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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대대적인 군비 증강을 선언하다

11월 8일 한미 양국이 공개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문은 트럼프가 국회에서 연설한 ‘대북제재와 압박 우선, 대화는 그다음’이라는 대북 강경 기조를 재천명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제국주의적 요구를 문재인 정부가 대체로 수용하고 동의했음도 보여 준다.(관련 기사: ‘국회에서 대북 위협을 되풀이한 트럼프: 한반도 긴장 고조 중단하라!’)

우선 한미 양국은 “북한이 전 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식상한 명분을 되뇌이며 미군 전략자산의 순환배치 강화,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해제, 한·미·일 연합 군사 훈련 지속 등 훨씬 더 위험한 군사 위협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선택 문재인은 대중의 평화 염원 대신 트럼프와 손잡았다 ⓒ출처 청와대

특히 트럼프는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 번영을 위한 핵심 축임을 강조”함으로써 한·미·일 동맹의 강화·확대를 촉구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 호주, 인도를 묶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이다. 이는 ‘일본과 군사 동맹은 없다’던 문재인 정부의 ‘3불’ 기조와 다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공동발표문이지만 트럼프만 한 말”, “사실상 처음 들어 보는 말”이라며 급히 부인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 측이 공동발표문을 디딤돌 삼아 군사 동맹 강화 조처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실제로 한·미·일 군사 동맹이 강화될 것임을 보여 주는 조짐이 많다.

일부 언론은 트럼프의 “누그러진 말투”에 세계가 놀랐다며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제는 힘의 시대”라며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고 을렀다. 자신과 함께 핵항모 3척이 동아시아로 왔음도 과시했다. 이 핵항모들은 11일부터 군사 훈련에 나서고, 한국과 일본은 각각 일정을 달리해 이 훈련에 동참한다.

130억 불

한국은 미국의 군비 부담 증액 주문에 호응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미국산 무기 수입 등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기로 했다. 미국은 “한국이 지난 3년간 미국으로부터 130억 불 이상의 군사 구매를 한 점에 주목”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방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할 계획”이고 이 예산이 “미국산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한국에 경제적 부담도 떠넘겼다. “미국의 상당한 규모의 대한 무역 적자를 감소시키고, 상호호혜적인 무역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미FTA를 균형되게 조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42개 한국 기업들이 향후 4년간 … 총 575억 불 상당의 미국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구매 계획”을 내놓으며 트럼프의 기대에 부응했다.

문재인은 “주로 탈북민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처참한 회고담과 다르지 않았”(〈한겨레〉 사설)던 국회 연설을 한 트럼프를 국빈으로 모시느라 평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사람들을 경찰력으로 제지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평화 메시지가 나오길 바란 개혁주의적 기대에도 금이 가고 있다.

한국 지배계급은 미국 제국주의가 주도하는 세계 질서 아래에서 그에 한몫하며 나름으로 경제·군사 강국으로 안착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트럼프가 무기 강매 식으로 나온 것도 사실이지만, 문재인은 단지 힘이 없어 무기를 사 주는 게 아니다. … [이것은] 한반도 내 경쟁 지배계급(북한)에게 확고한 우위를 확보해 자존심을 세우려는 한국 지배자들의 염원이 투영된 능동적 ‘선택’이다.”(관련 기사: ‘11·8 트럼프 국회 연설 반대 행동 현장 소식’)

한편 ‘인도―태평양 전략’ 논란이 보여 주듯, 한국 지배계급은 중국이라는 코앞의 강대국과도 잘 지내야 한다는 압력을 동시에 받는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난처해지곤 하지만, 이번에 한미 양국이 합의한 내용은 여전히 한국 정부가 군사력과 경제력 면에서 강력한 미국의 압력을 거스를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