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사망 미등록 이주노동자 1주기 추모제:
죽음도 아랑곳 않는 단속 강화를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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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은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미등록으로 일하던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사망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점심시간 식당을 급습한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다 8미터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딴저테이 씨 사망 1주기를 맞아 부평역 근처 교통광장에서 ‘살인 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주최로 추모집회가 열렸다.
정부는 딴저테이 씨 사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강화해 왔다. 예컨대 정부는 연 2회 실시하던 정부 합동 단속을 올해 6회로 늘렸다. 이 때문에 단속을 피하던 이주노동자가 부상하는 일이 지속됐다. 지난 7월 23일에도 울산의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 단속을 피하던 25세 태국 여성 이주노동자가 양쪽 발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올해 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해 딴저테이 씨 사망에 단속반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런 최소한의 조처조차 대부분 ‘불수용’했다.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겠다던(2017.5.25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조국의 브리핑) 문재인 정부는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참가자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딴저테이 씨를 추모하면서도 정부의 이런 태도에 분노했다.
집회에 앞서 추모 기도 자리를 마련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문재인의 개혁 배신을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에 일말의 기대를 했었으나 다른 노동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 문제에서도 기대를 저버렸다. 조국과 문재인의 할아버지가 온다 해도 이제는 기대 안 한다.”
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 소모뚜 운영위원장은 자식을 떠나보낸 딴저테이 씨의 부모에게 딴저테이 씨의 입장에서 미안함을 전하는 편지를 작성해 낭독했다. 또 얼마 전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로 사망한 쇠린마웅 씨를 비롯해 지난 1년 동안 산재, 기숙사 화재, 과로, 자살 등으로 사망한 미얀마 노동자 9명의 영정 사진을 준비해 와 함께 이들을 추모했다. 대부분 20대의 젊은 노동자들인 점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런 억울한 죽음들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 준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이주노동자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같은 시각 신라호텔에서 고용노동부가 고용허가제 시행 1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고 있는 것을 규탄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축하 파티가 아니라 힘들어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 행사장 앞에서도 이주공동행동, 외노협, 이주인권연대, 경기이주경대위, 대경이주연대회의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반인권·반노동 고용허가제 15년 규탄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주최 측은 사업장 변경 금지, 월급의 8~20퍼센트를 떼어가는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퇴직금을 더 받기 어렵게 만든 이주노동자 퇴직금 ‘출국 후’ 수령 제도 등 고용허가제가 “무권리 강제노동 제도”라고 규탄했다.
또한 “사업장 이동 제한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강력한 단속추방 정책을 쓴다”며 두 문제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님을 지적했다.
정부는 이 행사를 “일반 국민과 외국인 근로자가 서로 이해하고 하나 되기 위한 장”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미등록 단속을 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위선이다.
오는 10월 20일에는 이주노동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정부 정책들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도심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정부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그에 따르는 불만을 이주노동자에게 돌리고, 이주노동자에게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려 한다. 이에 전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항의할 예정이다. 이들의 투쟁에 적극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