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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에서 겪은 황당한 ‘불심검문’에 항의한 경험
경찰은 불심검문 중단하라!

9월 15일, 수원역 로데오 거리에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수원역에 그냥 가만히 서 있던 노동자연대의 한 회원에게 경찰이 "인상착의”가 의심스럽다며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불심검문을 한 것이다. 그 동지가 〈노동자 연대〉 신문 222호 거리 판매를 위해 수원역에 도착하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신문은 물론 거리 판매 물품을 실은 차가 근처에도 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불심검문은 경찰의 순전히 주관적 판단으로 “인상착의”가 의심스럽거나, “거동이 수상한 자”를 찍어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임의동행까지 요구할 수 있는 인권침해이자 매우 비민주적인 행위다. 불심검문은 1953년 이승만 정부 시절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제정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관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 공안의 유지 기타 법령집행 등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규정함을 목적”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여기서 핵심은 “공안의 유지” 즉, 정부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억누르고 탄압하려는 ‘내부 단속’이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의 성과로 1988년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가 개정되면서 “당해인은 경찰관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라는 문안이 추가됐다.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심검문 자체가 계속 존재하는 상황에서 경찰의 부당한 탄압은 지속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법을 개악하여 불심검문을 확대·강화했다. 2010년 당시 개악으로 길을 가는 시민의 신분증과 소지품을 확인하고, 지나는 차량을 세워 트렁크까지 뒤질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시민들이 신분증 제시를 거부할 경우 경찰이 지문 채취나 연고자를 통해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됐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점은 당시 법을 개악할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로 통과되었다는 점이다. 그 당시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민주적 권리 공격에 반대하는 말은 했지만, 실제 행동은 이와 달랐던 것이다.

개악 이후 불심검문율은 점점 늘어갔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 불심검문율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불심검문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한편, 우리가 30분을 넘게 항의하는 동안, 시민들이 점점 몰려들었다. 경찰은 시민들이 웅성거리며 모이자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불심검문이 “적법”하지만 "불쾌했다면" 사과한다는 식으로 내빼려 했다. 경찰은 “인상착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의 근거를 대라는 우리의 요구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계속 말을 빙빙 돌리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관적 판단이라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부당하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법 자체가 경찰의 임의적 판단에만 맡겨지는 것이므로 얼마나 비민주적인 인권 탄압인지 폭로하고, 정식으로 사과할 것을 계속 항의했다. 시민들이 “애먼 사람한테 왜 그러냐”라며 우리를 지지하기 시작하자, 결국 근처에 숨어있던 팀장까지 나와서 사과를 해야 했다. 그리고 불법적으로 우리가 항의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도 삭제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지울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자리를 떠나고, 우리는 마이크를 잡고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경찰의 불심검문이라는 인권 침해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뿌듯한 일은, 우리의 싸움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지지를 보내며 〈노동자 연대〉 신문을 구입했던 것이다. 특히 가장 기뻤던 건 한 이주민 여성이 내게 "저 이주자인데 이거 잘 싸운 거예요. 경찰이 저러면 우리 더 힘들어져요. 잘 하셨어요"라고 하며 악수를 건네고 신문을 구입해 간 일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문재인 정부가 이주민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원과 같이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서 ‘범죄 단속’이라는 명분 하에 불심검문과 같은 경찰의 횡포가 집중적으로 벌어진다. 이는 이주민 차별과 단속으로 흔하게 연결된다. 수원역에서는 특별히 단속팀이 10~20명씩이나 움직이며, 대낮에도 불심검문을 버젓이 자행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 자리에서 단지 우리만이 아니라 국가 기구로부터 억압받고 차별받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서도 경찰의 불심검문이 얼마나 부당한지 폭로해야 했다.

또 이 날의 경험으로 나는 우리가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민주주의 확대라는 촛불의 요구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건설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