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공화국 독립 선언: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자결권을 향해 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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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현지 시각)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독립을 공식 선언했다. 10월 1일 약 2백만 명이 국민투표로 독립을 가결한 지 거의 한 달 만이다.
이는 무엇보다 카탈루냐 민중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위해 단호히 투쟁한 결과라 뜻 깊다. 우파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가 이끄는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국민투표를 전투경찰로 폭력 탄압했고 운동의 지도적 활동가들을 “폭동 선동” 혐의로 구속했다. 카탈루냐의 노동자 민중은 이에 맞서 10월 3일 전면 총파업과 수십만 거리 항의 시위로 맞섰다.
이번 독립은 또한 오랫동안 누적된 투쟁의 연장선이다. 카탈루냐 노동자들은 중앙정부의 긴축 정책과 노동자 구조조정에 맞서 거듭 총파업을 벌였다. 올해 2월에도 카탈루냐의 주요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수십만 명 규모의 난민 환영 시위가 벌어졌는데, 난민 환영 시위로는 유럽에서 단연 가장 큰 시위였다.
이런 투쟁은 프란치스코 프랑코 군사독재 정권(1939-1975년) 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중앙정부의 민주주의 억압, 천대와 고문에 맞서 온 오랜 전통 위에 있다. 카탈루냐 민중을 탄압하는 라호이와 중앙정부 여당 국민당은 프랑코 정권의 정치적 후계자들이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카탈루냐인들은 프랑코 군사독재의 ‘적폐’를 청산하고자 싸우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독립 선언은 기성 정치권의 우유부단함을 대중 행동으로 견인한 결과기도 하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푸지데몬은 국민투표로 독립이 가결됐는데도 독립 선언을 유보했고 중앙정부와 타협하려 들었다. 중앙정부는 들은 체도 않고 폭력 탄압의 수위를 올렸는데도 말이다. 독립을 공식 선언하기 바로 전날인 10월 26일에도 푸지데몬은, 카탈루냐 현 자치정부 권한을 중단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라는 중앙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려 들었다.
사태를 바꾼 것은 민중의 단호한 거리 항의 운동이었다. 푸지데몬이 중앙정부에 대한 굴복 의사를 비춘 바로 그 시간에, 학생들은 대규모 동맹휴업을 벌이고 바르셀로나 거리를 가득 메웠다. 거리에서 드러난 민중의 힘에 밀린 카탈루냐 기성 정치권은 바로 다음 날 독립 선언을 공식 발표했다. 마치 1년 전 박근혜 퇴진 운동에서, 민주당은 ‘박근혜 2선 후퇴’니 하며 박근혜 탄핵 입장을 한 달 새 다섯 번이나 바꾸며 우물쭈물할 때, 1백만 촛불이 거리를 메워 박근혜 탄핵을 강제했듯 말이다.
이날 선언으로 독립 운동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독립 선언 후 30분도 지나지 않아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자치의회 해산을 선포했다. 유럽 자본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유럽연합 지배자들 역시 즉각 독립 선언을 규탄하고 나섰다. 앞으로도 이런 공격은 더 거세질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더한층 필요한 때다. 구속된 독립 운동 지도자들은 아직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신생 카탈루냐 공화국이 어떠해야 하는가(예컨대 복지 확충 여부와 규모, 유럽연합과의 관계 등)를 두고도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제껏 결정적 구실을 했던 노동자 파업과 거리 항의 시위 등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앞으로도 힘을 발휘해야 한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카탈루냐 노동자 민중의 발걸음이 계속되길 바란다. 또한 이번에 카탈루냐 민중이 거둔 소중한 승리가 유럽과 그 밖의 많은 곳에서 억압받는 노동자 민중의 반란을 더 많이 고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