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
1천2백만이 코빈과 진정한 변화에 투표하며 보수당이 굴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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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크게 실패한 반면, 제러미 코빈의 노동당은 크게 약진했다.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영국 노동자들이 인종차별적 우익 포퓰리즘에 포획된 결과라고 봤던 다수 평론가들의 일면적 분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총선 결과다.
오히려 ‘브렉시트 투표는 권력층에 의해 삶이 파탄 났다고 느낀 노동계급의 항의 투표이고 따라서 앞으로 좌파의 개입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이번 총선 결과로 옳았음이 입증됐다(▶관련 기사). 아래 글은 총선 직후 〈소셜리스트 워커〉에 실린 논평을 번역한 것이다. [ ]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위해 〈노동자 연대〉 편집팀이 덧붙인 것이다.
총선 결과는 보수당과 총리 테리사 메이에게 청천벽력 같은 재앙이다. 그러나 제러미 코빈과 노동당에게는 승리이다.
총선 결과는 좌파 모두에게, 긴축과 인종차별에 반대해 운동을 벌이고 보수당을 몰아내기를 바라며 코빈을 지지한 사람들 모두에게 큰 희소식이다.
노동당은 선거 기간 동안 지지율을 크게 늘렸다. 노동당 지지율의 상승폭은 영국 선거 역사상 최대였다. 여론조사와 예측들은 사실상 모두 이런 변화를 보지 못했다.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선거 초반에는 20퍼센트포인트 이상 노동당을 앞섰던 메이는 사임해야 한다. 그는 총리직을 유지할 정당성이 없다.
메이는 총리직에서 쫓겨나야 하고, 오늘(6월 9일) 항의 시위가 있을 것이다.
메이는 총선을 실시하면서 압도 다수의 의석을 차지해 야당 모두를, 특히 노동당을 짓뭉개기를 바랐다. 언론은 거의 모두 메이를 확고히 지지했다.
과반보다 1백 석 이상을 더 차지하는 제1당이 되기를 바란 메이의 꿈은 산산이 부서져 먼지가 됐다. 변명으로 일관하는 선거 운동, ‘치매세’로 대표되는 끔찍한 선거 공약, 맨체스터·런던 공격을 이용하려는 냉혹한 시도는 굴욕적 실패로 이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총선 결과를 ‘유럽연합 잔류파의 복수’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말이 옳다면 [선거에서 ‘하드 브렉시트’ 반대를 강조한] 자민당의 성적이 훨씬 더 좋아야 했다. 오히려 총선 결과는 긴축과 부유층에 대한 대중의 깊은 분노와 더 관계가 깊다.
보수당이 제1당이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새 보수당 정부가 전혀 강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보수당은 [북아일랜드의 왕당파 정당인] 민주통일당(Democratic Unionist Party)과 연정을 꾸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혼돈의 정부일 것이다.
올해 말에 새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정당도 안정된 연정을 꾸리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메이의 도박이 역풍을 부르자, 보수당 내에서 메이를 향한 격렬한 비난이 일어나고 있다. 전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이렇게 말했다. “메이는 그의 인생에서 최악의 일을 벌였다.” 이미 보수당의 일부 고위 간부들은 메이가 사임해야 한다고 넌지시 밝혔다.
"정치는 바뀌었다"
노동당은 영국 전역에서 골고루 승리했다. 노동당이 급진적 선거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면, 코빈이 대중 집회 방식의 외향적 선거운동을 이끌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를 일이다.
코빈은 옳게도 이렇게 말했다. “정치는 바뀌었다. 정치는 예전처럼 폐쇄적이지 않을 것이다.”
대중이 정치 엘리트들과 긴축에 깊은 환멸을 느끼는 지금 시기에, 코빈은 진정한 변화라는 희망을 제공했고 1천2백만 명이 그의 메시지에 호응했다.
대중 집회, 부자에게 과세하고 대학 등록금을 폐지하고 최저임금을 10파운드로 올리고 의료와 교육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겠다는 정책은 진정으로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는 수만 명이 선거운동에 참가하고 수백만 명이 투표하도록, 특히 청년들이 그리 하도록 자극했다.
코빈을 당대표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를 무용지물이라고 부르던 노동당 우파는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노동당 우파는 코빈이 아니었다면 선거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에드 밀리반드가 노동당 대표일 시절의 결과가 보여 주듯이, 뜨뜻미지근한 메시지는 효과가 없다.
노동당이 괴멸적 패배로 향하고 있다고 말해 온 노동당 의원 존 우드콕은 오늘 아침에는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영국 정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노동당이 캔터베리에서 승리한 것도 큰 이변의 하나다. 그 지역구는 1918년부터 보수당이 꽉 잡고 있던 곳이다.
보수당 소속 주택부 장관 개빈 바웰은 자기 지역구 크로이든에서 패배했다. 보수당 선거 공약을 편집한 벤 거머도 자기 지역구 입스위치에서 패배했다. 내무장관 앰버 러드만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노동당은 약 40퍼센트를 득표했다. 이는 에드 밀리반드가 당대표이던 2015년, 고든 브라운이 당대표이던 2010년, 토니 블레어가 당대표이던 2005년보다 훨씬 더 많은 득표이고, 2001년과 비슷한 득표이다.
이제 블레어주의는 완전히 사망했고 코빈의 입지는 단단해졌다.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독립당의 득표는 폭락했다. 영국독립당 대표 폴 누탈은 득표가 26퍼센트 감소해, 큰 차이로 3위에 머물렀다.
자민당은 의석을 늘렸다. 하지만 전 대표 닉 클레그는 낙선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스코틀랜드국민당이 또다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많은 의석을 노동당, 보수당, 자민당에게 빼앗겼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의 의석은 56석에서 35석으로 줄었다. 그중에는 전대표 알렉스 살몬드와 현 부대표 앵거스 로버트슨 자리가 있다.
노동당의 성공은 선거에서 한 번 승리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대다수 평론가와 정치인이 말하던 것과는 상당히 달리, 영국이 우파적 나라가 아님을 이번 총선 결과는 보여 줬다.
영국인들은 긴축·인종차별·전쟁을 반대한다. 1천2백만 명이 보수당과 그 일당들을 거부했다.
이 정서는 거리와 작업장의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보수당 정부 하일 것이기 때문이다. 저항을 키워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