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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승리, 그러나 과제도 남아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12월 8일 하루 파업에 이어 12월 12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 만에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서울대병원장 서창석은 자신에게 퇴진하라고 요구하는 노조와는 교섭하지 않겠다며 버티다가 결국 3일 만에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다. 하루 전 이제는 사장이 바뀐 MBC 뉴스에서 노조의 파업과 퇴진 요구를 보도한 것이 적잖이 압력이 된 듯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서창석이 서울대병원 원장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곤 한다.

12월 8일 서울대병원 파업 출정식 ⓒ이미진

서울대병원 분회(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빼앗긴 임금과 복지 복원’과 함께 박근혜 적폐의 일부인 서창석 퇴진을 요구해 왔다. 지난 9월부터는 노동·사회 단체들과 서창석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대책위를 꾸려 서명과 선전 활동도 벌여 왔다. 공동대책위는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12월 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창석 해임을 요구하는 서명서(2만여 명)를 전달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제대로’ 정규직화 하라고 요구하며 싸웠다. 문재인 정부가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정규직화’라고 문을 열어 뒀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그조차 공개채용 방식을 거치겠다고 했다. 선별 채용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한편, 노동자들이 사측의 눈치를 보도록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서울대병원 사측은 자신들이 정부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며 오히려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파업 결과, 6개월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들은 심사없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6개월 미만의 경우도 '일정한 절차'를 거치되, 공개채용이 아니라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는 2019년 1/4분기까지 순차적으로 전일제(209시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약속을 받아냈다. 근무기간이나 채용 절차 등에 부분적인 제한이 있어 충분치는 않지만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물론 이런 약속조차 실제로 이뤄지도록 하려면 서울대병원 사측과 문재인 정부의 반쪽짜리 정규직화에 항의하는 투쟁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임금과 복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2015년에 빼앗긴 임금과 복지도 일부 돌려받았다.

서울대병원은 박근혜의 성과급제 도입 시도에 발맞춰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를 크게 뜯어고치려 했다. 당시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다른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법 개악 저지 파업에 나서는 등 성과급제 도입에 맞서 싸웠다. 그 결과 전면적인 성과급제 도입은 막아냈지만 임금체계 개편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새롭게 바뀐 임금체계의 핵심은 “직무/능력 중심 승진체계를 강화(직급간 임금 격차↑)”해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어렵게 하는 것이었다.(‘서울대학교병원 산업별 단체협약 개정 주요내용’,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병원 측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려고, 달라진 임금체계를 적용할 때 당시 노동자들 각각의 기존 임금 수준을 유지하도록 개별 매칭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마도 이는 실제로 그렇게 된 듯하다.

그러나 당시 일각에서 지적했듯이 신규 입사자들의 경우 기존 노동자들보다 임금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컸다. 직무에 따른 임금체계가 세분화돼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차이가 커질 가능성도 생겼다. 직급이 높아지는데 4~8년이 걸리는데 사측이 그 기간에 선별적으로 승진시킬 수 있으므로 성과 평가가 개입할 가능성도 생겼다.

실제로 신규 입사자들 중 일부에서 기존보다 임금이 낮아지는 경우가 생겼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빼앗긴 임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까닭이다.

파업 결과, 정부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인 3.5퍼센트보다 0.05퍼센트 더 인상하도록 했다.(정액 30만 원) 임금 삭감 효과가 가장 컸던 운영기능직 신규 채용자들의 경우 전체 임금 인상분 30만 원에 10만 원을 추가로 인상하도록 했다. 현행 임금체계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처럼 임금 벌충 요구는 계속 제기돼야 할 듯하다.

2015년 당시 병원 측은 대학 등록금의 50퍼센트를 지원하도록 돼 있던 학자금 지원을 없애 버렸는데 이번 파업으로 이것도 일부 돌려받게 됐다. 그 밖에 야간근무 이튿날 아침에 출근하도록 하는 등 지나치게 열악한 노동조건도 일부 개선했다.

이번 파업은 문재인 정부만 믿고 기다렸다가는 별로 얻는 게 없을 수도 있겠다는 정서가 확산되는 가운데 벌어졌다. 박근혜 적폐의 상징적 인물인 서창석이 구속은커녕 여전히 원장 자리로 남아 있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은 누더기가 됐다. 이명박근혜 시절 빼앗긴 것들을 되찾고자 하는 많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비슷한 심정을 느낄 법하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승리는 이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이다.

서울대병원 분회는 파업은 끝났지만 “서창석 병원장 퇴진을 포함한 적폐청산을 위한 투쟁은 지속”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계기로 새로운 차별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2018년 초부터 투쟁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이번 파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하에서 노동운동의 전진에 ‘맏언니’ 구실을 하게 되길 바란다.

* 이 기사는 최종 합의 결과가 부정확하게 서술된 부분이 있어 1월 1일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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