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의 ‘집배원 근로시간 단축 대책’ 비판 :
찔끔 충원으로는 집배원 사망 사고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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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은 인력 부족과 살인적인 노동 강도 때문에 죽음의 현장으로 불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매우 안타깝게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뇌출혈‧심근경색 등 과로사로 추정되는 돌연사 때문에 사망한 집배원이 10명, 우편물 배달중 교통사고로 죽은 집배원은 3명, 업무 부담 등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이 4명이다.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산재사망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지난 4월 27일 진행한
2016년 집배노조와 노동자운동연구소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연 평균 2천8백88시간을 일한다. OECD 소속 국가들 중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우리 나라 노동자 평균 시간보다 6백 시간 이상 많다. 1년에 무려 약 78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연이은 집배원 사망사고 문제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이 6월 12일 국회 추경 연설에서 집배원 과로사를 언급하며 집배원 1백 명 증원 계획을 내놓았고, 6월 19일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높이고 정부의 대책 발표를 이끌어 낸 데에는, 소수노조라는 어려운 조건과 사측의 탄압 속에서도 지속적인 투쟁을 펼쳐 온 집배노조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
‘최악의 살인 기업’ 특별상
그런데 문재인의 1백 명 증원 계획이나 뒤이어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대책은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초 증원된 1백60명 외에 문재인이 얘기한 추경사업이 반영되면 1백 명을 추가로 증원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집배노조가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추산한 인력 4천5백 명의 6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최승묵 전국집배노조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가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 인력 충원 계획을 내놓은 것은 집배 인력 산출 근거로 삼는
심지어 우정사업본부는 이러한 집배부하량시스템에 의거하여 인력이 남는 관서도 있다며,
또 우정사업본부는 부족 인력 산출을 위해 계산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대폭 축소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6년 기준으로 집배원들의 연 평균 노동시간이 2천5백31시간
집배원들이 과로사로 죽어 나가는데도, 국가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들의 현실을 아무 문제 없는 것인 양 말하는 것을 보면, 우정사업본부 관료들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언 발에 오줌 누기
우정사업본부는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인 상시 집배원을 늘려 현재 2천5백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려면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부자와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대안을 회피하며 양질의 일자리 확충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지난 6월 5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추경도 청년실업난을 극복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따라서 지난 6월 18일 공공운수노조로 조직된 우체국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집회를 열고 우정사업본부와 정부에게 대폭의 인력 충원을 요구한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이와 같은 노동자들의 행동을 계속 확대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