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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사용자 측과 공익 위원들이 최저임금 1만 원 요구를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법정 시한이 임박했지만, 인상 폭을 둘러싸고 사용자와 노동계의 견해 차이가 여전히 크다.

7월 12일 열린 최저임금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고작 시급 6천6백70원(3.1퍼센트, 2백 원 인상)을 제시했다. 노동자위원들은 애초 1만 원 요구를 낮춰 9천5백70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어수봉 위원장은 사용자들이 10년 동안 유지한 “동결 카드를 깨트린 것”은 “커다란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용자 측의 제시안은 너무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노동계가 요구해 온 1만 원으로 올려도 1인 가구 노동자 표준 생계비인 월 2백15만 원에 못 미친다.

사용자 단체들과 보수 언론들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영세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을 도산하게 만들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최저임금 올리려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의 전체 이윤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은 신입사원 등 일부 직원의 임금 인상을 우려할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직접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지만, 이들의 이윤이 줄면 그 손실의 일부는 다른 자본가들에게로 전가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거나 하청을 준 대기업들은 점주나 하청 기업의 수익 감소를 나눠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고, 건물 임대업자들도 자영업자들이 망하면 임대료 수입이 줄 것을 우려할 것이다.

이런 계급적 이해관계가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을 낳는다. 중소기업주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상당한 불만을 느끼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반대에서는 대기업들과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처럼 이해관계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실 큰 폭의 임금 인상이 곧장 모든 기업들을 도산으로 몰아넣거나 인력 축소를 가져올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그보다 경제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시애틀에서는 전체 고용이 늘었다. 일부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줄기도 했지만, 더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고용은 늘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지역 경제가 꽤 번성하는 상황 때문이었다.

물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사용자들은 고용을 줄이려 할 수 있다. 최근 월마트는 계산원 없이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맥도널드는 직원을 줄이고 주문과 계산을 기계로 대체하고 있다.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도 고용 노동자를 줄이거나 가족으로 대체하는 등 임금 인상에 대처할 것이다. 또 일부 경쟁력 없는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도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최저임금 1만 원 요구가 무리한 것은 전혀 아니다.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사용자들의 처지를 고려해 최저임금 수준을 정해야 한다면, 광범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지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은 언제나 어려울 것이다. 최저임금만 지급하고 적은 이윤을 겨우 얻는 자본가는 언제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이 줄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일부 소상공인들이 도산해 실업자가 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면 된다. 소규모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창업을 하는 현실에 비춰 봐도,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되면 이들은 노동계급으로 편입될 것이다.

따라서 〈한겨레〉 신문 같은 자유주의자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고용이 줄 수 있다며 점진적인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 주장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2020년까지 1만 원 인상이라도 추진되도록 하자는 것이고, 노동계도 ‘즉각 1만 원으로 인상’을 고수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즉 노동계가 과도한 요구를 하지 말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 폭과 속도와 보조를 맞추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의 ‘개혁’ 속도에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삭감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노동자들의 필요이기 때문이다.

요구안 후퇴 압박

사용자들이 완강하고 최임위원회의 공익위원들의 압박 속에 최근 노동자위원 다수(9명 중 6명)가 9천5백70원으로 요구 수준을 낮췄다.

지금 당장 노동계의 요구가 1백 퍼센트 관철될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노동계 요구를 고수해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으로 치닫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그러나 노동자위원들이 수정안을 제시해 양보할 의사를 내비친 것은 적절치 않았다.

이는 그동안 민주노총과 만원공동행동이 주장해 온 최저임금 즉각 1만 원 요구를 공문구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다. 이 단체들은 6월 30일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대규모 시위 등 상반기 내내 이를 위한 운동을 적극 벌여 왔다. 노동자위원들의 수정안이 알려지자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며 함께 투쟁해 온 여러 단체들과 활동가들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경험해 왔듯이, 이런 수정안 제시는 노동자위원들에게 추가적인 양보 압박을 가할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위원장 어수봉은 사용자위원 측의 제시안과 너무 차이가 크다며 2차 수정안을 낼 것을 압박했다.(이런 점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민주노총의 노동자위원들이 수정안에 반대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민주노총과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은 후퇴하지 말고 최저임금 즉각 1만 원 요구의 정당성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이후에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과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을 지속하는 데 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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