온건한 일각에서는 노동계의 요구를 앞세우지 말라며 민주노총과 좌파를 비난한다. 그들은 성과연봉제 폐지 공약 이행 요구, 박형철 비서관 임명 철회 요구, 민주노총의 6·30 ‘사회적 총파업’ 추진을 문제 삼는다. 새 정부를 흔들어 약화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의 당선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 힘입은 것이니만큼, 박근혜 퇴진 운동에 크게 이바지한 노동운동과 좌파는 개혁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하다.

오히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노동자들이 정부의 개혁을 믿고 기다리다 배신당하고 공격당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비서실 정책실장을 역임한 이정우 교수도 “노동 분야에 짧은 시간 동안 신자유주의 원리를 그렇게 과격하게 꼭 집행”한 점에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개혁을 이루려면 스스로 나서 싸워야 한다. 민주노총과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이 5월 27일 전국 동원 집회를 성공적으로 여는 것은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예고된 6월 하순 전교조 연가투쟁, 교육공무직본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건설노조 상경 투쟁 등이 성공적으로 건설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6월 30일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이 실질적인 파업 투쟁이 되도록 애써야 한다.

철도 외주화 즉각 중단하라

철도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 이후 현장에 복귀한 순간부터 사측의 보복과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부와 철도공사는 외주화를 대폭 확대하고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한 노동자 쥐어짜기에 열을 올렸다.

외주화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

특히 외주화 확대가 심각하다. 사측은 고속차량 정비 업무의 절반 이상을 외주업체에 위탁했고, 차량을 이동·분리·연결하는 입환 업무 외주화도 추진 중이다. 선로 유지·보수 업무 외주화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특히 고속차량 외주 업체 선정 일정이 코앞에 닥쳤다.

문재인은 “상시·지속·안전·생명 업무에 정규직 고용 원칙”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외주화되고 있는 업무들은 모두 상시·지속 업무일 뿐 아니라 열차 안전에 직결된 업무다. 문재인의 약속과 정면 충돌하는 것이다.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철도공사의 위험천만한 외주화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뿐 아니라 철도공사도 비정규직을 양산해 왔는데, 이미 철도에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6천2백30명이나 고용돼 있다. 이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정부의 정규직 고용 원칙 대상에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는 철도공사가 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조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