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2.04퍼센트 인상하기로 했다.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로 박근혜 정부조차 지난해에 보험료를 동결해야 했을 정도로 서민의 주머니 사정이 나쁜데, 5년 만에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한 것이다. 2013~17년에는 단 한 차례도 인상률이 2퍼센트를 넘긴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8월 9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위해 보험료를 인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앞뒤가 안 맞다.
첫째, ‘문재인 케어’로 2018년까지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한 재정은 3조 2천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해 흑자분만 4조 원에 이른다. 현재 쌓여 있는 누적 흑자도 21조 원에 이른다. 오히려 이 재정을 활용하면 문재인이 약속한 것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
둘째, 정부는 매년 4월 전년도 임금인상분을 다시 계산해 노동자들의 보험료를 추가 징수하면서 정작 법으로 정한 재정지원 약속은 지키지 않아 누적 미납금이 13조 원이 넘는다. 이 돈만 제대로 내놓아도 앞으로 한동안 보험료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
셋째, 지난 5년간 실질임금 인상률은 1.34퍼센트다(〈한국일보〉). 공무원은 내년 임금인상률을 1퍼센트대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문재인의 건강보험료 인상은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소득을 늘리겠다더니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이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는 생색내기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내놓고는 그 이상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심지어 그 대책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공공의료 확대 정책이 없는 ‘문재인 케어’는 결국 병원과 제약회사·의료기기 업체들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관련 기사: 문재인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 약간의 개선 있지만, 기본적으로 요란한 빈 수레)
노동자들이 건강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며 실질소득 증가와 보장성 강화를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