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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좋은 일자리’ 만든다더니 :
공공병원 비정규직은 나몰라라 하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가 연일 보건의료 분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장관이라 할 수 있는 이용섭 일자리 위원회 부위원장은 8월 23일 ‘보건의료 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공동 선언식’에 참가한 데 이어 8월 25일에는 ‘2017 보건산업 일자리 토론회’에도 참가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 비정규직 대책을 보면 이런 약속이 무색해진다.

고용노동부는 직종·고용형태 등이 복잡하고 비정규직 규모가 커 정규직 전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기관을 “전략기관”으로 선정했는데 국립대병원도 여기에 해당한다. 국립대병원의 주무부서인 교육부는 국립대병원 14곳 중 두 곳을 골라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다른 국립대병원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 모델은 기본적으로 직접고용 비정규직에만 적용한다. 그 방식도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인데, 일부 국립대병원 사측은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위원회를 꾸리고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채용 심사’를 거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사실상 사측이 선별적으로 정규직화해 주겠다는 것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그저 노사합의에 맡겨 뒀을 뿐이다.

대표적 국립대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병원장 서창석)은 아예 교육부의 컨설팅 대상 선정을 거부했다. 오히려 8월 중에도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문재인 정부는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발표 시점에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환 채용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전환 추진 중 계약 만료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선 현장에서는 버젓이 비정규직 해고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해고

문재인 정부가 만들겠다는 보건의료 일자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의문스러운 데가 많다. 이용섭 부위원장이 8월 25일 참석한 토론회는 그동안 의료 민영화에 앞장서 온 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협회 등이 참석한 토론회였다. 그런데 이 자리는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 보건산업 육성”을 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8월 23일 발표한 ‘노사정 공동선언’ 10대 과제에도 ‘미래형 신산업으로 보건의료 산업 육성’을 포함시켰는데 그 내용을 보면 “제약·의료기기·화장품 산업 육성 종합계획 수립(‘17. 12월)”, “정밀의료·재생의료·빅데이터 산업 육성(‘17, 하반기)”, “기술거래·특허강화·투자유치 지원” 등 전임 정부들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거론된 것들이 다수 포함됐다. 요컨대 사실상 의료 민영화를 일자리 대안으로 내놓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박근혜 적폐의 대표적 인물인 서창석 퇴진을 요구한다. 이런 자가 여전히 서울대학교 병원장으로 남아 정부 ‘가이드라인’조차 무시하며 정규직화를 가로막는 것은 도저히 봐 줄 수가 없다.

문재인의 일자리 위원회에 노동조합이 참가하는 것은 이런 요구를 쟁취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위원회 논의에 노동조합을 참여시켜 생색을 내려 하지만 정작 자신이 고용주인 공공병원에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임금 양보만 요구한다. 내년 예산에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위한 예산은 극히 일부만 반영됐다. 이미 새 정부 들어 중단됐던 영리병원(제주 녹지국제병원, 롯데 보바스 병원) 계획이 재추진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규제프리존법·서비스법 등 대표적 의료 민영화 법안도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과 의료 민영화 저지를 위한 항의와 투쟁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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