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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시운전 열차 추돌 사고:
투쟁 예고에 사용자 측이 한발 물러서다

9월 13일 기관사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은 철도 시운전 열차 추돌 사고(본지 기사 ’기관사들이 항의투쟁을 예고하다’를 참조하시오)와 관련해, 철도공사 측이 노조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며 한발 물러섰다. 철도공사와 철도노조는 9월 22일 합의서를 작성했다.

철도공사는 사과의 뜻을 밝혔고, 노조의 주요 요구 가운데 하나인 노조의 사고 조사지원단 참여를 보장했다. 노조가 철도 사고 조사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신호보안장치(ATP)에 대해 조속히 일제 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ATP는 주로 KTX에 적용되는 신호 시스템으로, 이에 대한 일제 점검은 기관사와 승객 모두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시운전 시 사측 책임자와 기관사의 협의 절차를 마련하기로도 했다. 아쉽게도 ‘노조와의 합의’ 요구가 수용되지는 않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여러 노동자들은 “일정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것은 철도노조 운전지부(기관사 지부)들이 감속 운행 투쟁에 돌입할 실질적 준비에 나선 덕분이라고 했다.

9월 18일 운전지부 확대간부회의가 25일부터 감속 운행 투쟁을 하기로 확정한 직후, 이번 사고로 사망한 기관사가 속해 있던 청량리기관차지부를 비롯해 부산, 천안 등 몇 개 지부가 천막 농성장을 차렸고, 대다수 지부들이 지침대로 지부 조합원 총회를 열어 감속 운행 투쟁에 대한 결의를 모으고 이에 대비한 구체적 계획들을 수립했다.

그러자 철도공사뿐 아니라 정부도 압박을 받은 듯하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어지는 기관사들의 투쟁은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이 때문에 22일 국토부까지 나서 노사 합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런 점에서 노조 지도부가 좀더 요구를 밀어붙이기보다 ‘쟁점의 분산’을 우려하며 서둘러 합의를 체결한 것에 아쉬움은 남는다. 임단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철도의 여러 비정규직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으므로, 기관사들까지 투쟁에 가세했더라면 서로를 고무하며 사측을 더 한층 압박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이번 합의에 성과가 있다고 보면서도 몇몇 아쉬움을 동시에 표명했다. 특히 노조의 주요 요구였던 ‘책임자 즉각 처벌’ 약속이 없는 것에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한 기관사는 이렇게 말했다. “공사는 그동안 사고가 발생하면 기관사의 작은 과실이라도 들춰 내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바로 징계와 처벌을 했는데, 정작 자신은 무모한 시운전 강행으로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고를 내 놓고도 경영진 중에 책임지는 놈이 하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