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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을 이간시켜 분열케 하려는 현대중공업 사용자 측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정기적으로 《한국경제 보고서》를 내어 구조조정이나 노동시장 ‘개혁’ 방향을 충고한다.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데 성공한 세계적 사례를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2016년에 발행한 보고서에서 OECD는 “고용 보호”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용 보호”를 유지하려는 잘 조직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하는 야비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것은 노동자 일부를 먼저 공격하는 “이원적 접근”이다.

“고용 보호 완화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한 가지 해결 방안은 신규 직원에게는 고용 보호를 완화하고 기존 직원에게는 현행 고용 보호 조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OECD는 “이와 같은 이원적 접근은 일부 남유럽 국가들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의기양양해 한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근속연수가 짧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는 방식을 도입하려 한 것은 바로 OECD가 권고한 “이원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사측은 상여금의 일부를 월별로 쪼개 지급하려 하는데, 그러면 근속연수가 낮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억제된다.

둑에 구멍 내기

“이원적 접근”의 단기 목적은 일단 고용이나 임금 공격의 교두보를 놓는 것이다. 근속 연수가 상대적으로 긴 노동자들이 이런 공격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 보아넘기도록 만듦으로써 말이다.

그러나 “이원적 접근”의 최종 목적은 조그만 구멍이 둑 전체를 무너뜨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도입한 이중임금제를 살펴보면, 일부 노동자들의 불이익을 방치하면 틀림없이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자동차노조 UAW의 지도부는 2007년 신입사원의 임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이중임금제 도입에 합의했다. 지도부는 그것이 기존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을 지키는 불가피한 타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중임금제를 도입한 사측은 그다음에는 몇 년에 걸쳐 고임금 노동자들 다수를 공장에서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반값 임금이 적용되는 저임금층 노동자 비중이 시나브로 늘었고, 고임금층 노동자들도 복지와 임금 동결을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분할한 기업별로[현대중공업을 4개로 분할했다]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각개격파하려는 고전적 수법이다.

전에는 하나의 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갈갈이 찢어, 분할된 기업의 ‘성과’에 종속시키고 실적 경쟁과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력을 좀먹게 하려는 것이다.

차등적 성과급이 노동자들의 투쟁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대표 사례는 영국 광원 파업이다. 1972년 20만 명 넘게 참가한 광원 파업은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12년 뒤인 1984~85년 파업에서는 광원들은 심각한 패배를 맛봤다.

교훈

1972년 파업에는 모든 탄광의 광원들이 참가했고 연대가 흘러넘쳤다. 반면 1984~85년에는 광원들 자신이 분열해 일부 탄광들에서 작업이 계속됐다. 1977년 노동당 정부가 작정을 하고 도입한 탄광별 차등 성과급이 광원 간 임금 격차를 높이고 분열을 낳은 주된 요인이었다.

물론 광원들 자신은 이런 제도의 도입을 원하지 않았다. 채산량이 높은 탄광의 광원이 높은 성과급을 받고 채산량이 적은 탄광의 광원이 낮은 성과급을 받는 임금체계는 노동자들을 갈갈이 찢어놓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 석탄공사와 광원노조 지도부가 잠정 합의안을 가져왔을 때 광원노조 조합원들은 이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그러자 정부는 차등 성과급에 찬성하는 노동자는 차등 성과급을 받고, 반대하는 노동자는 받지 말라고 했다. 노조 지도부는 노동조합 규약을 개정하고 투표를 다시 실시했다. 노동자들이 이번에도 이를 부결시키자, 노조 지도부는 아예 성과급 협상을 지역별로 맺도록 만들었다.

위의 두 사례가 주는 교훈을 돌아보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노사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완전히 옳았다. 근속연수가 짧은 노동자들에 대한 우선 공격과 차등 성과급은 모두 노동자들을 각개격파하려는 사용자의 야비한 이간질 전술이다.

그러나 두 사례는 또한 사용자들이 매우 끈질기고 단호하게 이간질 전술을 추진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에 맞서려면 노동자들도 끈질기고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

전투적 조합원들은 잠정합의 부결을 통해 드러난 노동자들의 큰 불만을 받아안고 잘 조직해 단호하게 투쟁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노동조합 지도부에게도 거듭 부적절하게 타협하지 못하도록 실질적인 압력을 아래로부터 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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