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비정규직 우선 해고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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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물량 축소와 일자리 부족을 핑계로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하기 시작했다.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하청업체가 맡고 있는 공정 일부를 회수(인소싱)하는 등의 방식으로 100여 명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창원비정규직지회가 부분 파업 등을 벌이자, 사측은 11월 9일부터 대체인력 투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회는 즉각 전 조합원 파업을 벌여 대체인력을 막았다. 이 신문이 인쇄에 들어가기 직전인 10일 현재도 대체인력을 저지하고 있다. 사측이 “생산 차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정은 정상 가동을 위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공격은 계속될 듯하다.
한편, 창원 공장의 하청 업체들은 (십중팔구 원청의 지시 하에) 비정규직 중에서도 “장기 직원”의 고용·근속·노동조건을 승계하는 대신, 단기 계약직에 대한 해고를 수용하라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창원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장기 직원”인 점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며 ‘모든 투쟁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지회는 옳게도 조합원 토론을 열고 협상안을 거부하고, 모든 노동자들의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장영진 선전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도 7년여 동안 10여 차례 계약을 갱신하고 나서야 장기 직원이 됐습니다. 단기 계약직의 계약이 만료된 것이니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단 한 명의 해고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씩 양보하다 보면 결국 부메랑이 돼서, 장기 직원, 나아가 정규직도 공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30만 일자리
부적절하게도 창원 공장의 정규직 노조(한국GM지부 창원지회) 이두희 지회장은 성명을 발표해 비정규직지회가 협상안을 거부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다른 이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단기 계약직 해고를 수용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또, “창원 공장이 전국적인 비정규직 투쟁의 거점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대체인력 투입 저지 투쟁도 외면했다.
아쉽게도 전 공장의 정규직 노조들을 포괄하는 한국GM지부도 비정규직 우선 해고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규직노조 지도부가 비정규직 해고를 눈 감고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규직노조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사측이 벌이는 이간질 책략의 먹잇감만 될 뿐이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는 데도 하등 도움이 안 된다.
흔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정규직 우선 해고는 정규직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2001년 대우차 정리해고 때 비정규직 2000여 명이 우선 해고됐고, 2015년 한국GM 군산공장에서 비정규직 1000여 명이 쫓겨나고 난 뒤 그 칼날은 어김없이 정규직을 향했다.
이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은 당면한 비정규직 우선 해고를 외면하지 말고 함께 연대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GM 위기 상황, 철수 가능성 등을 봤을 때 이번 해고는 일부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한국GM과 협력업체 노동자 30만 명의 고용을 위협하는 신호탄이다.
따라서 한국GM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우선 해고 반대, 총고용 보장을 내걸고 단호하게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 금속노조도 이 투쟁을 해당 작업장의 투쟁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쉽게도 현재 비정규직지회만 홀로 싸우고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창원비정규직지회는 금속노조 소속 노동조합입니다. 지금 이 순간, 금속노조의 지지와 연대가 정말 절실하게 필요합니다.”(장영진 선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