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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

최근 잇따라 이주노동자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8월 6일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깨서브 스래스터(Keshav Shresth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1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은 한국에 온 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은 27살 청년의 건강을 악화시켰다. 그는 유서에 건강이 좋지 않아 다른 공장으로 옮기고 네팔에 돌아가서 치료를 받고 싶은데 안 된다는 내용을 남겼다.

바로 다음 날 충남 홍성의 돼지 축산농장에서 일하던 25살의 네팔 노동자 다벅 싱(Dipak Singh)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저는 이제 없습니다. 저를 누군가 데리고 갔습니다. 꿈이 많았으나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생전에 주변 동료들에게 농장이 휴가도 안 주고 사업장 변경도 안 해 준다고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어 벌어진 비극적 사건들로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허가제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고용허가제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8월 14일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 ⓒ제공 이주공동행동

고용허가제는 고용주의 동의가 있어야만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며 그조차 3년 동안 3회로 횟수가 제한돼 있다. 2012년에는 제도를 더욱 개악해 사업장을 변경할 때조차 이주노동자들이 회사를 직접 고르지 못하고 사업주들의 선택을 기다리도록 했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무단으로 사업장을 이탈했다는 신고를 사업주가 노동청에 하면 이주노동자는 미등록으로 전락하고 본국으로 쫓겨난다. 사업주는 이를 이용해 이주노동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강요하거나 이주노동자에게 앙갚음을 하곤 한다.

이처럼 고용허가제는 최대한 노동자를 쥐어짜려는 사업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매우 열악한 처지로 내몰고, 스스로 권리를 쟁취하기도 매우 어렵게 만든다.

방글라데시 노동자 니샤(26세, 여성) 씨도 이런 고용허가제 때문에 큰 고통을 겪었다.

한국에 온 지 한 달 반밖에 되지 않은 그는 고용주가 애초 약속과 달리 축산농장에 붙어 있는 슈퍼마켓에서 일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심지어 화장을 하고 가게 앞을 왔다 갔다 하라고도 강요했다.

고용주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자 해고해 버리고 20일이 넘도록 사업장 변경을 허락해 주지 않고 있다. 그리고는 전화로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된다. 내 말 안 들으면 이탈 신고 하겠다” 하고 협박했다고 한다.

니샤 씨는 “이 나라에 돈을 벌러 왔지만 나는 노예가 아니다.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억울한 죽음과 피해만 당하는 것은 아니다. 열악한 처지를 딛고서 그들은 스스로 조직하며 저항을 이어 왔다. 억울한 죽음과 사연들을 알리고 있고, 고용허가제 등 악법의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도 고용허가제가 사실상 노예 노동을 강제한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어쩌다가 고용주가 사업장 변경을 해 주면 이주노동자들은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기뻐한다. 사업주는 내가 선물해 줬으니 고마워하라고 한다. [당연한 권리여야 할] 사업장 변경이 선물이 되고 있다.

“우리가 불쌍하니까 이런 제도를 잘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당당한 노동자이고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노동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이렇게 죽어 가고 사업장에서 강제노동을 당하고 있다. 말로만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진짜 현실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청와대 앞 기자회견뿐 아니라 계속해서 투쟁을 해 나갈 것이다. 반드시 우리 요구를 들어야 한다.”

2015년 8월 고용허가제 폐지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조승진

이주노조 등 이주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등 연대하는 한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행동도 계획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시행 13년(고용허가제를 담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에 즈음해 8월 20일 서울 보신각에서 전국이주노동자결의대회가 열린다. 고용허가제 폐지가 주요 요구이며 민주노총과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전국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이들의 요구를 지지하는 한국인들이 함께 모여 집회를 하고 도심 행진도 할 예정이다.

8월 14일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용허가제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도 열렸다. 니샤 씨와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도 참석해 발언했다. 이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이 주최했다.

경찰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이 집회 금지 구역이라며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팻말도 사용하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구호를 외칠 때마다 경고 방송을 하며 방해했다. 얼마 전 문재인이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호프미팅’을 한 것과 대비됐다.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은 노동계급 전체 이익의 증진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고용허가제의 폐지를 요구하자. 이주노동자들의 8월 20일 전국이주노동자결의대회를 지지하자. 전국에서 모이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뜨겁게 연대하자.

모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노동허가제 쟁취!전국이주노동자 결의대회

일시: 8월 20일(일) 오후 2시 30분

장소: 서울 종로 보신각 (집회 후 세종문화회관까지 행진)

주최: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경기이주공대위, 대경이주연대회의, 부울경이주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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