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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일자리위원회 참여 논란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확충을 제1의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이를 공공부문에서 선도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0조 2천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았는데, 이 예산의 절반 이상을 하반기 공무원 1만 2천 명 채용 등에 사용하겠다고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화도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인천공항을 시작으로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들이 대부분 무기계약직화나 자회사를 통한 고용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로는 매우 불충분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못마땅한 경총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등 우파 언론들도 문재인 정부의 턱없이 부족한 정책이 기업을 사지로 내몰기라도 하는 양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기업 이익을 침해하는 정책을 강행하면 결코 “협치”를 할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자 문재인은 경총에 “성찰과 반성”을 요구하면서도, 청와대 발 해명을 내보냈다. “마치 정부가 민간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강압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위원회 실무를 총괄할 일자리수석에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차관이자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출신인 안현호를 내정했다. 일자리수석을 보좌할 인사들도 기재부 관료들을 집중 배치했다. 양대 노총은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가뜩이나 핵심적 노동 공약에서 후퇴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인사가 이어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앞날을 시사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그럼에도 새 정부의 언사와 정부와 사용자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는 상황 등 때문에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노동계에 어느 정도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이 최근 일자리위원회 참여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잠정 결정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민주노총도 수일 내로 일자리위원회 참여 여부를 중앙집행위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지도자 다수가 일자리위원회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이고, 나머지는 노정교섭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연동해 참여를 결정하자는 조건부 참가 입장이라고 한다.

만약 민주노총이 힘이 매우 약한 처지라면, 이런 정부 위원회에라도 참여해 노동자의 입장을 반영하려 애쓰는 것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민주노총은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동자의 상당수를 조직하고 있다. 투쟁 전통 면에서도,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에 맞서 급진좌파가 보기에 썩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이럭저럭 저항했고, 특히 박근혜 퇴진 운동 초기 국면에서 그 운동의 끌차 구실을 했다. 문재인 정부 자신이 민주노총을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키는 것을 노동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로 강조함으로써,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방증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에 더 신경쓰면서,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듯하다. 민주노총 산별 지도자 다수가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를 내건 6월 30일 행동은 “성급하다”며 민주노총의 6월 하순 저항을 연기하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자신의 능력과 힘을 사용하지 않은 채, 친사용자 성향이 강한 경제 관료들이 주도하는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면 정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 위험이 있다. 오히려 노동자 운동이 강력한 힘을 보여 줘야, 일자리위원회의 논의 지형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옮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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