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카탈루냐 주의회 선거:
독립 찬반을 둘러싼 날카로운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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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에 카탈루냐 주의회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10월 27일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독립 선언에 맞서 스페인 중앙정부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가 주장해 치러지는 것이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독립 선언에 앞서 10월 1일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스페인 경찰의 공격에도 투표자 90퍼센트 이상이 독립에 찬성했다.
[그러나] 라호이는 스페인 헌법 155조를 발동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탄압 광풍을 일으켰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전 수반 카를레스 푸지데몬은 카탈루냐에서 도망친 후,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망명을 도모했다. 자치정부 다른 고위직 인사들과 독립 운동의 지도적 활동가들은 내란 선동 혐의로 구속됐다. 그들은 아직까지 수감돼 있다.
지금도 카탈루냐 사회는 독립을 둘러싸고 양극화돼 있다. 정당들도 독립 찬반에 따라 날카롭게 나뉘어 선거에서 경합하고 있다.
스페인
[스페인 국가가 분열하지 않기를 바라는] 독립 반대 측 정당으로는 보수정당인 국민당(PP),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카탈루냐사회당(PSC), 신생 중도우파 정당인 시우다다노스[‘시민당’이라는 뜻]가 있다.
국민당은 스페인 중앙정부에서는 여당이지만 카탈루냐에서는 이제 주변화된 세력이다. 국민당은 무슬림 혐오와 이민자 배척 주장에 기대 [카탈루냐에서] 가장 반동적인 부위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
시우다다노스는 카탈루냐에서 독립에 반대하는 우파 진영의 새로운 초점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시우다다노스는 철저한 신자유주의 정당이지만,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스페인계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고자 좌파적 미사여구도 일부 차용한다.
카탈루냐사회당이라고 나을 것이 없다. 카탈루냐사회당은 [10월 말] 라호이의 헌법 155조 발동을 지지했다. 카탈루냐사회당의 제1서기 미켈 이세타는 [10월 이래로] 파시스트 단체들도 참가한 독립 반대 집회에 참석해 왔다.
독립 찬성 측에서는 세 정당이 선거에 출마해 경쟁하고 있다. 푸지데몬이 이끄는 우파 정당 카탈루냐유럽민주당(PDeCAT)이 독립 찬성 측의 선거연합을 결성하자고 압박했지만, 세 정당이 독자 출마한 것이다. 카탈루냐유럽민주당의 선거연합 제안은, 독립 운동이 급진화하면서 사회민주주의 정당 카탈루냐공화좌파(ERC)에 자기 지지층을 상당히 잃었음을 감추려는 책략이었다.
푸지데몬은 선거용 신당 ‘카탈루냐를 위한 단결’을 창당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카탈루냐공화좌파와 반자본주의 선거연합인 민중연합(CUP)은 푸지데몬의 선거연합 제안을 거절했다. 옳은 일이다.
카탈루냐 독립 운동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계급 문제가 선거에서도 쟁점이 돼야지, 카탈루냐 우파를 달래려 온건한 공약을 내세워 계급 쟁점을 희석시키는 것은 안 될 일이었다. 옳게도, 푸지데몬이 아직 “카탈루냐 공화국의 적법한 수반”이므로 그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푸지데몬과 카탈루냐유럽민주당은 국민투표 이후 사태의 주도권을 국민당 정부에 넘겨줌으로써 독립 운동의 사기를 꺾은 책임이 있다.
[좌파 개혁주의 정당인] 포데모스는 독립 찬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유일한 세력이다. 포데모스는 2015·2016년 스페인 총선 당시 카탈루냐에서 인기가 가장 큰 정당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카탈루냐인들에게 거의 있으나마나 한 정당이 돼 버렸다.
포데모스 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선거 유세에서 독립 운동이 “파시즘의 유령을 깨운 것”이라고 비난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포데모스는 스페인 의회에 헌법 155조 발동 중단을 요구하는 의안을 올렸지만, 이를 카탈루냐 독립 지지 정당들과 공동 발의하는 것은 거부했다. 그 정당들에게도 “현 사태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포데모스의 카탈루냐 지부 사무총장 알바노 단테 파신이 거듭되는 해임 시도 끝에 사임했다. 파신은 10월 1일 카탈루냐 독립 투표를 지지하고 중앙정부의 국민투표 금지 조처에 항의해 평범한 사람들을 조직하면서, 독립 투표를 경시한 포데모스 중앙 지도부와의 관계가 점차 껄끄러워졌다.
파신은 개인적으로는 독립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카탈루냐 독립 운동이 “스페인 국가에 중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고, 지금이 라호이의 국민당을 꺾고 [프랑코 군부독재 종식 이후 수립된] ‘1978년 체제’를 종식시킬 기회라고 본다. 그래서 지지자들에게 [선거에서] 민중연합이나 카탈루냐공화좌파에 투표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박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독립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일 듯하다.
9월 하순에서 10월에 걸친 파업과 대중 시위가 계속됐다면, 투쟁 정서에 힘입어 독립 찬성 정당들과 좌파가 선거에서 득을 봤을 것이다.
그러나 라호이가 선포한 재선거 결정을 카탈루냐유럽민주당과 카탈루냐공화좌파가 즉각 수용하면서, 지난 두 달 동안 운동 진영 대부분의 초점이 선거 정치로 옮겨갔다. 대중의 자신감은 하락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스페인 국가와 유럽연합을 뒤흔든 이 위기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운동은 긴 안목이 필요하다.
투표를 앞둔 마지막 주말인 12월 16일 전 세계 활동가 수백 명이 바르셀로나로 모여 ‘카탈루냐와 함께’(#WithCatalonia)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가해 국제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스페인 중앙정부의 탄압을 규탄하고 카탈루냐 민중의 자결권을 지지하는 국제적 캠페인은 계속돼야 한다.
카탈루냐에서는 [국민투표를 사수하기 위해 세워졌던 지역 연대체] 공화국수호위원회(CDRs)가 두 달 전보다 더 강력하고 조직적인 단체로 성장하고 있다.
독립 찬성 정당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공화국수호위원회는 신임 정부가 다수 대중의 뜻을 또 저버리지 못하게 할 대안적 권력이 될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