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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 긴급 토론회:
문재인 정부에 여성의 건강과 안전 문제 대책 마련을 촉구하다

9월 20일 정의당 여성위원회와 여성환경연대가 주관하는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 토론회가 국회 본관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정의당 이정미·심상정·추혜선 의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녹색연합,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했다.

최근 독성 생리대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우려를 보여 주듯 긴급하게 열린 토론회였음에도 언론의 취재 열기가 높았다.

이날 토론회 연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안이한 대응과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에 대해 입을 모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 인사말에서 심상정 의원은 “여성의 절박성을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를 꼬집으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한 우리는 근본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국무총리 산하에 민관합동기구를 만들어서 독성 생리대뿐 아니라 기저귀 문제, 생활용품 안전성 문제에 대해 종합적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생리대 문제는 여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미래의 문제, 인권의 문제”라는 점에서 10월 국감에서도 계속 문제제기할 것을 예고했다.

발표자 최경호 교수(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와 조현희 의사(가톨릭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는 식약처가 ‘유해한 독성 물질 검출이 곧 여성에 대한 위해성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고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정면 반박했다. 정부 주장이 독성 생리대의 위험성을 덮으려는 기만적인 얘기임을 의학적·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두 발표자는 여성의 생식기는 생물학적·해부학적 특성상 “다른 피부보다 각종 화학물질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독성 생리대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이 쓰인 모든 여성위생용품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 교수는 식약처가 불만 여론에 떠밀려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사 항목을 늘렸지만(9월 말까지 10종 조사, 연말까지 80종 조사), 이조차 매우 불충분하므로 “잔류성유기오염물질, 농약류와 기타 유기오염물질 등도 모두 조사해야” 하고 심층 역학 조사도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생리대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위해성을 전제로 사태에 대처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직무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조 의사는 식약처가 여성환경연대의 독성 생리대 실험에서 여성환경연대가 위해성 실험을 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역학 조사를 통해 위해성 자료를 내놓아야 할 담당 부서가 식약처인데도 어이없게 식약처는 역학 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책임 회피와 생리대 기업 비호

이유림 연구자(건강과 대안 젠더건강팀)는 “국가의 무능은 결국 자구책을 궁리해야 하는 여성에게 돌아간다”며 정부가 “시장의 편”에서 여성들을 “안전함도 구매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지아 정의당 서울시당 여성위원장은 생리대 기업들이 “독점적 위치를 이용”해 “(여성의 필요를) 무기 삼아 제멋대로 가격을 부풀려 온 것”을 폭로했다. “2017년 7월 대비 지난달 전체 소비자 물가는 13.2퍼센트 상승했지만 생리대는 26.3퍼센트로 생리대 가격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의 2배 수준”임을 들춰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깔창 생리대” 사건을 언급하며 생리대 가격 규제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박 위원장의 주장처럼 비싼 생리대는 노동계급 여성과 특히 청소년들에게 큰 부담이 돼 왔다. 정의당이 노동자 정당으로서 안전성 문제를 낳을 뿐 아니라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생리대 기업을 규제하라고 요구하면 좋을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일회용 생리대가 “1971년에 시판된 후 식약처는 ‘수거검사’(제품을 직접 수거해 기준에 맞게 생산됐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한 기록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며 “국민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식약처인 거냐”고 일갈했다.

한편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토론이 있었다. 유한킴벌리 상무이사가 여성환경연대 이사라는 점, 여성환경연대가 실험 제품 중 유한킴벌리의 경쟁사 제품만 먼저 공개한 점 등은 석연치 않은 의문을 낳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들이 “시장 점유율 높은 외국계 대기업의 음모”에 시민 단체와 여성들이 말려든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다. 따라서 독성 생리대 “사건의 본질인 여성건강 문제”를 희미해지게 만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의 주장은 옳은 측면이 있다.

독성 생리대 사태의 진정한 책임은 이윤을 위해 여성의 안전과 건강을 팔아먹은 기업과 이를 비호한 정부에게 있음이 명백하다.

토론회 좌장인 박인숙 정의당 전국여성위원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보여 준 것처럼 “생리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의지를 모으자”고 했다. 그리고 정의당이 ‘생리대 안전성 조사와 건강역학조사를 위한 국회·환경부 청원 서명’ 운동을 진행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계속 촉구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정의당의 독성 생리대 대처 방안을 수용하고, 더 나아가 여성들에게 안전한 생리대를 무상으로 보급해야 한다.

문재인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다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 하고 약속했다. 따라서 문재인은 독성 생리대로 건강을 위협받는 여성들에게도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