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루살렘 선언’ 규탄 긴급 공동행동:
“트럼프는 예루살렘에서 손 떼라!”
〈노동자 연대〉 구독
이스라엘이 전투기까지 동원해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12일 오전, 광화문에서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 트럼프를 규탄하고 그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하는 긴급 공동행동이 열렸다.
트럼프가 중동과 더불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국에서 열린 집회에 국내외 많은 언론이 관심을 보였다.
이틀간 긴급하게 조직됐음에도 불구하고 7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한파를 뚫고 미국 대사관 앞에 모였다. 팔레스타인, 이집트, 시리아 출신 아랍인 10여 명도 참가했다. 민주노총 9기 임원선거에서 좌파 후보조로서 결선에 진출한 이호동 후보가 참가한 것이 두드러졌다.
반전평화연대(준)가 호소해서 열린 이번 공동행동은 민주노총을 비롯해 노동자연대, 사회진보연대, 나눔문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35곳이 공동주최했다. 정당 중에는 민중당, 노동당이 연명했다. 학생 단체 중에서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전국학생행진,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청년민중당 등이 함께했다.
사회자인 반전평화연대 간사 김어진 씨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말 인정할 수 없다!” 하는 구호를 선창하면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노동자연대 활동가 김광일 씨가 첫 번째 발언자로 마이크를 잡았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에 고무돼서, 예루살렘이 3000년 동안 이스라엘의 수도였다고 어제 말했습니다. …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가 아니라 군사적 점령지일 뿐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서방 제국주의, 특히 미국 덕분이었습니다.
“트럼프의 한반도 긴장 증대에 반대하는 우리는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만행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레바논에 파병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일체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사회진보연대 정영섭 운영위원장은 트럼프를 향해 “이것(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은 수십 년간 고통 속에 투쟁해 온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염원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자 18억 무슬림, 그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소리 높였다.
기자회견의 마지막 발언에서 나눔문화 김재현 사회행동팀장은 각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청했다.
“트럼프는 지금 당장 불법적인 예루살렘 수도 선언을 철회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모든 무력 진압을 중단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참가자들은 “예루살렘에서 손 떼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청계광장 부근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으로 행진했다.
한국인 수십 명이 아랍인들과 함께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 해방)”, “다운 다운 트럼프(트럼프는 물러나라)” 등을 외치면서 행진하는 모습은 많은 행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뎡야핑 활동가가 마무리 발언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인종 청소에 돌입할 것입니다. 수십 년간 팔레스타인을 군사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막아야 합니다.”
공동행동에 참가한 한 아랍인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전체 아랍의 문제이고 아랍의 주요 지배자들을 타도해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고무적이게도 트럼프 선언에 대한 규탄과 항의는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등 중동에서 시작해 영국, 미국 등 전 세계에서 크고 작은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긴급 공동행동도 이런 국제적 시위의 일부다.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와 전략폭격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한반도에서 남한 민중들이 중동 민중들에게 연대하며 미국 제국주의에 함께 맞서려 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오늘을 시작으로 연대를 넓혀 나가자. 트럼프는 예루살렘에서 손 떼라!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성명서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을 강력 규탄한다. 예루살렘은 결코 이스라엘의 수도가 아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트럼프의 폭거적 선언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도 12월 10일, 이스라엘 유엔 대표는 유엔 총회 자리에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선언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예루살렘에 대한 독점적 점유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스라엘 군대는 격렬하게 분노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전투기 폭격과 실탄 발사 등 살인 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미 팔레스타인인 시위 참가자에게 발포해서 이미 4명이 사망하고 부상자 숫자가 천 명을 넘어섰다. 구호단체 적신월사는 항의 시위로 부상당한 약 300명의 사람들을 치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은 모든 유혈 사태와 고통을 더 확대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비극은 팔레스타인 땅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축출하고 학살한 이스라엘의 건국에서부터 시작됐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나크바”(재앙이라는 뜻)로 1948년 한 해에만 75만 명이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에서 축출됐다.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건국과 함께 1차 중동전쟁을 벌여 78퍼센트의 팔레스타인의 땅을 차지했다. 사실 1947년 유엔의 팔레스타인 분할안조차 당시 팔레스타인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었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불과했고 오직 6퍼센트의 땅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시온주의 정착민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의 55%를 할애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1947년 유엔 분할안조차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했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은 이런 형식적 양보조차도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여기고 미국의 중동 패권 강화를 위해 이스라엘의 군사적 도발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트럼프 선언에 대한 규탄과 항의는 중동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카슈밀, 소말리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작게는 수백 명, 크게는 수천 명이 트럼프의 만행을 즉각 규탄했다. 영국과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도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규탄 시위가 열렸다.
한국에서의 12.12 긴급행동도 이런 국제적 시위의 일부이다. 230대의 전략폭격기들이 수시로 상공을 날고 미국의 전략적 자산이라 불리는 첨단무기가 속속 배치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트럼프 규탄 긴급 행동은 더한층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더욱이 얼마 전 한국 정부는 전운이 감도는 레바논에 동명부대 파병시한을 10년째 연장하는 위험한 결정을 하고 말았다. 동명부대도 하루빨리 철수해야 한다.
한국의 시민·사회·민중단체들은 트럼프의 폭거적 선언을 규탄하는 국제적 목소리에 힘찬 연대를 이어갈 것이다!
2017년 12월 12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경계를 넘어, 국제민주연대, 나눔문화, 노동당,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대학생겨레하나, 민주노총, 민중당, 보건의료단체연합,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시가판점총연합회, 알바노조, 예수살기, 원불교인권위원회,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전국학생행진,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진보대학생넷,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참여연대, 청년당(준), 청년민중당,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비상대책위원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향린교회, 반전평화국민행동, 반전평화연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