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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투쟁 기사 독자편지에 대한 답변

5월 18일 〈노동자 연대〉에 실은 ‘서울대 당국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하라! 불필요하게 한발 물러서지 말자!’ 기사에 대한 독자편지가 두 개 들어왔다.

안문규 씨는 “좀 더 좋은 조건에서 공부할 수 있는 권리”와 “서울대의 미래”, “한국의 미래”를 위해 시흥캠퍼스 설립을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그러나 시흥캠퍼스를 만들면 학교가 저절로 발전할 것이라는 보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서울대 당국이 만든 평창캠퍼스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에 준공해 문을 연 평창캠퍼스는 학교 당국의 장밋빛 계획과는 달리 커다란 실패작이 됐다. 학교 당국은 평창캠퍼스를 지을 때도 “바이오 산업 클러스트”를 만들겠다며 대규모 기업 유치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이 평창캠퍼스에 입주할 것이라고 밝힌 38개 기업 중 2015년에 실제 입주한 기업은 단 3곳에 불과했다. 그래서 지어 놓은 건물이 텅 비어 있는 상태다.

학생도 석사과정 60명,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정원 외 40명 등 원래 1백여 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이 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고도 학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대는 평창캠퍼스 운영비로 매년 2백50억 원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3천5백억 원을 투입해 만든 평창캠퍼스는 학교 ‘발전’은커녕 돈만 잡아먹는 유령 캠퍼스가 돼 버린 것이다.

시흥캠퍼스는 이보다 몇 배 큰 사업이다. 게다가 학교 당국은 시흥캠퍼스의 운영비도 평창캠퍼스처럼 산학협력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캠퍼스의 운영을 기업의 지원에 의존할수록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따라 결국 학생, 교수, 직원들에게 재정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서울대 당국은 비학생 조교들의 처우를 악화시키고 있고 노동자들이 이에 맞서 파업을 하고 있다. 이를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울대 당국은 시흥캠퍼스 운영을 위해 고소득층을 위한 실버타운, 키즈카페, 호텔 등을 캠퍼스에 건립하려던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대학이 기업처럼 이윤 추구를 위한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교육기관이 추구해야 할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대학이 돈벌이를 우선하며 기업화하면 연구윤리도 훼손된다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 옥시에게 돈을 받은 대학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에 유독성이 없다는 거짓 보고서를 작성한 사례, 황우석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례 등. 이런 일은 한국만이 아니라 대학 기업화를 추진한 서구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따라서 진정한 대학 발전을 바라는 사람들은 대학 기업화를 반대해야 하고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편에 서야 한다.

학생들은 바로 이런 주장을 하며 시흥캠퍼스에 맞서 싸워 왔다. 이 학생들이야말로 진정한 교육 기관으로서의 “서울대의 미래”, 평범한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정당한 싸움에 지지를 보내야 한다.

“내일태양”이라는 필명의 사람은 “더 이상 학생들을 현혹하지 마라”는 독자편지를 보냈다. 〈노동자 연대〉의 기사가 학생들을 “배후조종”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주체적 의식이 없는 듯 무시하는 주장인 데다가, 별 논거도 없이 기사를 흠집내는 저열한 태도라 대꾸할 가치는 없어 보인다.

다만 어떤 이해관계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투쟁을 어떻게든 끝내게 하려는 사람이 내 기사를 비난한 것은 오히려 칭찬으로 들린다. 그의 눈에 내 글이 크게 거슬렸다면 그만큼 내 글이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을 고무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뜻일텐데, 바로 그것이 내가 하려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