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의 ‘문재인 케어’ 명분 없는 반대:
정부가 책임지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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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 1만여 명이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문재인 케어'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예고한 대로 ‘비급여’(건강보험 적용 안 되는 치료)를 전면 급여화(건강보험 적용)할 경우 병원과 의사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이다.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정부가 진료 행위에 가격을 매기게 된다. 따라서 일정한 가격 통제 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병원들은 자기 마음대로 검사비를 받을 수 없고 건강보험이 정한 가격만 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은 보험 가입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병원에 수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정해진 가격을 초과해 받은 돈을 환수해 가입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모든 병원이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으므로 이런 가격 통제 기능은 제법 강력하게 작동한다.
의사들은 그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에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가 책정돼 어쩔 수 없이 비급여 진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수가 인상 없이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수입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먼저, '문재인 케어'는 전면 급여화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목표치가 70퍼센트밖에 안 돼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관련 기사 : ‘문재인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 약간의 개선 있지만, 기본적으로 요란한 빈 수레’)
또, 내년 건강보험 재정지원은 법에 명시된 액수보다 2조 원이나 적게 책정하고 그나마 국회에서 2200억 원을 추가 삭감하는 데 합의했다. 문재인은 증세도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기에 턱없이 낮은 수준에서 합의했다. 그런데 문재인은 의사들이 반발하자 수가도 인상(“현실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보험료 인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이처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할 의지가 거의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수가 인상만 요구하면 결국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의사들의 소득을 압박하는 요인에는 “원가”가 높다는 문제도 있다. 각종 의료기기 회사, 제약회사, 병원의 이윤, 부동산 임대료 등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들의 주장이 일관되려면 정부가 이들의 이윤도 통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의료를 공공화해서 책임지고 운영해야 이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다.
저수가?
의사들의 ‘저수가’ 주장은 그동안 비싼 병원비와 보험료에 시달려 온 보통 사람들이 듣기에는 당혹스런 얘기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은 누가 가져간 것일까?
의사들이 이 정도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조차 반대하고 ‘수가 인상’을 요구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핵심은 그동안 민간에 의료를 내맡겨 온 것이다. 공공병원과 달리 민간 병·의원의 경우 환자들의 진료비가 수입의 직접적 원천이므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더 많은 진료비를 받으려 한다. 의사들 중 절반은 이런 병·의원의 소유주로 수가 인상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나머지 절반은 고용된 의사들인데, 이들의 경우 수가 인상에 현재 이해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임금은 대체로 병·의원을 소유한 의사들에 비해 낮지만 수입이 안정적이고 각종 세금 문제 등 병·의원 소유주들이 골머리를 썩이는 일들에서 벗어나 있다. 그럼에도 의사 수가 부족하고 건강보험이 어느 정도 안정적 수입을 보장하기 때문에 피고용인 신분에서 병·의원 소유주로 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대형 병원의 경우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므로 대부분은 그럴 수 없다.) 이 점에서 건강보험은 국가가 민간 의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목적도 있다.
그 결과 개업의와 봉직의 사이에 임금 수준이 어느정도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병원급 의료기관에 고용된 전문의의 연봉은 2011년 기준 평균 1억 4830만 원이고 의원급 의료기관 개원의의 연소득은 2012년 기준 1억 6000만 원 가량이다.) 즉, 개원의의 수입이 봉직의의 임금 수준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러다 보니 봉직의들조차 수가 인상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수입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