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시즘2017’ 폐막:
우파 정권을 몰아낸 자신감이 반영된 활발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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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진 찜통 더위와 폭우도 차별과 착취에 맞선 해방 운동에 대한 토론 열정을 막지 못했다. 7월 20일 개막한 ‘맑시즘2017’이 등록자 7백여 명의 열띤 토론 속에 23일 폐막했다.
올해 맑시즘은 정권 퇴진 운동으로 우파 정권이 쫓겨나 그 덕분에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열렸다.
그래서일까. 참가자들의 표정은 지난해보다 자신감과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이는 참가자들의 활발한 토론 참여와 스스럼없는 어울림으로 나타났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무슨 워크숍을 들어갈지 얘기하고 매일 저녁 뒤풀이에서 서로서로 어울려 토론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참가자들의 적극성과 개방성은 청중에게 공평하게 발언 기회를 제공하는 ‘맑시즘’의 독특한 토론 운영 방식과 잘 맞물려 민주적이고 풍부한 토론으로 이어진 듯하다. 어느 학생 참가자는 “청중 토론이 활발한 게 아주 인상적이다” 하고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 참가자들의 발언 등 적극적 기여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올해 ‘맑시즘’은 ‘여성 차별과 해방을 위한 투쟁’ 관련 주제로 8개의 워크숍을 개설하는 등 여전한 성차별적 현실을 고발하고 해방 운동을 토론하는 자리를 강화했다. 그 일환으로 방한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 실라 맥그리거는 ‘마르크스주의와 오늘날의 여성 차별’, ‘여성과 《자본론》’, ‘섹슈얼리티와 자본주의’를 주제로 발제해 참가자들에게 영감을 줬다.
맥그리거는 올해로 만 68세인 여성 혁명가이다. 1970년대부터 낙태권 옹호 운동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여성 해방을 위한 운동을 건설하고 글을 써 왔다. 그 풍부한 경험이 응축된 그의 발제는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내가 겪은 운동과 차별 문제를 마르크스주의와 연결시켜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섹슈얼리티가 사회적 조건의 변화와 함께 변화해 왔다는 설명이 유익했다.”
‘여성 차별과 해방을 위한 투쟁’ 관련 워크숍들은 차별 쟁점에 관심이 큰 학생과 청년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영감을 준 듯한다.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남성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맑시즘을 통해 남자라면 무관심할 수 있는 여성 문제에 대해 알게 되고 여성 문제에 대해 함께 투쟁하여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길임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맑시즘2017’은 ‘신자유주의와 한국 노동계급의 변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어떻게 가능한가?’, ‘노동운동은 재벌개혁/재벌체제해체를 요구해야 할까?’,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가?’ 등 한국 노동운동 안에서 제기되는 만만찮은 주제도 다수 다뤘다.
여성 차별 관련 워크숍들이 노동자들에게 좋은 영감을 줬듯이, 노동운동 관련 워크숍들은 학생과 청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참가가 인생의 첫 정치활동이었던 그들은 노동자들의 경험을 들으며 노동자 투쟁을 알 수 있었고 “자본가와 노동자가 왜 화해할 수 없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이처럼 ‘맑시즘2017’은 노동자·청년·학생이 한데 어울려 서로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그 밖에도 ‘맑시즘2017’은 러시아 혁명 1백 주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마르크스주의 방법론, 혁명가들의 생애와 사상 등 50여 개 주제로 워크숍을 개설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좋은 좋은 반응을 보였다.
“맑시즘을 통해 시야가 많이 넓혀졌다. 또, 우리 노동자를 힘 빼고 공격하는 것들에 대해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한 노동자의 평가는 더운 날씨에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애쓴 진행팀과 조직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풍부한 발제를 위해 애쓴 여러 발제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보상이자 찬사일 것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1백91개 단체의 후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고려대 학내 단체 17곳의 후원과 지원이 ‘맑시즘’을 원활히 개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맑시즘2017’ 주최 단체인 노동자연대의 학생단체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은 나흘간의 토론을 더 이어 나갈 토론 모임 ‘노동자연대 학생그룹과 함께하는 토론 모임 마르크스주의 ABC’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