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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안전 사고:
노동자들의 항의로 설비교체 약속을 따내다
고소·고발 철회, 전 부서 안전점검 위한 항의 계속

8월 7일 기아차 화성공장 조립1부 하체 2반에서 벌어진 조립라인 안전 결함 문제를 둘러싸고 노동자들의 항의가 확대됐다. 노동자들은 가드레일 17곳에 금이 가 틈이 생겼는데도(크랙 발생)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사측에 분개했다. 사측이 대의원·산업안전위원 3명을 고소·고발까지 하자 심각한 도발로 여겼다.(본지 218호 ‘노후 설비 교체하고 고소·고발 철회하라’를 보시오.)

조립1부 하체 2~3반 조합원들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안전한 일터 보장하라! 고소·고발 철회하라!” 하며 자체 입장을 발표했다. 조립1부 대의원들과 산업안전위원들도 노후설비 교체와 고소·고발 철회를 요구하는 리플릿을 조립부서 전체에 반포했다. 대의원·산업안전위원들은 화성지회 집행부를 면담하면서 “조립 1부에서 레일 크랙, 체결 불량이 무려 63곳이나 됐는데도 사측이 이를 은폐하려 했다”며 화성공장 전체 차원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노동자들의 항의가 확대되자 배짱을 부리던 사측이 한 발 물러섰다. 추석 전까지 해당 부서의 가드레일 전체를 교체하겠다고 약속하는 합의서에 사인한 것이다.

조립1부 부서장은 하체 2반 노동자들이 모인 조회에 직접 참석해 ‘안전 확보를 제대로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 노력하겠다’ 하고 사과해야만 했다.

그러나 사측은 대의원·산업안전위원들에 대한 고소·고발은 철회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사과를 하려면 고소·고발 먼저 철회하라’ 하고 강력히 항의하자, 부서장은 ‘제 소관이 아니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을 뿐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심각한 안전 결함과 노동자들의 반발 때문에 일부 요구를 수용하기는 했지만, 정당한 투쟁과 그것을 이끈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은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부서장의 발언에 비추어 보건대, 고소·고발은 단지 조립1부 차원이 아니라 작업중지권을 약화시키려는 기아차 본사의 의지가 반영된 듯하다. 활동가들 사이에선 ‘본사가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 바 있다.

더구나 폭로된 사측 문건만 봐도, 노후설비 교체가 필요한 곳은 하체 2반만이 아니다. 조립1부 전체에서 가드레일에 크랙이 63곳에서 발생했는데도 사측은 땜질 처방만 했다. 하체 3반은 잦은 안전 사고로 노동자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고소·고발 철회와 전 공장 안전점검 실시 등을 요구하며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 조립1부 대의원·산업안전위원들의 발의로 화성공장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도 시작됐다. 21일 열린 지부 임시 대의원회의에서도 1백4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런 운동의 결과, 8월 23일 지부 쟁대위는 조립1부 안전 투쟁을 조합 활동으로 인정하고, 단체교섭에서 고소고발 철회를 요구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또 사측이 고소고발을 철회하지 않으면 임단투 추가 파업을 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 원칙 있게 투쟁한 활동가들을 방어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고소·고발은 활동가들을 표적 삼아 탄압해 현장 조합원들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다. 이에 맞서 항의를 계속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